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대학살 피해’ 미얀마 로힝야족, 또다시 바다 건너는 이유는?

입력 2023.06.19 (12:36) 수정 2023.06.19 (13:1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아웅 산 수치 집권 시절 미얀마에서 벌어진 대규모 인종 청소로 전세계적 관심을 집중시켰던 로힝야족, 기억하실텐데요.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에서 난민 생활을 전전하던 로힝야족이 목숨을 걸고 바다로 탈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친절한 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로힝야족은 원래 미얀마에서 대대로 살아온 민족입니다.

미얀마는 중국과 태국 그리고 방글라데시 가운데 위치했는데, 로힝야족은 서쪽 '라카인주'에서 주로 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데, 외모는 한눈에 봐도 아랍인보다는 인도나 방글라데시 사람 쪽에 가깝습니다.

과거 영국이 인도와 이 일대를 지배할 때 방글라데시에서 이 지역으로 넘어와 살게 됐다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로힝야족은 250만 명인데, 절반 이상이 지금은 콕스바자르라는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있습니다.

오랫동안 종교적인 이유로 또, 소수 민족이라는 이유로,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탄압을 받아왔는데요.

6년 전, 라카인주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이 경찰 초소를 습격하자, 미얀마군은 군사작전에 돌입합니다.

미얀마군이 공격 대상을 무장세력에서 민간인인 로힝야족까지 확대하면서 유혈 사태가 빚어졌고, 인종청소급 대학살이 벌어졌습니다.

사망자 2만 5천 명.

성폭행 피해자는 만 8천 명이었습니다.

집 23만 채가 불타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로힝야족 수십만 명이 고향을 떠나 방글라데시로 넘어간 뒤 난민이 됐습니다.

그런데 미얀마 군사정권이 6년 만인 지난 3월, 로힝야족 난민 약 천 명을 다시 미얀마로 데려오겠다고 나섭니다.

그런데 현재 미얀마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다름 아닌 로힝야족 대학살 사건의 책임자였습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군정을 믿을 수 없다며 송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안전은커녕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로힝야족 난민들은 강제 송환될 것을 우려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다른 주변 나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겁니다.

이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바다입니다.

이런 작은 배 두 척에 로힝야족 난민 200여 명이 나눠 타고 바다를 떠돌다가 침몰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이었는데요.

로힝야족 난민 압둘 쑤커 씨의 딸 세테라도 이 배에 탔습니다.

[압둘 쑤커/세테라의 아버지 : "우리는 (미얀마군을 피해) 30년째 여기 난민촌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습니다."]

출항 나흘째 되는 날. 세테라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세테라 베굼/12월 7일 : "배가 침몰해요. 절반쯤 잠겼어요. 아버지에게 알려주시고, 우리를 위해 기도해줘요."]

["(지금 어디쯤인데?) 인도네시아 근처래요... 배가 파도에 침몰하고 있어요. 바람이 너무 세요."]

함께 탈출에 나섰던 다른 배의 난민들은 며칠을 표류하다 스리랑카 해군에 구조됐습니다.

[카파엣 율라/함께 출항한 배 선장 : "(세테라가 탄 배는) 우리 앞에서 전복된 뒤에 큰 파도를 맞고 완전히 가라앉았어요.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어요."]

난민들의 탈출 행렬은 주변 바다가 상대적으로 잔잔해지는 지난겨울과 봄에 집중됐는데요.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바다를 건너 인도네시아로 온 로힝야족은 약 918명으로, 그 전 해 180명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초대형 태풍 '모카'까지 상륙합니다.

이재민만 최소 80만 명이라고 유엔은 추정했습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로힝야족이 많겠죠.

우리나라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50만 달러, 우리 돈 6억여 원을 지원했고요.

유엔 등 국제사회는 위기 상황에 처한 로힝야족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친절한 뉴스K] ‘대학살 피해’ 미얀마 로힝야족, 또다시 바다 건너는 이유는?
    • 입력 2023-06-19 12:36:10
    • 수정2023-06-19 13:12:25
    뉴스 12
[앵커]

아웅 산 수치 집권 시절 미얀마에서 벌어진 대규모 인종 청소로 전세계적 관심을 집중시켰던 로힝야족, 기억하실텐데요.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에서 난민 생활을 전전하던 로힝야족이 목숨을 걸고 바다로 탈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친절한 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로힝야족은 원래 미얀마에서 대대로 살아온 민족입니다.

미얀마는 중국과 태국 그리고 방글라데시 가운데 위치했는데, 로힝야족은 서쪽 '라카인주'에서 주로 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데, 외모는 한눈에 봐도 아랍인보다는 인도나 방글라데시 사람 쪽에 가깝습니다.

과거 영국이 인도와 이 일대를 지배할 때 방글라데시에서 이 지역으로 넘어와 살게 됐다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로힝야족은 250만 명인데, 절반 이상이 지금은 콕스바자르라는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있습니다.

오랫동안 종교적인 이유로 또, 소수 민족이라는 이유로,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탄압을 받아왔는데요.

6년 전, 라카인주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이 경찰 초소를 습격하자, 미얀마군은 군사작전에 돌입합니다.

미얀마군이 공격 대상을 무장세력에서 민간인인 로힝야족까지 확대하면서 유혈 사태가 빚어졌고, 인종청소급 대학살이 벌어졌습니다.

사망자 2만 5천 명.

성폭행 피해자는 만 8천 명이었습니다.

집 23만 채가 불타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로힝야족 수십만 명이 고향을 떠나 방글라데시로 넘어간 뒤 난민이 됐습니다.

그런데 미얀마 군사정권이 6년 만인 지난 3월, 로힝야족 난민 약 천 명을 다시 미얀마로 데려오겠다고 나섭니다.

그런데 현재 미얀마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다름 아닌 로힝야족 대학살 사건의 책임자였습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군정을 믿을 수 없다며 송환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안전은커녕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로힝야족 난민들은 강제 송환될 것을 우려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다른 주변 나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겁니다.

이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바다입니다.

이런 작은 배 두 척에 로힝야족 난민 200여 명이 나눠 타고 바다를 떠돌다가 침몰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이었는데요.

로힝야족 난민 압둘 쑤커 씨의 딸 세테라도 이 배에 탔습니다.

[압둘 쑤커/세테라의 아버지 : "우리는 (미얀마군을 피해) 30년째 여기 난민촌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습니다."]

출항 나흘째 되는 날. 세테라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세테라 베굼/12월 7일 : "배가 침몰해요. 절반쯤 잠겼어요. 아버지에게 알려주시고, 우리를 위해 기도해줘요."]

["(지금 어디쯤인데?) 인도네시아 근처래요... 배가 파도에 침몰하고 있어요. 바람이 너무 세요."]

함께 탈출에 나섰던 다른 배의 난민들은 며칠을 표류하다 스리랑카 해군에 구조됐습니다.

[카파엣 율라/함께 출항한 배 선장 : "(세테라가 탄 배는) 우리 앞에서 전복된 뒤에 큰 파도를 맞고 완전히 가라앉았어요.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어요."]

난민들의 탈출 행렬은 주변 바다가 상대적으로 잔잔해지는 지난겨울과 봄에 집중됐는데요.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바다를 건너 인도네시아로 온 로힝야족은 약 918명으로, 그 전 해 180명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초대형 태풍 '모카'까지 상륙합니다.

이재민만 최소 80만 명이라고 유엔은 추정했습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로힝야족이 많겠죠.

우리나라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50만 달러, 우리 돈 6억여 원을 지원했고요.

유엔 등 국제사회는 위기 상황에 처한 로힝야족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