함께 떠난 이탈리아 연수…보고서는 베껴쓰기?

입력 2023.06.14 (21:48) 수정 2023.06.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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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제주도가 지난 4월 말, 이탈리아로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선진 사례를 발굴하겠다며 일정을 함께한 두 기관 모두 각각 해외연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요.

보고서는 충실하게 작성됐을까요?

나종훈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한 달여 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선진 행정제도 조사와 관광세 도입, 인구감소 대응 정책 방안 등을 찾겠다며 6박 8일 일정으로 이탈리아를 다녀왔습니다.

정책을 공유하겠다며 제주도 대변인과 총무과장 등 제주도 공무원 12명도 함께했습니다.

출장 인원 21명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공무원으로 채워진 겁니다.

그럼, 이번 연수로 두 기관이 각기 거둔 성과는 무엇일까.

도의회와 제주도가 각각 작성한 연수보고서를 살펴 봤습니다.

겉표지가 있고 없음의 차이가 있을 뿐, 두 기관의 출장목적과 개요, 방문국가 현황 분석한 내용이 같습니다.

이탈리아의 지방분권을 분석한 로마시청 방문 연수 내용, 각 문장의 어미 차이만 있을 뿐, 첨부된 사진도, 문단 구성도 똑같습니다.

단지 소제목 분류만 다를 뿐입니다.

보고서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정책적 결론 부분, 당초 연수 계획에도 없던 지방공휴일인 '제주 4·3주간'에 대한 시사점을 담은 것까지 일치합니다.

공교롭게도 제주도의 연수보고서가 공개된 시점은 도의회 보고서 공개 하루 뒤였습니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참고차 보고서를 먼저 작성해 제주도에 공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는 의회와 일정을 같이해 의견을 공유했다며, 사실상 같은 보고서가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 "(의회는) 예산 심의나 행정사무감사에 반영하고, 집행부는 정책을 입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보고서도 각각 작성됐어야 하는데, 내용이 동일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연수의 의미를 아주 퇴색시키는."]

지역에 적용할 좋은 정책과 사례를 찾기 위한 공무국외출장 해외연수.

이번 이탈리아 해외연수에는 개인당 3백여만 원, 전체 6천여만 원의 세금이 쓰였습니다.

KBS 뉴스 나종훈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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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떠난 이탈리아 연수…보고서는 베껴쓰기?
    • 입력 2023-06-14 21:48:52
    • 수정2023-06-14 22:02:07
    뉴스9(제주)
[앵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제주도가 지난 4월 말, 이탈리아로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선진 사례를 발굴하겠다며 일정을 함께한 두 기관 모두 각각 해외연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요.

보고서는 충실하게 작성됐을까요?

나종훈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한 달여 전,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선진 행정제도 조사와 관광세 도입, 인구감소 대응 정책 방안 등을 찾겠다며 6박 8일 일정으로 이탈리아를 다녀왔습니다.

정책을 공유하겠다며 제주도 대변인과 총무과장 등 제주도 공무원 12명도 함께했습니다.

출장 인원 21명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공무원으로 채워진 겁니다.

그럼, 이번 연수로 두 기관이 각기 거둔 성과는 무엇일까.

도의회와 제주도가 각각 작성한 연수보고서를 살펴 봤습니다.

겉표지가 있고 없음의 차이가 있을 뿐, 두 기관의 출장목적과 개요, 방문국가 현황 분석한 내용이 같습니다.

이탈리아의 지방분권을 분석한 로마시청 방문 연수 내용, 각 문장의 어미 차이만 있을 뿐, 첨부된 사진도, 문단 구성도 똑같습니다.

단지 소제목 분류만 다를 뿐입니다.

보고서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정책적 결론 부분, 당초 연수 계획에도 없던 지방공휴일인 '제주 4·3주간'에 대한 시사점을 담은 것까지 일치합니다.

공교롭게도 제주도의 연수보고서가 공개된 시점은 도의회 보고서 공개 하루 뒤였습니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참고차 보고서를 먼저 작성해 제주도에 공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도는 의회와 일정을 같이해 의견을 공유했다며, 사실상 같은 보고서가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 : "(의회는) 예산 심의나 행정사무감사에 반영하고, 집행부는 정책을 입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보고서도 각각 작성됐어야 하는데, 내용이 동일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면 연수의 의미를 아주 퇴색시키는."]

지역에 적용할 좋은 정책과 사례를 찾기 위한 공무국외출장 해외연수.

이번 이탈리아 해외연수에는 개인당 3백여만 원, 전체 6천여만 원의 세금이 쓰였습니다.

KBS 뉴스 나종훈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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