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왜?…난민 등이 연간 신생아보다 더 많다는데 [창+]

입력 2023.06.26 (07:00) 수정 2023.06.26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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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나의 난민, 너의 난민'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이주민과 난민에게 관용적인 나라, 독일로 향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난민 927만여 명을 받아들인 나라. 난민 인정률이 한 해 평균 20%를 넘는 이 나라에서는 난민과 난민 신청자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베를린 시내에 있는 건설 현장에서 기니 출신의 아마두 씨를 만났습니다.

유럽 각국을 떠돌다 독일에 온 지는 3년째, 취업허가를 받아 상하수도 파이프관을 만드는 회사에서 직업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그에게 회사에 취직해 기술교육을 받고, 언어를 배울 기회를 줬습니다.

<인터뷰> 아마두 (기니 난민/23세)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제 꿈을 위해서니까요./ 저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그건 저의 아주 큰 강점이 될 겁니다.

야마두 씨는 일단 임시체류 비자를 받았지만, 일을 하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5년 더 체류하면 영주권 취득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에게 독일은 언어도 생활방식도 다른 낯선 나라였지만, 무난하게 이 사회에 정착했습니다.

<인터뷰> 아마두/ 기니 난민 (68633/ 1:03:14/ 1:13:26-37)
이제 이 나라의 언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훨씬 쉬워졌습니다. 어딜 가든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거든요. 이제 같이 어울릴 친구도 많이 생겼죠.

이 기업은 전체 직원 160명 가운데 4분의 1 가량이 난민을 포함한 이민자입니다. 회사는 3년 동안 일정 월급을 주면서 직원들을 교육하고, 이후에는 정직원으로 채용합니다. 회사 대표는 난민과 이주민 채용은 독일 기업들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디어터 미에벤/ 프리히 앤 파우스트 기업 대표
독일인 훈련생을 충분히 찾기 어렵기 때문에 난민이나 이민자들을 찾아보는 겁니다./ 근로자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5년에서 10년만 지나면 그들은 연로해서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회사 대표는 나이 든 사람은 갈수록 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드는 독일의 현실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습니다. 일할 사람의 공백, 그 공간을 메우는 것이 난민과 이주민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그들은 의지가 강하고 열심히 일하며 매일 공사 현장에 옵니다. 그리고 공사 현장에서 독일인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2021년 독일 출생아 숫자는 79만여 명. 같은 해 독일이 받아들인 이주민은 난민을 포함해 132만여 명입니다. 독일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독일이 제공하는 난민 보호는 크게 네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본국으로부터 직접적인 박해를 받은 사람에게 주는 망명 자격, 국적과 종교 등의 사유로 국가나 비국가 단체로부터 위협을 받은 사람에게 주는 난민 자격, 이외에도 본국에서 신변의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보충적 보호 자격과 추방금지 자격을 비교적 관용적으로 부여하고 있습니다.

어떤 범주에 속하든, 취업을 해서 독일에 체류할 수 있고, 기초 생활에 관련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또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5년 뒤에는 영주권을 취득할 자격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열려있는 겁니다.

독일에 온 지 13년이 된 아프가니스탄 가족을 만났습니다. 이 가족은 오랜 내전으로 고통 받아 온 고국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유럽행을 택했습니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독일 사회는 열려있었습니다. 어렵지 않게 가족 모두 난민 인정을 받았습니다.

큰딸 파티마 씨는 6년 전 독일 국적을 취득했고, 지금은 안경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공포를 벗어난 삶, 그녀는 여기서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파티마 /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28세)
베를린에 도착한 날 우린 꿈을 꾸는 것 같았어요. / 여기서 삶을 시작할 수 있었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됐어요./ 우리가 여기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하나의 기회에요. 그 점에 정말 감사하죠.

독일 정부가 이토록 관용적으로 난민과 이주민을 수용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를린 주 정부 이민정책 담당관을 만났습니다. 이렇게 난민과 이민자들이 많아지면 독일의 정체성이 흔들릴까봐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독일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인터뷰> 카트리나 뉴에잘 (베를린 주정부 이민정책담당관)
누구나 이 나라와 자신을 동일시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독일인입니다. 이 나라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면 그 사람이 독일인입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의 순혈주의, 자기 민족만이 그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게르만족만이 독일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뷰>
순수 독일 혈통만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수백만 명이 강제 수용소에서 죽었습니다./ 피가 (혈통이) 애국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일 헌법이 정신이, 누구나 지키는 기본법이 독일인을 만드는 겁니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 상대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깊은 자각. 독일이 난민과 이주민에게 너그러울 수 있는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우리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모인 집단이 발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은 본인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현장에서, 가정에서, 이웃에서, 친구끼리, 가족끼리 실제로 만나는 곳에서 편견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모두가 부디 서로 만나기를 권합니다.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에서, 태국의 미얀마 난민촌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많은 난민들을 만났습니다.

시리아와 미얀마 속으로 들어가 이들이 말하는 참상을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고통은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고, 더 나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발버둥 치면서 살아가는 것.

인간 존재의 본성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인간다운 삶, 더 나은 삶을 애타게 찾아온 그들을 너그럽게 품는 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생각해 봅니다.

너의 난민이 아닌 나의 난민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인정하는 사회가 더 풍요로울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리마스/ 10세
(저희가 한국에서 난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왔잖아요. 우리한테 하고 싶은 얘기 마지막으로 해줄래요?)
만나서 너무 반갑고, 고맙고, 사랑해요.

