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사회]② 첫 접촉도 구입도 주로 병의원에서…“의료용 마약이 더 심각”

입력 2023.06.27 (06:40) 수정 2023.06.2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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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떤 경로로 마약을 하게 되는 걸까요.

이 조사 결과도 상당히 놀랍습니다.

마약 경험자의 절반은 병의원에서 마약을 처음 접했고 이후에도 마약을 구하는 주요 통로는 병의원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최준혁, 신지수 기자가 이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치료가 아닌 용도로 "마약을 해봤다"고 답한 3.2%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먼저, 누구를 통해 마약을 처음으로 접했는지입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병의원에서 일하는 의료인을 통했다고 답했습니다.

온·오프라인 판매상을 통했다는 답은 각각 1%대에 불과했습니다.

마약을 처음 사용한 장소도 역시 가장 많은 응답자가 병원을 꼽았습니다.

두 번 이상 마약을 해 봤다는 응답자로 대상을 좁혀서 주로 어디서 마약을 구입했는지도 물었는데, 3분의 2에 가까운 응답자가 역시 병·의원을 골랐습니다.

SNS, 해외 배송, 다크웹 같이 흔히 짐작하는 마약 구입 경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치료 목적이 아니어도 마약을 구하는 주된 통로가 병·의원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사용해 본 마약의 종류를 모두 골라달라는 질문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집니다.

가장 많은 답이 나온 대마를 빼면, 졸피뎀을 포함한 진정제와 프로포폴, 살 빼는 약 같이 의사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들이 모두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필로폰이나 코카인 같은 소위 '하드 드럭'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리포트]

마약 중독을 경험했던 김 모 씨는 당시 병원 간판만 보고 다녔다고 합니다.

허술해 보이는 병의원을 골라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처방을 요구했습니다.

[김 ○○/마약 중독 경험자/음성변조 : "간판 오래돼 보이면 한 번 가보는 거죠. '허리가 너무 아픈데 원래 붙이던 진통제가 있어요. 패치인데 그것 좀 주실래요?'"]

여러 병의원을 돌며 적정 용량으로 치면 1년 치 넘는 펜타닐을 한꺼번에 구해 사용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김 ○○/마약 중독 경험자/음성변조 : "왜 이렇게 쉽게 주지? 이거를. 진짜 아픈 게 맞나 한 번 (확인)해봐야 되는데 안 해보니까 약을 더 쉽게 탈 수 있는 것 같고."]

비만 치료를 내세운 한 병원을 직접 찾았습니다.

몸무게도 재지 않고 대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주겠다고 합니다.

[A 의원 관계자/음성변조 : "향정 계열로 빨리 빼고 그 다음에 유지를 비향정으로 하는 게 제일 낫습니다. 향정으로 한 2~3달 빨리 먹고 싹 빼고..."]

식욕억제제 역시 중독과 환각 같은 부작용이 있어 처방 대상과 용법, 용량을 지켜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단 3분 정도의 문진만으로 한 달 치를 처방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처방전, 누군가에게는 합법적으로 마약을 구하는 통로가 됩니다.

[박성수/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의약품으로 써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이 오용되거나 또는 남용되는 문제, 이게 어떻게 보면 더 심각할 수 있는 거죠. 지금 우리의 문제에 있어서는."]

연간 마약류 의약품 처방 건수는 1억 건 안팎.

어느 정도가 오남용되고 있는지조차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제작:박찬준/영상편집:이현모 김지영/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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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한 사회]② 첫 접촉도 구입도 주로 병의원에서…“의료용 마약이 더 심각”
    • 입력 2023-06-27 06:40:49
    • 수정2023-06-27 07: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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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떤 경로로 마약을 하게 되는 걸까요.

이 조사 결과도 상당히 놀랍습니다.

마약 경험자의 절반은 병의원에서 마약을 처음 접했고 이후에도 마약을 구하는 주요 통로는 병의원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최준혁, 신지수 기자가 이어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치료가 아닌 용도로 "마약을 해봤다"고 답한 3.2%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먼저, 누구를 통해 마약을 처음으로 접했는지입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병의원에서 일하는 의료인을 통했다고 답했습니다.

온·오프라인 판매상을 통했다는 답은 각각 1%대에 불과했습니다.

마약을 처음 사용한 장소도 역시 가장 많은 응답자가 병원을 꼽았습니다.

두 번 이상 마약을 해 봤다는 응답자로 대상을 좁혀서 주로 어디서 마약을 구입했는지도 물었는데, 3분의 2에 가까운 응답자가 역시 병·의원을 골랐습니다.

SNS, 해외 배송, 다크웹 같이 흔히 짐작하는 마약 구입 경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치료 목적이 아니어도 마약을 구하는 주된 통로가 병·의원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사용해 본 마약의 종류를 모두 골라달라는 질문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집니다.

가장 많은 답이 나온 대마를 빼면, 졸피뎀을 포함한 진정제와 프로포폴, 살 빼는 약 같이 의사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들이 모두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필로폰이나 코카인 같은 소위 '하드 드럭'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리포트]

마약 중독을 경험했던 김 모 씨는 당시 병원 간판만 보고 다녔다고 합니다.

허술해 보이는 병의원을 골라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처방을 요구했습니다.

[김 ○○/마약 중독 경험자/음성변조 : "간판 오래돼 보이면 한 번 가보는 거죠. '허리가 너무 아픈데 원래 붙이던 진통제가 있어요. 패치인데 그것 좀 주실래요?'"]

여러 병의원을 돌며 적정 용량으로 치면 1년 치 넘는 펜타닐을 한꺼번에 구해 사용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김 ○○/마약 중독 경험자/음성변조 : "왜 이렇게 쉽게 주지? 이거를. 진짜 아픈 게 맞나 한 번 (확인)해봐야 되는데 안 해보니까 약을 더 쉽게 탈 수 있는 것 같고."]

비만 치료를 내세운 한 병원을 직접 찾았습니다.

몸무게도 재지 않고 대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주겠다고 합니다.

[A 의원 관계자/음성변조 : "향정 계열로 빨리 빼고 그 다음에 유지를 비향정으로 하는 게 제일 낫습니다. 향정으로 한 2~3달 빨리 먹고 싹 빼고..."]

식욕억제제 역시 중독과 환각 같은 부작용이 있어 처방 대상과 용법, 용량을 지켜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단 3분 정도의 문진만으로 한 달 치를 처방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처방전, 누군가에게는 합법적으로 마약을 구하는 통로가 됩니다.

[박성수/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의약품으로 써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이 오용되거나 또는 남용되는 문제, 이게 어떻게 보면 더 심각할 수 있는 거죠. 지금 우리의 문제에 있어서는."]

연간 마약류 의약품 처방 건수는 1억 건 안팎.

어느 정도가 오남용되고 있는지조차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제작:박찬준/영상편집:이현모 김지영/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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