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사우디 ‘왕따’ 시킨다더니…친구 만들어 주는 미국?

입력 2023.06.23 (10:52) 수정 2023.06.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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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동의 오랜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사이에 최근 해빙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라고 하는데, 이유가 뭘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분위기가 달라진 게 사우디 교과서에서도 드러난다고요?

[기자]

사우디 교과서에서 유대인, 기독교에 대한 적대적인 표현이 있었는데, 최근 상당 부분 삭제됐다고 CNN이 보도했습니다.

"유대인, 기독교인은 이슬람의 적이다", "이들은 복음을 파괴하고 왜곡했다" 이런 내용이 빠진 건데요.

이거 하나로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대하는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 유대교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오랜 갈등 관계인데,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가 올해 안에 양측의 평화협정을 이끌어 내겠다며 적극 중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오랜 앙숙인 두 나라가 미국 중재로 화해하는 데 성공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외교 성과가 될 것 같네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에 대선 재도전을 앞두고 있죠.

두 나라의 중재에 성공하면 바이든 정부의 최대 외교 치적이 되고, 대통령 선거 득표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협상 중재에 꽤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달 초 사우디로 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났고, 돌아온 직후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측의 입장을 조율한 거로 보입니다.

[토니 블링컨/미 국무장관 : "우리는 이스라엘이 중동과 함께 하는 걸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우리는 이미 체결한 협정을 심화시키고 다른 국가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미 정부 핵심 외교 당국자들도 양측 정부 관계자와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앵커]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미국 바이든 행정부인데, 최근 태도는 영 딴판인 것 같아요?

[기자]

사실 이런 중재자 역할이 미국으로서도 유쾌하기만 하지는 않을 텐데요.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에 암살된 사건이 있었는데, 미국이 그 배후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오랜 우방이었던 두 나라의 관계가 크게 나빠졌었죠.

이 틈을 놓치지 않았던 건 역시 중국입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이 자리를 비운 중동에서 아랍 국가들과 밀착하고 있죠.

지난 3월엔 7년 동안 종파 갈등을 겪던 사우디와 이란의 '깜짝' 화해를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두 나라의 협상 대표가 외교 관계 정상화 합의를 이룬 장소가 베이징이었던 건 상징적입니다.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지난 3월 : "중국은 언제나처럼 주요 국가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겠습니다. 정의를 수호하고, 중동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중국이 이렇게 중동을 파고든데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불안, 미국산 무기 판매 같은 이슈가 있으니까 미국이 더 이상은 중동을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냉험한 지정학적 현실을 받아들였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사우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관계 회복에 나섰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결국 아쉬운 쪽은 미국이고, 그렇다면, 사우디가 미국에 이것 저것 요구 하는 게 많을 것 같은데요.

[기자]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 조건으로 민간 핵 개발을 지원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핵무기 원료를 만들겠다는 건 아니고 우라늄을 농축하고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미국이 도와달라는 건데요.

이게 기술적으로는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미국엔 난처한 요구이고, 이스라엘 역시 반대입니다.

또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향해선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을 먼저 풀어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데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은 중동 화약고의 해묵은 불씨죠.

이스라엘 우파의 상징 네타냐후 총리 정권이 들어선 지난해 말부터 양측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부가 최근 정부 시위에 직면하는 등 국정 동력을 많이 잃었기 때문에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큰 외교 이벤트를 성사시키고 싶어 할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사우디와 외교를 정상화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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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사우디 ‘왕따’ 시킨다더니…친구 만들어 주는 미국?
    • 입력 2023-06-23 10:52:37
    • 수정2023-06-23 10: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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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동의 오랜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사이에 최근 해빙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라고 하는데, 이유가 뭘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분위기가 달라진 게 사우디 교과서에서도 드러난다고요?

[기자]

사우디 교과서에서 유대인, 기독교에 대한 적대적인 표현이 있었는데, 최근 상당 부분 삭제됐다고 CNN이 보도했습니다.

"유대인, 기독교인은 이슬람의 적이다", "이들은 복음을 파괴하고 왜곡했다" 이런 내용이 빠진 건데요.

이거 하나로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대하는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 유대교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은 역사적으로 오랜 갈등 관계인데,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가 올해 안에 양측의 평화협정을 이끌어 내겠다며 적극 중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오랜 앙숙인 두 나라가 미국 중재로 화해하는 데 성공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외교 성과가 될 것 같네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에 대선 재도전을 앞두고 있죠.

두 나라의 중재에 성공하면 바이든 정부의 최대 외교 치적이 되고, 대통령 선거 득표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협상 중재에 꽤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달 초 사우디로 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났고, 돌아온 직후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측의 입장을 조율한 거로 보입니다.

[토니 블링컨/미 국무장관 : "우리는 이스라엘이 중동과 함께 하는 걸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우리는 이미 체결한 협정을 심화시키고 다른 국가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미 정부 핵심 외교 당국자들도 양측 정부 관계자와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앵커]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미국 바이든 행정부인데, 최근 태도는 영 딴판인 것 같아요?

[기자]

사실 이런 중재자 역할이 미국으로서도 유쾌하기만 하지는 않을 텐데요.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에 암살된 사건이 있었는데, 미국이 그 배후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오랜 우방이었던 두 나라의 관계가 크게 나빠졌었죠.

이 틈을 놓치지 않았던 건 역시 중국입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이 자리를 비운 중동에서 아랍 국가들과 밀착하고 있죠.

지난 3월엔 7년 동안 종파 갈등을 겪던 사우디와 이란의 '깜짝' 화해를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두 나라의 협상 대표가 외교 관계 정상화 합의를 이룬 장소가 베이징이었던 건 상징적입니다.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지난 3월 : "중국은 언제나처럼 주요 국가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겠습니다. 정의를 수호하고, 중동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중국이 이렇게 중동을 파고든데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불안, 미국산 무기 판매 같은 이슈가 있으니까 미국이 더 이상은 중동을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냉험한 지정학적 현실을 받아들였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사우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관계 회복에 나섰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결국 아쉬운 쪽은 미국이고, 그렇다면, 사우디가 미국에 이것 저것 요구 하는 게 많을 것 같은데요.

[기자]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 조건으로 민간 핵 개발을 지원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핵무기 원료를 만들겠다는 건 아니고 우라늄을 농축하고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미국이 도와달라는 건데요.

이게 기술적으로는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미국엔 난처한 요구이고, 이스라엘 역시 반대입니다.

또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향해선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을 먼저 풀어야 한다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데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은 중동 화약고의 해묵은 불씨죠.

이스라엘 우파의 상징 네타냐후 총리 정권이 들어선 지난해 말부터 양측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부가 최근 정부 시위에 직면하는 등 국정 동력을 많이 잃었기 때문에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큰 외교 이벤트를 성사시키고 싶어 할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사우디와 외교를 정상화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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