#시사기획 창 #독일 #이주민 정책 #독일 난민 # 독일 출생아 #나의 난민, 너의 난민 # 관용 #민족주의 #순혈주의 #이주민 정책

방송일시 : 2023년 6월 20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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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6 07:00:30
    • 수정2023-06-26 07: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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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나의 난민, 너의 난민'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이주민과 난민에게 관용적인 나라, 독일로 향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난민 927만여 명을 받아들인 나라. 난민 인정률이 한 해 평균 20%를 넘는 이 나라에서는 난민과 난민 신청자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베를린 시내에 있는 건설 현장에서 기니 출신의 아마두 씨를 만났습니다.

유럽 각국을 떠돌다 독일에 온 지는 3년째, 취업허가를 받아 상하수도 파이프관을 만드는 회사에서 직업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그에게 회사에 취직해 기술교육을 받고, 언어를 배울 기회를 줬습니다.

<인터뷰> 아마두 (기니 난민/23세)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제 꿈을 위해서니까요./ 저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그건 저의 아주 큰 강점이 될 겁니다.

야마두 씨는 일단 임시체류 비자를 받았지만, 일을 하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5년 더 체류하면 영주권 취득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에게 독일은 언어도 생활방식도 다른 낯선 나라였지만, 무난하게 이 사회에 정착했습니다.

<인터뷰> 아마두/ 기니 난민 (68633/ 1:03:14/ 1:13:26-37)
이제 이 나라의 언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훨씬 쉬워졌습니다. 어딜 가든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거든요. 이제 같이 어울릴 친구도 많이 생겼죠.

이 기업은 전체 직원 160명 가운데 4분의 1 가량이 난민을 포함한 이민자입니다. 회사는 3년 동안 일정 월급을 주면서 직원들을 교육하고, 이후에는 정직원으로 채용합니다. 회사 대표는 난민과 이주민 채용은 독일 기업들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디어터 미에벤/ 프리히 앤 파우스트 기업 대표
독일인 훈련생을 충분히 찾기 어렵기 때문에 난민이나 이민자들을 찾아보는 겁니다./ 근로자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5년에서 10년만 지나면 그들은 연로해서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겁니다.

회사 대표는 나이 든 사람은 갈수록 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드는 독일의 현실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습니다. 일할 사람의 공백, 그 공간을 메우는 것이 난민과 이주민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그들은 의지가 강하고 열심히 일하며 매일 공사 현장에 옵니다. 그리고 공사 현장에서 독일인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2021년 독일 출생아 숫자는 79만여 명. 같은 해 독일이 받아들인 이주민은 난민을 포함해 132만여 명입니다. 독일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독일이 제공하는 난민 보호는 크게 네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본국으로부터 직접적인 박해를 받은 사람에게 주는 망명 자격, 국적과 종교 등의 사유로 국가나 비국가 단체로부터 위협을 받은 사람에게 주는 난민 자격, 이외에도 본국에서 신변의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보충적 보호 자격과 추방금지 자격을 비교적 관용적으로 부여하고 있습니다.

어떤 범주에 속하든, 취업을 해서 독일에 체류할 수 있고, 기초 생활에 관련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또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5년 뒤에는 영주권을 취득할 자격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열려있는 겁니다.

독일에 온 지 13년이 된 아프가니스탄 가족을 만났습니다. 이 가족은 오랜 내전으로 고통 받아 온 고국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유럽행을 택했습니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독일 사회는 열려있었습니다. 어렵지 않게 가족 모두 난민 인정을 받았습니다.

큰딸 파티마 씨는 6년 전 독일 국적을 취득했고, 지금은 안경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공포를 벗어난 삶, 그녀는 여기서 전혀 다른 삶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파티마 /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28세)
베를린에 도착한 날 우린 꿈을 꾸는 것 같았어요. / 여기서 삶을 시작할 수 있었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됐어요./ 우리가 여기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하나의 기회에요. 그 점에 정말 감사하죠.

독일 정부가 이토록 관용적으로 난민과 이주민을 수용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를린 주 정부 이민정책 담당관을 만났습니다. 이렇게 난민과 이민자들이 많아지면 독일의 정체성이 흔들릴까봐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독일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인터뷰> 카트리나 뉴에잘 (베를린 주정부 이민정책담당관)
누구나 이 나라와 자신을 동일시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독일인입니다. 이 나라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면 그 사람이 독일인입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의 순혈주의, 자기 민족만이 그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게르만족만이 독일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뷰>
순수 독일 혈통만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수백만 명이 강제 수용소에서 죽었습니다./ 피가 (혈통이) 애국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일 헌법이 정신이, 누구나 지키는 기본법이 독일인을 만드는 겁니다.

다양한 사람이 모인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 상대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깊은 자각. 독일이 난민과 이주민에게 너그러울 수 있는 이유였습니다.

<인터뷰>
우리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모인 집단이 발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은 본인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현장에서, 가정에서, 이웃에서, 친구끼리, 가족끼리 실제로 만나는 곳에서 편견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모두가 부디 서로 만나기를 권합니다.

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에서, 태국의 미얀마 난민촌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많은 난민들을 만났습니다.

시리아와 미얀마 속으로 들어가 이들이 말하는 참상을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고통은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고, 더 나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발버둥 치면서 살아가는 것.

인간 존재의 본성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인간다운 삶, 더 나은 삶을 애타게 찾아온 그들을 너그럽게 품는 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생각해 봅니다.

너의 난민이 아닌 나의 난민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인정하는 사회가 더 풍요로울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리마스/ 10세
(저희가 한국에서 난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왔잖아요. 우리한테 하고 싶은 얘기 마지막으로 해줄래요?)
만나서 너무 반갑고, 고맙고, 사랑해요.

#시사기획 창 #독일 #이주민 정책 #독일 난민 # 독일 출생아 #나의 난민, 너의 난민 # 관용 #민족주의 #순혈주의 #이주민 정책

방송일시 : 2023년 6월 20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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