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단색의 화폭, 그 무한한 우주…‘고독한 수행자’ 정상화

입력 2023.06.24 (21:31) 수정 2023.06.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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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오늘(24일)은 세계가 인정한 한국적 추상 회화 '단색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정상화 작가의 예술 세계를 전해드립니다.

아흔이 넘은 지금까지 수행자의 길을 걷듯 묵묵히 자기만의 숨결을 단색의 화폭에 메워 온 작가의 작품들, 감상해 보시죠.

김석 기잡니다.

[리포트]

드높은 하늘, 끝없는 바다.

그 무엇을 떠올려도 좋을 단 하나의 색 '파랑'.

가까이 다가서면 표면에 가득한 무늬가 보입니다.

빽빽하게 쌓이고 이어져 무한으로 퍼져 나가는 흔적.

단색의 화폭에 작가가 새겨넣은 고유한 지문입니다.

보이는 건 그저 흰 캔버스뿐이지만, 작은 네모꼴 하나하나를 가르는 선들이 평면에 독특한 리듬감을 부여합니다.

고령토를 여러 번 바르고 말린 뒤 캔버스를 접어서 균열을 만드는 수행과도 같은 과정.

그렇게 뜯어내고, 메우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평면에 깊이를 더한 자기만의 우주를 활짝 열었습니다.

올해로 어느덧 아흔 둘.

이제 더는 작업은 못하지만, 예술을 향한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정상화/작가 :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바보스러움, 거기에 뭐 없거든. 바보스러움이 결국에 말을 해줘요."]

색을 제거해 표면에 집중하게 만드는 그림들.

작가는 그 속에 시간과 공간, 계절과 감정, 그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1세대 단색화가로 세계 무대에서 명성을 얻은 정상화 작가.

전시를 보러 올 이들에게 이 한 마디를 거듭 전했습니다.

[정상화/작가 : "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되풀이해서 보면 뭔가 모르게 이렇게 다가오는 게 있습니다. 작가에게 무슨 설명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림은 보고 느끼는 거죠."]

독보적인 회화 세계를 연 1970년대부터 마지막 작품을 완성한 2019년까지 작가의 시기별 대표작 40여 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오승근/영상편집:장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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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문화] 단색의 화폭, 그 무한한 우주…‘고독한 수행자’ 정상화
    • 입력 2023-06-24 21:31:25
    • 수정2023-06-24 21: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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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오늘(24일)은 세계가 인정한 한국적 추상 회화 '단색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정상화 작가의 예술 세계를 전해드립니다.

아흔이 넘은 지금까지 수행자의 길을 걷듯 묵묵히 자기만의 숨결을 단색의 화폭에 메워 온 작가의 작품들, 감상해 보시죠.

김석 기잡니다.

[리포트]

드높은 하늘, 끝없는 바다.

그 무엇을 떠올려도 좋을 단 하나의 색 '파랑'.

가까이 다가서면 표면에 가득한 무늬가 보입니다.

빽빽하게 쌓이고 이어져 무한으로 퍼져 나가는 흔적.

단색의 화폭에 작가가 새겨넣은 고유한 지문입니다.

보이는 건 그저 흰 캔버스뿐이지만, 작은 네모꼴 하나하나를 가르는 선들이 평면에 독특한 리듬감을 부여합니다.

고령토를 여러 번 바르고 말린 뒤 캔버스를 접어서 균열을 만드는 수행과도 같은 과정.

그렇게 뜯어내고, 메우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평면에 깊이를 더한 자기만의 우주를 활짝 열었습니다.

올해로 어느덧 아흔 둘.

이제 더는 작업은 못하지만, 예술을 향한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정상화/작가 :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바보스러움, 거기에 뭐 없거든. 바보스러움이 결국에 말을 해줘요."]

색을 제거해 표면에 집중하게 만드는 그림들.

작가는 그 속에 시간과 공간, 계절과 감정, 그 모든 것을 담았습니다.

1세대 단색화가로 세계 무대에서 명성을 얻은 정상화 작가.

전시를 보러 올 이들에게 이 한 마디를 거듭 전했습니다.

[정상화/작가 : "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되풀이해서 보면 뭔가 모르게 이렇게 다가오는 게 있습니다. 작가에게 무슨 설명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림은 보고 느끼는 거죠."]

독보적인 회화 세계를 연 1970년대부터 마지막 작품을 완성한 2019년까지 작가의 시기별 대표작 40여 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오승근/영상편집:장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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