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국경 화물 물밀듯…물류 적체 불만 쌓여

입력 2023.06.17 (22:02) 수정 2023.06.1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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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중국과 한층 더 경제적으로 밀착하고 있습니다.

공급망이 바뀌면서 러시아 물류의 흐름이 극동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특히 이달 부터 러시아는 중국에 블라디보스토크 항의 항구 사용권까지 내줬는 데 현장에선 물류 적체로 인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오세균 특파원이 블라디보스톡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헤이룽장성 쑤이펀허로 통하는 러시아 포그라니치니 세관 앞 진입로.

왕복 2차로에 대형 화물 트럭들이 줄지어 통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리 세관 신고까지 마쳤지만, 밀려드는 트럭들 때문에 기사들은 언제 수속을 밟을지 알 길이 없습니다.

[러시아 트럭 기사 : "오늘도 어떤 차가 왔는데 명단에 없어서 못 갔어요.명단대로 와야해요, 명단에 있는 날짜에 맞춰서 와야합니다."]

중국 만저우리로 넘어가는 러시아 자바이칼 세관은 통관 정체가 더욱 심각합니다.

중국행 트럭 대기 행렬이 무려 11km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트럭 기사 : "벌써 이틀째인데 1.5 km 밖에 못 갔어요."]

이런 상황은 러시아로 넘어가는 통로인 중국 국경 세관도 비슷합니다.

지난해 11월 개통된 통장 철교를 건너 러시아산 석탄이 중국으로 넘어오고 있고, 역시 지난해 6월 개통된 헤이허 대교를 통해 각종 트럭과 차량들이 러시아로 팔려갑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중국과 러시아 무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 무역 규모는 약 251조 원 규모로 한 해 전에 비해 29.4% 늘었고,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량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서방 기업이 철수한 러시아 시장을 중국 기업이 빠르게 파고든 결괍니다.

[왕원빈/중 외교부 대변인/5.19 :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어떤 제3자도 겨냥하지 않으며, 어떤 제3자의 간섭이나 강요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런 중-러 간 밀착은 러시아가 이달부터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사용권을 중국에 넘겨주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지린성 훈춘 세관 진입로에는 러시아로 넘어가려는 화물 트럭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대기 행렬이 3-4km에 달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자국 항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랴오닝성 다롄항으로 보내던 해상 화물 육로 운송 거리가 5분 1 정도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치우샤오위 훈춘 무역회사 대표 : "훈춘에서 러시아로 보내고 다시 국내 닝보로 선적했는데 운송시간이 매우 빨라요."]

블라디보스토크 항에서 중국 동,남부로 화물을 보내는 중국 물류업체도 더 바빠졌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해상 물류 관계자 : "우리 배가 온 후에 항구에 화물을 싣기만 하면 됩니다. 지금 지린성 전체 물량을 모아서 이쪽으로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물류가 극동항구로 몰리면서 블라디보스크 항은 이미 포화상탭니다.

[티무르 아미로프/러시아 무역업자 : "블라디보스토크항의 물류 인프라는 이미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중국 화물의 환적은 항구의 부하를 더욱 증가시킬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열악한 블라디보스토크 항의 시설확충이 선행돼야 합니다. 또한 항만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철도 인프라 정비도 필요한 과제입니다.

훈춘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2km가 넘는 도로 곳곳이 비포장이어서 운송 효율이 떨어집니다.

[현지 여행사 차량 기사 : "(러시아 사람들이) 도로를 닦는 게 효율적이냐고요? 눈으로 보면 실제로 비효율적이잖아요."]

이 때문에 이번 조치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백성호/옌볜대 동북아물류연구원장/교수 : "(러시아로 가는)철도망이 제대로 돼 있지도 않고 연결이 거의 안돼 있기때문에곡물,광물,연료 이런 운송은 불가능하다."]

더우기 현지에선 블라디보스토크를 중국에 빼앗겼다는 가짜 뉴스가 돌 정도로 러시아인들의 경계심이 높습니다.

