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원 떼먹은 배상윤 회장 나와라!"
KH그룹의 배상윤 회장이 처음 세간의 주목을 받은 계기는 '하얏트호텔 난동 사건'입니다.
2020년 10월, 배 회장의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수십억 원을 잃었다는 윤모 씨가 수노아파 조직원들을 사주해 당시 배 회장의 소유였던 서울 용산구의 특급 호텔 '하얏트호텔'에서 배 회장을 찾으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배 회장은 이후 조직폭력배들에게 위협을 당했다며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역시 폭력 조직 출신이었던 자신도 주목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하지만 배 회장은 다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KH그룹의 KH강원개발이 강원도의 알펜시아 리조트를 7천억 원가량에 사들이면서였습니다. 여러 차례 유찰 끝에 주인을 찾은 것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니 입찰 담합 의혹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배 회장은 수사 선상에 올랐고 현재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가 입찰 방해와 횡령, 배임 혐의로 동남아에 도피 중인 배 회장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배 회장은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한 탓에 수사 선상에 올라 해외 도피 생활까지 하게 된 겁니다.
■ 인수 두 달 뒤 '알짜 부지' 매각…사무실도 없는 '유령 회사'에?
그런데 KH 측은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인수한 알펜시아의 땅 15만여㎡를 지난해 4월 한 업체에 팔았습니다. 골프장과 별채 숙소 시설이 있는, 리조트 안에서도 '알짜 부지'였습니다.
KH필룩스가 공시한 보고서를 보면 KH강원개발은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하여" 토지 일부를 800억 원에 팔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땅을 사서 이 부지를 개발하기로 한 곳은 '평창블루개발'이란 업체입니다.
지난해 8월 보도됐던 기사들을 보면, 평창블루개발은 해당 부지에 '최고급 별장형 골프빌리지'를 만들어 분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KH그룹 소유였던 하얏트호텔에서 홍보관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 회사의 정체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법인 주소로 등록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무실을 KBS 취재팀이 찾아가 봤습니다. 그곳은 여러 업체가 임대해 쓰는 공유형 임대 사무실이었고, 그마저 평창블루개발은 주소만 등록해 둔 채 사무실을 차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사무실 관계자는 "평창블루개발이 올해 2월에 들어온 뒤로 우편물만 퀵 서비스로 찾아갔을 뿐, 실제로 사무실은 없다"며 "대표인 임모 씨마저 올해 5월 중순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습니다.
사무실도 없는 '유령 회사'로 의심되는 곳이 리조트의 알짜 부지를 사들여 개발하기로 한 겁니다.
■ 검찰 "배상윤 측 차명 회사로 파악"…사적 이익 위해 알펜시아 인수 '의심'
KBS 취재 결과, 검찰은 평창블루개발을 배상윤 회장의 차명 회사로 파악하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평창블루개발의 대표 임모 씨도 조사했습니다. 임 씨는 검찰 조사에서 평창블루개발이 배 회장과 투자자들이 설립한 차명 회사이고, 자신은 서류상 대표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배 회장은 실제로 리조트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알짜 부지' 개발을 통한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하려고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특히 검찰은 KH강원개발이 리조트 인수 대금을 계열사에서 부당하게 지원받은 혐의도 수사하고 있는데, 계열사 자금까지 동원해가며 인수한 리조트의 알짜 부지를 정작 자신의 개인 회사로 빼돌리려고 했다는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 KH그룹 "연관성 몰랐다"…배상윤, 동남아에서 '황제 도피' 중
이 같은 차명 회사 의혹에 대해 KH그룹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KH그룹 관계자는 KBS에 "KH강원개발 관계자들에게 확인해 보니, 평창블루개발이 배 회장 등 KH그룹과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여러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배 회장의 차명 회사 의혹을 처음 전해 들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평창블루개발에서 사업을 시도하다가 잘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KH강원개발은 올해 3월 평창블루개발과의 매각 계약을 철회하고 다른 업체와 해당 부지를 9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배 회장이 자신의 의도가 발각돼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평창블루개발은 이밖에도 KH그룹 계열사인 KH전자와 30억 원짜리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감을 받아온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알펜시아 입찰 방해 혐의와 배 회장의 배임, 횡령과 관련한 본류 수사가 마무리된 뒤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방침입니다.
배 회장은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해외로 출국한 뒤 지금까지 동남아 등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총괄부회장 우모 씨 등의 도움을 받아 한국 음식을 공수받거나 호화 리조트, 골프장 등을 드나들며 '황제 도피'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배 회장의 해외 도피를 조직적으로 도운 혐의로 기소된 우 씨 등은 지난 26일 열린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하얏트 난동’ 조폭이 찾던 배상윤…‘유령회사 의혹’도 수사
-
- 입력 2023-06-30 17:12:31
"60억 원 떼먹은 배상윤 회장 나와라!"
