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취재진 눈 앞 2명 실신…눈으로 재는 김포골드라인 혼잡률

입력 2023.06.16 (21:30) 수정 2023.06.1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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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숨막히는 출근길이 일상이 된 김포골드라인 지하철입니다.

장관과 정치인들이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했고, 정부와 지자체가 많은 대책들을 쏟아내면서 일부 진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민들이 체감할 정도의 변화는 없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취재해 보니, 지하철 과밀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혼잡률' 자료가, 측정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슬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발 디딜 틈 없는 김포골드라인 전동차.

급정거하자, 승객들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립니다.

취재팀이 나간 날에도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승객 2명이 들려 나갔습니다.

다른 승객들 안에 파묻혔다가 정신을 잃은 겁니다.

[김포골드라인 승객/실신 뒤 회복 : "정신 차려보니까 쓰러져 있고... 다른 분들이 (저를) 깨우고 계셨던 상황이라 많이 놀랐습니다."]

김포라인 과밀 문제가 지난 4월 다시 불거지자, 경기도와 김포시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오후석/경기도 행정2부지사/지난 4월 : "(김포골드라인의) 최대 혼잡률은 289%입니다. 평균 혼잡률을 200% 미만으로 줄이겠습니다."]

혼잡률이란 전동차 내 밀집도를 말하는데, 김포라인 운영사는 전동차 한 편에 270명이 타면 혼잡률을 200%로 봅니다.

'지옥철'로 불리던 9호선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문제는 이 혼잡률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KBS 취재결과 2021년과 2022년, 2년 동안 김포골드라인에서 혼잡률이 공식 측정된 건 단 세 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것도 역사당 직원 한 명이 눈대중으로 잰 거였습니다.

[김포골드라인 운영사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시스템상 '일별' 이렇게 측정할 수는 없긴 하거든요."]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16일부터는 외부인력을 임시로 불러 혼잡률을 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누르며 눈으로 승객을 세는 방식입니다.

임시 인력이 철수하면 예전처럼 다시 직원 1명이 측정해야 합니다.

[김포골드라인 A 직원/음성변조 : "(승강장이) 고객들로 꽉 차요. 그럼 혼자서 인원을 다 세야 하는데... 그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보죠."]

역사 한 곳의 근무 인원이 1명뿐이어서, 안전 관리 같은 필수 업무가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김포골드라인 B 직원/음성변조 : "근무자가 1명밖에 없으니까 계수도 해야하고, 사람들이 뭐 물어보면 대답도 해야 되고, 안전 업무도 해야 되고..."]

서울지하철은 이와 달리 전동차 무게를 재거나 무선 통신량으로 승객수를 자동 측정합니다.

[박정민/서울교통공사 : "재차(승객이 탄 전동차) 전체 인원의 무게를 잰 후에 대한민국 평균 체중인 65kg으로 나눠서 인원 수를 측정하고..."]

제대로 된 혼잡률 조사도 없이 전동차 과밀 대책을 세우겠다는 김포골드라인.

오늘도 수만 명의 승객들이 전동차 안으로 몸을 욱여넣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촬영기자:김한빈/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박미주/자료제공:국회 국토교통위 김두관 의원 기획재정위 김주영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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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취재진 눈 앞 2명 실신…눈으로 재는 김포골드라인 혼잡률
    • 입력 2023-06-16 21:30:26
    • 수정2023-06-17 07:59:19
    뉴스 9
[앵커]

숨막히는 출근길이 일상이 된 김포골드라인 지하철입니다.

장관과 정치인들이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했고, 정부와 지자체가 많은 대책들을 쏟아내면서 일부 진전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민들이 체감할 정도의 변화는 없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취재해 보니, 지하철 과밀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혼잡률' 자료가, 측정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슬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발 디딜 틈 없는 김포골드라인 전동차.

급정거하자, 승객들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립니다.

취재팀이 나간 날에도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승객 2명이 들려 나갔습니다.

다른 승객들 안에 파묻혔다가 정신을 잃은 겁니다.

[김포골드라인 승객/실신 뒤 회복 : "정신 차려보니까 쓰러져 있고... 다른 분들이 (저를) 깨우고 계셨던 상황이라 많이 놀랐습니다."]

김포라인 과밀 문제가 지난 4월 다시 불거지자, 경기도와 김포시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오후석/경기도 행정2부지사/지난 4월 : "(김포골드라인의) 최대 혼잡률은 289%입니다. 평균 혼잡률을 200% 미만으로 줄이겠습니다."]

혼잡률이란 전동차 내 밀집도를 말하는데, 김포라인 운영사는 전동차 한 편에 270명이 타면 혼잡률을 200%로 봅니다.

'지옥철'로 불리던 9호선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문제는 이 혼잡률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KBS 취재결과 2021년과 2022년, 2년 동안 김포골드라인에서 혼잡률이 공식 측정된 건 단 세 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것도 역사당 직원 한 명이 눈대중으로 잰 거였습니다.

[김포골드라인 운영사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시스템상 '일별' 이렇게 측정할 수는 없긴 하거든요."]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16일부터는 외부인력을 임시로 불러 혼잡률을 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누르며 눈으로 승객을 세는 방식입니다.

임시 인력이 철수하면 예전처럼 다시 직원 1명이 측정해야 합니다.

[김포골드라인 A 직원/음성변조 : "(승강장이) 고객들로 꽉 차요. 그럼 혼자서 인원을 다 세야 하는데... 그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보죠."]

역사 한 곳의 근무 인원이 1명뿐이어서, 안전 관리 같은 필수 업무가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김포골드라인 B 직원/음성변조 : "근무자가 1명밖에 없으니까 계수도 해야하고, 사람들이 뭐 물어보면 대답도 해야 되고, 안전 업무도 해야 되고..."]

서울지하철은 이와 달리 전동차 무게를 재거나 무선 통신량으로 승객수를 자동 측정합니다.

[박정민/서울교통공사 : "재차(승객이 탄 전동차) 전체 인원의 무게를 잰 후에 대한민국 평균 체중인 65kg으로 나눠서 인원 수를 측정하고..."]

제대로 된 혼잡률 조사도 없이 전동차 과밀 대책을 세우겠다는 김포골드라인.

오늘도 수만 명의 승객들이 전동차 안으로 몸을 욱여넣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촬영기자:김한빈/영상편집:김유진/그래픽:박미주/자료제공:국회 국토교통위 김두관 의원 기획재정위 김주영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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