지난 3월, 중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투자 규모만 212조 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될수록 중국 군함이 블라디보스크항에 등장할 날도 가까워 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오세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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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러 국경 화물 물밀듯…물류 적체 불만 쌓여
    • 입력 2023-06-17 22:02:40
    • 수정2023-06-17 22:10:59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중국과 한층 더 경제적으로 밀착하고 있습니다.

공급망이 바뀌면서 러시아 물류의 흐름이 극동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특히 이달 부터 러시아는 중국에 블라디보스토크 항의 항구 사용권까지 내줬는 데 현장에선 물류 적체로 인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오세균 특파원이 블라디보스톡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국 헤이룽장성 쑤이펀허로 통하는 러시아 포그라니치니 세관 앞 진입로.

왕복 2차로에 대형 화물 트럭들이 줄지어 통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리 세관 신고까지 마쳤지만, 밀려드는 트럭들 때문에 기사들은 언제 수속을 밟을지 알 길이 없습니다.

[러시아 트럭 기사 : "오늘도 어떤 차가 왔는데 명단에 없어서 못 갔어요.명단대로 와야해요, 명단에 있는 날짜에 맞춰서 와야합니다."]

중국 만저우리로 넘어가는 러시아 자바이칼 세관은 통관 정체가 더욱 심각합니다.

중국행 트럭 대기 행렬이 무려 11km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트럭 기사 : "벌써 이틀째인데 1.5 km 밖에 못 갔어요."]

이런 상황은 러시아로 넘어가는 통로인 중국 국경 세관도 비슷합니다.

지난해 11월 개통된 통장 철교를 건너 러시아산 석탄이 중국으로 넘어오고 있고, 역시 지난해 6월 개통된 헤이허 대교를 통해 각종 트럭과 차량들이 러시아로 팔려갑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중국과 러시아 무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 무역 규모는 약 251조 원 규모로 한 해 전에 비해 29.4% 늘었고,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량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서방 기업이 철수한 러시아 시장을 중국 기업이 빠르게 파고든 결괍니다.

[왕원빈/중 외교부 대변인/5.19 :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어떤 제3자도 겨냥하지 않으며, 어떤 제3자의 간섭이나 강요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런 중-러 간 밀착은 러시아가 이달부터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사용권을 중국에 넘겨주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지린성 훈춘 세관 진입로에는 러시아로 넘어가려는 화물 트럭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대기 행렬이 3-4km에 달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자국 항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랴오닝성 다롄항으로 보내던 해상 화물 육로 운송 거리가 5분 1 정도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치우샤오위 훈춘 무역회사 대표 : "훈춘에서 러시아로 보내고 다시 국내 닝보로 선적했는데 운송시간이 매우 빨라요."]

블라디보스토크 항에서 중국 동,남부로 화물을 보내는 중국 물류업체도 더 바빠졌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해상 물류 관계자 : "우리 배가 온 후에 항구에 화물을 싣기만 하면 됩니다. 지금 지린성 전체 물량을 모아서 이쪽으로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물류가 극동항구로 몰리면서 블라디보스크 항은 이미 포화상탭니다.

[티무르 아미로프/러시아 무역업자 : "블라디보스토크항의 물류 인프라는 이미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중국 화물의 환적은 항구의 부하를 더욱 증가시킬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열악한 블라디보스토크 항의 시설확충이 선행돼야 합니다. 또한 항만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철도 인프라 정비도 필요한 과제입니다.

훈춘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2km가 넘는 도로 곳곳이 비포장이어서 운송 효율이 떨어집니다.

[현지 여행사 차량 기사 : "(러시아 사람들이) 도로를 닦는 게 효율적이냐고요? 눈으로 보면 실제로 비효율적이잖아요."]

이 때문에 이번 조치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백성호/옌볜대 동북아물류연구원장/교수 : "(러시아로 가는)철도망이 제대로 돼 있지도 않고 연결이 거의 안돼 있기때문에곡물,광물,연료 이런 운송은 불가능하다."]

더우기 현지에선 블라디보스토크를 중국에 빼앗겼다는 가짜 뉴스가 돌 정도로 러시아인들의 경계심이 높습니다.

지난 3월, 중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투자 규모만 212조 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될수록 중국 군함이 블라디보스크항에 등장할 날도 가까워 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오세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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