KH그룹의 배상윤 회장이 처음 세간의 주목을 받은 계기는 '하얏트호텔 난동 사건'입니다.
2020년 10월, 배 회장의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수십억 원을 잃었다는 윤모 씨가 수노아파 조직원들을 사주해 당시 배 회장의 소유였던 서울 용산구의 특급 호텔 '하얏트호텔'에서 배 회장을 찾으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배 회장은 이후 조직폭력배들에게 위협을 당했다며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역시 폭력 조직 출신이었던 자신도 주목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하지만 배 회장은 다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KH그룹의 KH강원개발이 강원도의 알펜시아 리조트를 7천억 원가량에 사들이면서였습니다. 여러 차례 유찰 끝에 주인을 찾은 것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니 입찰 담합 의혹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배 회장은 수사 선상에 올랐고 현재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가 입찰 방해와 횡령, 배임 혐의로 동남아에 도피 중인 배 회장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배 회장은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한 탓에 수사 선상에 올라 해외 도피 생활까지 하게 된 겁니다.
■ 인수 두 달 뒤 '알짜 부지' 매각…사무실도 없는 '유령 회사'에?
그런데 KH 측은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인수한 알펜시아의 땅 15만여㎡를 지난해 4월 한 업체에 팔았습니다. 골프장과 별채 숙소 시설이 있는, 리조트 안에서도 '알짜 부지'였습니다.
KH필룩스가 공시한 보고서를 보면 KH강원개발은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하여" 토지 일부를 800억 원에 팔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땅을 사서 이 부지를 개발하기로 한 곳은 '평창블루개발'이란 업체입니다.
지난해 8월 보도됐던 기사들을 보면, 평창블루개발은 해당 부지에 '최고급 별장형 골프빌리지'를 만들어 분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KH그룹 소유였던 하얏트호텔에서 홍보관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 회사의 정체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법인 주소로 등록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무실을 KBS 취재팀이 찾아가 봤습니다. 그곳은 여러 업체가 임대해 쓰는 공유형 임대 사무실이었고, 그마저 평창블루개발은 주소만 등록해 둔 채 사무실을 차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사무실 관계자는 "평창블루개발이 올해 2월에 들어온 뒤로 우편물만 퀵 서비스로 찾아갔을 뿐, 실제로 사무실은 없다"며 "대표인 임모 씨마저 올해 5월 중순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습니다.
사무실도 없는 '유령 회사'로 의심되는 곳이 리조트의 알짜 부지를 사들여 개발하기로 한 겁니다.
■ 검찰 "배상윤 측 차명 회사로 파악"…사적 이익 위해 알펜시아 인수 '의심'
KBS 취재 결과, 검찰은 평창블루개발을 배상윤 회장의 차명 회사로 파악하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평창블루개발의 대표 임모 씨도 조사했습니다. 임 씨는 검찰 조사에서 평창블루개발이 배 회장과 투자자들이 설립한 차명 회사이고, 자신은 서류상 대표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배 회장은 실제로 리조트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알짜 부지' 개발을 통한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하려고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특히 검찰은 KH강원개발이 리조트 인수 대금을 계열사에서 부당하게 지원받은 혐의도 수사하고 있는데, 계열사 자금까지 동원해가며 인수한 리조트의 알짜 부지를 정작 자신의 개인 회사로 빼돌리려고 했다는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 KH그룹 "연관성 몰랐다"…배상윤, 동남아에서 '황제 도피' 중
이 같은 차명 회사 의혹에 대해 KH그룹은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KH그룹 관계자는 KBS에 "KH강원개발 관계자들에게 확인해 보니, 평창블루개발이 배 회장 등 KH그룹과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여러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배 회장의 차명 회사 의혹을 처음 전해 들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평창블루개발에서 사업을 시도하다가 잘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KH강원개발은 올해 3월 평창블루개발과의 매각 계약을 철회하고 다른 업체와 해당 부지를 9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배 회장이 자신의 의도가 발각돼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평창블루개발은 이밖에도 KH그룹 계열사인 KH전자와 30억 원짜리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감을 받아온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알펜시아 입찰 방해 혐의와 배 회장의 배임, 횡령과 관련한 본류 수사가 마무리된 뒤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방침입니다.
배 회장은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해외로 출국한 뒤 지금까지 동남아 등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총괄부회장 우모 씨 등의 도움을 받아 한국 음식을 공수받거나 호화 리조트, 골프장 등을 드나들며 '황제 도피'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배 회장의 해외 도피를 조직적으로 도운 혐의로 기소된 우 씨 등은 지난 26일 열린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
-
김지숙 기자 vox@kbs.co.kr
김지숙 기자의 기사 모음 -
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문예슬 기자의 기사 모음 -
황현규 기자 help@kbs.co.kr
황현규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