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한국화가 최태문, 소 그림에 담긴 ‘끈기의 철학’

입력 2023.07.04 (19:48) 수정 2023.07.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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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잡은 지 65년.

작가는 평생을 소와 함께했습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죽어서까지 발굽, 꼬리 하나 버릴 것 없이 우리 인간에게 모두 제공하고 가는 그런 동물입니다. 그 성격이나 그것을 우리가, 인간이 본받아야..."]

최태문 작가가 먹으로 그린 소에는 '성실과 끈기'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뚝심의 상징 '소'가 반기는 곳, 최태문 작가가 수많은 소를 잉태한 창작 산실입니다.

실제 크기로 그려낸 소는 미세한 털 하나, 눈빛까지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눈이 소의 마음을 표현하는 창구거든요. 그래서 눈을 가장 잘 그려야 됩니다. 소 눈이 굉장히 예뻐요. 눈이 너무 예쁩니다."]

1978년 첫 경남도전에서 소 그림으로 대상을 받으면서 시작된 소와의 동행.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자료들이 그가 걸어온 길을 보여줍니다.

박생광 선생의 권유로 처음 붓을 잡기 시작한 작가는 전업작가로 고군분투하며 3천 점의 소 그림을 그렸습니다.

힘찬 근육질을 세밀하게 묘사하거나 필력을 집중한 간단한 선으로 희로애락, 관계와 생존의 이치를 전합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사람의 사랑을 가져다 소를 빌려서 제가 표현을 해본 겁니다. 그래서 사랑이 있는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 좋다. 사랑이 있으면 평화가 있을 수 있고..."]

같은 구도, 같은 자세도 붓과 먹의 농담에 따라 달라서 어느 것 하나 같은 소는 없습니다.

붓 하나로 뼈와 근육의 움직임을 살리되 소의 생동감을 완성하는 건 배경입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이 선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감이 나면서 거친 이런 맛을 내야 되기 때문에 붓을 갈필이라고 해요. 붓을 눌러서 붓을 갈라지게 해서 이렇게 운필을 합니다."]

65년 동안 먹을 썼지만 노장은 낮은 자세로 먹의 깊이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무지개 색깔을 합하면 먹색이 되거든요. 먹색 잘 내면 그림이 참 잘 되거든요. 먹색 내는 데 평생이 걸리는 겁니다."]

벽면 가득 방대한 자료는 선과 색, 형태를 연구하기 위해 직접 수집한 것입니다.

평생 한국화를 했지만 여전히 서양화가의 선을 연구하는 자세와 투혼이 놀라운데요.

그의 우직한 작업을 지켜보던 아들도 화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최용석/한국화가/최태문 작가 아들 : "작품에 대한 열정이라든지 또 작품에 대한 애정이 다른 어느 작가들보다 아주 깊습니다. 점점 변화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게 작품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나오기가 가장 힘든 그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

경남예총 초대전 현장.

9년 만에 선보이는 소는 인간사를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고뇌하고 화합하고 돌진하고 응시하는 작가의 소는 생존의 무게와 가치를 세상에 전합니다.

지칠 줄 모르고 달려온 노작가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1000점 그리기에 도전 중입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후세에 남을 그림을 그려야 되니까 신경이 더 많이 쓰이고 목표만 그렇게 가지고 있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은 할 것입니다."]

작가에게 소는 곧 사람입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소가 외나무다리에 서 있는 것이 생입니다. 그래서 소하고 우리 삶하고는 인연이 많습니다. 인간이 소보다도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인간도 동물한테서도 배워야 될 것이 있다..."]

소에 삶을 담는 여든 셋 노작가의 붓은 여전히 분주하게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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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한국화가 최태문, 소 그림에 담긴 ‘끈기의 철학’
    • 입력 2023-07-04 19:48:33
    • 수정2023-07-04 20:18:52
    뉴스7(창원)
붓을 잡은 지 65년.

작가는 평생을 소와 함께했습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죽어서까지 발굽, 꼬리 하나 버릴 것 없이 우리 인간에게 모두 제공하고 가는 그런 동물입니다. 그 성격이나 그것을 우리가, 인간이 본받아야..."]

최태문 작가가 먹으로 그린 소에는 '성실과 끈기'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뚝심의 상징 '소'가 반기는 곳, 최태문 작가가 수많은 소를 잉태한 창작 산실입니다.

실제 크기로 그려낸 소는 미세한 털 하나, 눈빛까지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눈이 소의 마음을 표현하는 창구거든요. 그래서 눈을 가장 잘 그려야 됩니다. 소 눈이 굉장히 예뻐요. 눈이 너무 예쁩니다."]

1978년 첫 경남도전에서 소 그림으로 대상을 받으면서 시작된 소와의 동행.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자료들이 그가 걸어온 길을 보여줍니다.

박생광 선생의 권유로 처음 붓을 잡기 시작한 작가는 전업작가로 고군분투하며 3천 점의 소 그림을 그렸습니다.

힘찬 근육질을 세밀하게 묘사하거나 필력을 집중한 간단한 선으로 희로애락, 관계와 생존의 이치를 전합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사람의 사랑을 가져다 소를 빌려서 제가 표현을 해본 겁니다. 그래서 사랑이 있는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다 좋다. 사랑이 있으면 평화가 있을 수 있고..."]

같은 구도, 같은 자세도 붓과 먹의 농담에 따라 달라서 어느 것 하나 같은 소는 없습니다.

붓 하나로 뼈와 근육의 움직임을 살리되 소의 생동감을 완성하는 건 배경입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이 선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감이 나면서 거친 이런 맛을 내야 되기 때문에 붓을 갈필이라고 해요. 붓을 눌러서 붓을 갈라지게 해서 이렇게 운필을 합니다."]

65년 동안 먹을 썼지만 노장은 낮은 자세로 먹의 깊이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무지개 색깔을 합하면 먹색이 되거든요. 먹색 잘 내면 그림이 참 잘 되거든요. 먹색 내는 데 평생이 걸리는 겁니다."]

벽면 가득 방대한 자료는 선과 색, 형태를 연구하기 위해 직접 수집한 것입니다.

평생 한국화를 했지만 여전히 서양화가의 선을 연구하는 자세와 투혼이 놀라운데요.

그의 우직한 작업을 지켜보던 아들도 화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최용석/한국화가/최태문 작가 아들 : "작품에 대한 열정이라든지 또 작품에 대한 애정이 다른 어느 작가들보다 아주 깊습니다. 점점 변화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게 작품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나오기가 가장 힘든 그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

경남예총 초대전 현장.

9년 만에 선보이는 소는 인간사를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고뇌하고 화합하고 돌진하고 응시하는 작가의 소는 생존의 무게와 가치를 세상에 전합니다.

지칠 줄 모르고 달려온 노작가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1000점 그리기에 도전 중입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후세에 남을 그림을 그려야 되니까 신경이 더 많이 쓰이고 목표만 그렇게 가지고 있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은 할 것입니다."]

작가에게 소는 곧 사람입니다.

[최태문/한국화가 : "소가 외나무다리에 서 있는 것이 생입니다. 그래서 소하고 우리 삶하고는 인연이 많습니다. 인간이 소보다도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인간도 동물한테서도 배워야 될 것이 있다..."]

소에 삶을 담는 여든 셋 노작가의 붓은 여전히 분주하게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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