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가 전부”…땡볕 아래 뛰는 노동자들

입력 2023.06.20 (06:33) 수정 2023.06.20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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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수도권과 강원 등 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죠.

택배기사나 미화원 같은 야외 노동자들에겐 특별히 더 힘든 하루였습니다.

야외 노동자들에겐 물, 그늘,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3대 기본 수칙'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곳은 없었습니다.

원동희 기자가 폭염 속 노동자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수은주가 34도를 가리킨 오후 한 시, 택배기사 강민욱 씨가 한창 바쁜 시각입니다.

[강민욱/택배 기사 : "물량이 좀 적어서 200개 조금 넘고. 한 5시간 정도 걸릴 거 같습니다."]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택배 물품을 전달하고, 수거용 가방을 회수하고 나면 체력은 금세 바닥납니다.

[강민욱/택배 기사 : "하나 수거할 때마다 100원 받습니다. (안 할 순 없어요?) 이거 안 하면 회사에서 구역을 빼앗아 갑니다."]

고비는 골목골목을 누벼야 하는 주택가에서 찾아옵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본 골목길 온도는 약 50도.

갈증에 숨이 턱 막힐 때면 급하게 식당 신세를 집니다.

["아 이거 참... 물 좀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택배 기사가 이용할 수 있는 이동 노동자 쉼터는 서울에 8곳뿐, 그나마도 늘 시간에 쫓기는 택배기사들에겐 먼 나라 얘깁니다.

[강민욱/택배 기사 : "차 세워 놓고, 그 뒤에 그늘 이렇게 만들어지면 그냥 벽에 앉아 가지고 한 5분 정도 (쉬는 거죠)."]

표면 온도 50도를 넘는 대로변을 오가는 미화원도 폭염과 사투를 벌입니다.

차량과 아스팔트 등에서 뿜어나오는 열기를 고스란히 견뎌야 합니다.

[고대환/환경미화원 : "자동차에서 뜨거운 그 연기가 나오잖아요. 그것만 해도 열기가 엄청나요. 아스팔트 밑에서도 엄청난 열이 올라와요."]

가게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상가 문틈에서 새어 나온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힙니다.

[고대환/환경미화원 : "그 앞에 지나가면은 일하다가도 거기 있고 싶죠, 그냥."]

회사에서 보내는 건 수분을 보충하라는 문자 뿐입니다.

[고대환/환경미화원 : "제가 오후에는 2시부터 6시까지 일한단 말이에요. 제일 더울 시간이에요, 하루 중. 근무시간 좀 개선했으면..."]

지난 한 달간 발생한 전국의 온열 질환자는 124명,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늘었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서다은/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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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수가 전부”…땡볕 아래 뛰는 노동자들
    • 입력 2023-06-20 06:33:21
    • 수정2023-06-20 06:44:52
    뉴스광장 1부
[앵커]

어제 수도권과 강원 등 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죠.

택배기사나 미화원 같은 야외 노동자들에겐 특별히 더 힘든 하루였습니다.

야외 노동자들에겐 물, 그늘,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3대 기본 수칙'이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곳은 없었습니다.

원동희 기자가 폭염 속 노동자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수은주가 34도를 가리킨 오후 한 시, 택배기사 강민욱 씨가 한창 바쁜 시각입니다.

[강민욱/택배 기사 : "물량이 좀 적어서 200개 조금 넘고. 한 5시간 정도 걸릴 거 같습니다."]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택배 물품을 전달하고, 수거용 가방을 회수하고 나면 체력은 금세 바닥납니다.

[강민욱/택배 기사 : "하나 수거할 때마다 100원 받습니다. (안 할 순 없어요?) 이거 안 하면 회사에서 구역을 빼앗아 갑니다."]

고비는 골목골목을 누벼야 하는 주택가에서 찾아옵니다.

열화상 카메라로 본 골목길 온도는 약 50도.

갈증에 숨이 턱 막힐 때면 급하게 식당 신세를 집니다.

["아 이거 참... 물 좀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택배 기사가 이용할 수 있는 이동 노동자 쉼터는 서울에 8곳뿐, 그나마도 늘 시간에 쫓기는 택배기사들에겐 먼 나라 얘깁니다.

[강민욱/택배 기사 : "차 세워 놓고, 그 뒤에 그늘 이렇게 만들어지면 그냥 벽에 앉아 가지고 한 5분 정도 (쉬는 거죠)."]

표면 온도 50도를 넘는 대로변을 오가는 미화원도 폭염과 사투를 벌입니다.

차량과 아스팔트 등에서 뿜어나오는 열기를 고스란히 견뎌야 합니다.

[고대환/환경미화원 : "자동차에서 뜨거운 그 연기가 나오잖아요. 그것만 해도 열기가 엄청나요. 아스팔트 밑에서도 엄청난 열이 올라와요."]

가게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상가 문틈에서 새어 나온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힙니다.

[고대환/환경미화원 : "그 앞에 지나가면은 일하다가도 거기 있고 싶죠, 그냥."]

회사에서 보내는 건 수분을 보충하라는 문자 뿐입니다.

[고대환/환경미화원 : "제가 오후에는 2시부터 6시까지 일한단 말이에요. 제일 더울 시간이에요, 하루 중. 근무시간 좀 개선했으면..."]

지난 한 달간 발생한 전국의 온열 질환자는 124명,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늘었습니다.

KBS 뉴스 원동희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서다은/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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