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또 ‘명화 테러’…기후활동가들 왜 이러나

입력 2023.06.16 (12:41) 수정 2023.06.1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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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 같은 기후 위기의 문제를 알린다며 귀한 미술 작품에 페인트 칠을 하거나 분수에 먹물을 붓는 등 도를 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 오승목 기자가 이 문제를 자세히 짚어드립니다.

[리포트]

정원에 가득 핀 꽃들, 그리고 나뭇잎들까지, 색채 표현이 감각적이죠.

역동성까지 느껴집니다.

가로 세로 각각 1m가 안 되는 크긴데요.

보시는 이 그림이, 프랑스 화가 모네가 123년 전 그린 '화가의 지베르니 정원'입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지금은 스웨덴 스톡홀름 국립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제였죠.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성 두 명이 화가 난 표정으로 그림 앞에 서 있습니다.

그림에는 붉은색 페인트가 묻었습니다.

이들은 스웨덴의 기후활동가, 모네 작품에 붉은색 페인트를 묻히고, 풀칠한 손을 부착했다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엠마 조안나 프리츠다터/기후 활동가 : "상황이 급합니다. 대유행은 기후 위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앞으로 일어날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우리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소리치며, 스웨덴 정부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말 귀한 미술 작품인데, 화 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다행히 그림 액자에는 보호 유리막이 있습니다.

박물관 측은 그래도 훼손된 곳이 있는지 확인은 하고 있고요.

이 기후활동가들, 어느 단체 소속일까요?

'습지 복원'이라는 뜻의 현지 기후 단체, '오테르스텔 보트마르케르'입니다.

이번 시위는 자신들이 기획했다며 영상을 SNS에 게재했습니다.

그런데 모네 말고도, 클림트, 피카소 작품 등 기후활동가들의 '명화 테러', 최근 이런 일, 한 두 번이 아니죠?

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로마의 명소, 트레비 분수가 검게 물듭니다.

이걸 지켜보며 야유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고, 박수와 함께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마지막 세대'라는 뜻,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라는 환경단체의 시위였는데 이보다 한 달 전엔 근처 스페인광장 분수에서도 똑같이 먹물을 뿌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며 이런 건데, 자신들이 뿌린 건 숯으로 만든 식물성 먹물이라며, 기후 위기로 인한 비용과 대가를 생각하면, 분수대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데 드는 비용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당당한 입장입니다.

기후 위기, 당연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죠.

그런데 이 활동가들이 왜 꼭 이런 식으로 시위할 수밖에 없을까요?

[에메 판 발렌/라스트 제너레이션 대변인 : "(우리의 시위는) 사람들을 방해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만, 논쟁에 영향을 줘요. 그것을 위해 모든 사람의 호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충격적인 행위로 논란을 일으키면 일단 주목은 받을 거고, 그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계속 주목받기 위해 점점 더 강한 행위를 해야 한다는 게 문제죠.

극단적인 단체 모두가 갖는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 위기가 심해져, 이런 시위 방식을 이해하는 여론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 질서까지 해치다 보면, 법적인 처벌도 감수해야겠죠.

지난 4월 독일 베를린 법원은, 24살 기후 활동가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역시나 전시된 미술품을 훼손하고, 도로를 점거했기 때문인데요.

이 활동가는 반성은커녕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시위하겠다고 해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고, 실형을 선고한 겁니다.

아무리 내세우는 말들이 정당해도, 극단적인 방법은 언제나 환영받지 못하겠죠.

오히려 기후위기 문제에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단 점도 생각해야겠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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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또 ‘명화 테러’…기후활동가들 왜 이러나
    • 입력 2023-06-16 12:41:52
    • 수정2023-06-19 20:11:02
    뉴스 12
[앵커]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 같은 기후 위기의 문제를 알린다며 귀한 미술 작품에 페인트 칠을 하거나 분수에 먹물을 붓는 등 도를 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 오승목 기자가 이 문제를 자세히 짚어드립니다.

[리포트]

정원에 가득 핀 꽃들, 그리고 나뭇잎들까지, 색채 표현이 감각적이죠.

역동성까지 느껴집니다.

가로 세로 각각 1m가 안 되는 크긴데요.

보시는 이 그림이, 프랑스 화가 모네가 123년 전 그린 '화가의 지베르니 정원'입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지금은 스웨덴 스톡홀름 국립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제였죠.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성 두 명이 화가 난 표정으로 그림 앞에 서 있습니다.

그림에는 붉은색 페인트가 묻었습니다.

이들은 스웨덴의 기후활동가, 모네 작품에 붉은색 페인트를 묻히고, 풀칠한 손을 부착했다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엠마 조안나 프리츠다터/기후 활동가 : "상황이 급합니다. 대유행은 기후 위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앞으로 일어날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우리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소리치며, 스웨덴 정부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말 귀한 미술 작품인데, 화 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다행히 그림 액자에는 보호 유리막이 있습니다.

박물관 측은 그래도 훼손된 곳이 있는지 확인은 하고 있고요.

이 기후활동가들, 어느 단체 소속일까요?

'습지 복원'이라는 뜻의 현지 기후 단체, '오테르스텔 보트마르케르'입니다.

이번 시위는 자신들이 기획했다며 영상을 SNS에 게재했습니다.

그런데 모네 말고도, 클림트, 피카소 작품 등 기후활동가들의 '명화 테러', 최근 이런 일, 한 두 번이 아니죠?

지난달 21일, 이탈리아 로마의 명소, 트레비 분수가 검게 물듭니다.

이걸 지켜보며 야유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고, 박수와 함께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마지막 세대'라는 뜻,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라는 환경단체의 시위였는데 이보다 한 달 전엔 근처 스페인광장 분수에서도 똑같이 먹물을 뿌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며 이런 건데, 자신들이 뿌린 건 숯으로 만든 식물성 먹물이라며, 기후 위기로 인한 비용과 대가를 생각하면, 분수대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데 드는 비용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당당한 입장입니다.

기후 위기, 당연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죠.

그런데 이 활동가들이 왜 꼭 이런 식으로 시위할 수밖에 없을까요?

[에메 판 발렌/라스트 제너레이션 대변인 : "(우리의 시위는) 사람들을 방해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만, 논쟁에 영향을 줘요. 그것을 위해 모든 사람의 호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충격적인 행위로 논란을 일으키면 일단 주목은 받을 거고, 그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계속 주목받기 위해 점점 더 강한 행위를 해야 한다는 게 문제죠.

극단적인 단체 모두가 갖는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 위기가 심해져, 이런 시위 방식을 이해하는 여론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 질서까지 해치다 보면, 법적인 처벌도 감수해야겠죠.

지난 4월 독일 베를린 법원은, 24살 기후 활동가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역시나 전시된 미술품을 훼손하고, 도로를 점거했기 때문인데요.

이 활동가는 반성은커녕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시위하겠다고 해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고, 실형을 선고한 겁니다.

아무리 내세우는 말들이 정당해도, 극단적인 방법은 언제나 환영받지 못하겠죠.

오히려 기후위기 문제에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단 점도 생각해야겠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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