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한 신축 아파트 현관문 주변에 쇠파이프가 둘러쳐졌습니다.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새집 벽을 뚫어 파이프를 설치한 건데요. 이 아파트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신축 아파트 단지에 내걸린 ‘출입 금지’ 현수막…입주 막힌 조합원
지난달 30일 입주를 시작한 부산 영도구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울타리마다 “조합원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출입구에는 검정 옷을 입은 용역 업체 직원들이 배치됐고, 오가는 사람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는데요. 전체 1,200여 가구 가운데 재개발 조합원 분양분인 210가구의 입주를 시공사가 막고 있는 겁니다. 현관문 쇠파이프 역시 조합원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한 건데요.

시공사는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 공사비 100억 원 가량을 받지 못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시공사는 부산시 건축 심의 결과를 반영한 보강 공사와 조합이 요청한 창호 변경·붙박이장 공사 등을 추가로 진행했는데요. 이로 인해 공사비가 171억 원 늘었고, 조합이 가지고 있는 재원을 제외한 103억 원 가량을 개별 조합원이 나눠 부담해야 한다고 통보했습니다.
■ 원인은 ‘추가 공사비 갈등’…시공사, 조합원 한 가구당 5천만 원 요구
시공사와 조합은 애초 추가 공사를 시작할 때 공사비에 대한 협의를 마치지 못한 상태였는데요. 예정된 준공 시기가 늦어지면 일반 분양자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일단 공사를 하고, 공사비에 대한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입주 시기가 다 되도록 시공사와 조합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시공사는 지난달 중순 조합에 공문을 보내 “조합원 한 가구당 추가 공사비 5,000만 원 지불을 총회에서 의결하고, 납부 이행 확약서를 작성하면 입주를 하게 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입주가 끝나는 8월 말까지 추가 공사비를 내지 않고, 입주도 하지 않으면 조합원 한 가구당 한 달에 1,000만 원이 넘는 금융 이자 등을 부담해야 한다”고도 통보했는데요.

■ 조합 “공사비 요구 과다” vs 시공사 “공사 끝나 조정 불가”
조합 측은 일반 분양분이 ‘완판’되는 등 시공사가 100억 원이 훌쩍 넘는 추가 수익을 챙겨놓고, 공사비는 조합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추가 공사비 산출 근거도 부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조합원들은 몇십 년 살아온 집을 내준 게 후회된다며 “아파트를 다 부수고 원래 집을 되돌려달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시공사는 “조합 요청에 따라 추가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이미 공사를 마치고 입주가 시작된 시점이어서 하도급 업체에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내야 해 공사비를 조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관할 자치단체인 영도구가 중재에 나섰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대로라면 조합원들이 언제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을지 예상조차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 거리로 나앉게 된 조합원들…자녀 학교 전학까지 영향
취재진이 아파트 근처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입주가 가로막힌 현재 상황에 눈물을 흘리며 분통해했습니다. 아파트를 짓는 3년 동안 여러 번 이사를 한 끝에 “ 입주를 앞두고 살던 집 계약을 끝낸 상황인데, 당장 갈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 조합원은 “단기 월세도 구할 수 없어 급한 대로 돈을 주고 세간살이만 창고에 맡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입주 날짜에 맞춰 세입자를 구했다가 계약금의 2배를 위약금으로 물어준 조합원도 있습니다.
특히 3학년과 5학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조합원은 학교 전학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자녀들을 전학시키려면 전입 신고를 마치고 실거주가 확인돼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조합원은 “이미 다니던 학교에 전학을 간다고 해놓은 상태에서 전학이 이뤄지지 않아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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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아파트 현관문에 둘러진 쇠파이프…이 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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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7-04 06:01:09

부산의 한 신축 아파트 현관문 주변에 쇠파이프가 둘러쳐졌습니다. 아직 입주도 하지 않은 새집 벽을 뚫어 파이프를 설치한 건데요. 이 아파트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신축 아파트 단지에 내걸린 ‘출입 금지’ 현수막…입주 막힌 조합원
지난달 30일 입주를 시작한 부산 영도구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울타리마다 “조합원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출입구에는 검정 옷을 입은 용역 업체 직원들이 배치됐고, 오가는 사람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는데요. 전체 1,200여 가구 가운데 재개발 조합원 분양분인 210가구의 입주를 시공사가 막고 있는 겁니다. 현관문 쇠파이프 역시 조합원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한 건데요.

시공사는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추가 공사비 100억 원 가량을 받지 못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시공사는 부산시 건축 심의 결과를 반영한 보강 공사와 조합이 요청한 창호 변경·붙박이장 공사 등을 추가로 진행했는데요. 이로 인해 공사비가 171억 원 늘었고, 조합이 가지고 있는 재원을 제외한 103억 원 가량을 개별 조합원이 나눠 부담해야 한다고 통보했습니다.
■ 원인은 ‘추가 공사비 갈등’…시공사, 조합원 한 가구당 5천만 원 요구
시공사와 조합은 애초 추가 공사를 시작할 때 공사비에 대한 협의를 마치지 못한 상태였는데요. 예정된 준공 시기가 늦어지면 일반 분양자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일단 공사를 하고, 공사비에 대한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입주 시기가 다 되도록 시공사와 조합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시공사는 지난달 중순 조합에 공문을 보내 “조합원 한 가구당 추가 공사비 5,000만 원 지불을 총회에서 의결하고, 납부 이행 확약서를 작성하면 입주를 하게 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입주가 끝나는 8월 말까지 추가 공사비를 내지 않고, 입주도 하지 않으면 조합원 한 가구당 한 달에 1,000만 원이 넘는 금융 이자 등을 부담해야 한다”고도 통보했는데요.

■ 조합 “공사비 요구 과다” vs 시공사 “공사 끝나 조정 불가”
조합 측은 일반 분양분이 ‘완판’되는 등 시공사가 100억 원이 훌쩍 넘는 추가 수익을 챙겨놓고, 공사비는 조합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추가 공사비 산출 근거도 부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조합원들은 몇십 년 살아온 집을 내준 게 후회된다며 “아파트를 다 부수고 원래 집을 되돌려달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시공사는 “조합 요청에 따라 추가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이미 공사를 마치고 입주가 시작된 시점이어서 하도급 업체에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내야 해 공사비를 조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관할 자치단체인 영도구가 중재에 나섰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이대로라면 조합원들이 언제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을지 예상조차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 거리로 나앉게 된 조합원들…자녀 학교 전학까지 영향
취재진이 아파트 근처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입주가 가로막힌 현재 상황에 눈물을 흘리며 분통해했습니다. 아파트를 짓는 3년 동안 여러 번 이사를 한 끝에 “ 입주를 앞두고 살던 집 계약을 끝낸 상황인데, 당장 갈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 조합원은 “단기 월세도 구할 수 없어 급한 대로 돈을 주고 세간살이만 창고에 맡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입주 날짜에 맞춰 세입자를 구했다가 계약금의 2배를 위약금으로 물어준 조합원도 있습니다.
특히 3학년과 5학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조합원은 학교 전학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자녀들을 전학시키려면 전입 신고를 마치고 실거주가 확인돼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조합원은 “이미 다니던 학교에 전학을 간다고 해놓은 상태에서 전학이 이뤄지지 않아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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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위지 기자 allwa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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