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엘리베이터가 위험하다”…끊이지 않는 ‘무차별 폭행’

[앵커]

지난주 수도권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무차별 폭행'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모두 성범죄 목적인걸로 보이는데,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엘리베이터 타기가 무섭다는 반응들도 늘고 있는 상탭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대책은 없는지 사회부 이희연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희연 기자, 엘리베이터에서 여성을 노린 사건들.

먼저 어떤 사건인지 설명해주실까요?

[기자]

네. 최근 잇따른 사건들은 자기가 살던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범행에 노출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먼저 지난 3일 새벽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당시 CCTV 화면 함께 보시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검은 옷을 입은 30대 남성이 여성의 뒤를 쫓아가더니,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탑니다.

이후 여성을 따라 내린 후, 집에 들어가려던 피해자를 비상 계단으로 끌고 가 폭행했습니다.

비명 소리를 들은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자 바로 도주했습니다.

경기도 의왕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그것도 대낮에 있었습니다.

20대 남성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성을 폭행하다가, 문이 열리자 계단까지 끌고 가 폭행을 이어간 겁니다.

두 사건 모두,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로 처음 본 사이였습니다.

[앵커]

알던 사이도 아닌데 왜 이런 짓을 벌인 건지, 경찰 수사결과는 나왔나요?

[기자]

경찰은 두 사건 모두 성범죄를 목적으로 한 범행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먼저 노원구 사건의 피의자는 "술에 취해 기억이 안난다"며 범행 전반을 부인했지만, 경찰 판단은 다릅니다.

피의자가 폭행 과정에서 성적인 발언을 했다는 진술이 피해자로부터 나온 겁니다.

의왕 사건의 경우는 피의자가 '성폭행을 하려던 게 맞다'라고 직접 인정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박 모 씨/의왕 사건 피의자 : "(성폭행하려던 거 맞습니까?) 네."]

[앵커]

하필 엘리베이터에서 이런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엘리베이터라는 공간 자체가 가진 특수성 때문입니다.

폐쇄적이고 고립돼 있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범행 장소로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바꿔 말하면 엘리베이터의 폐쇄성과 고립성은 범죄 피해자를 더 큰 공포감과 무력감에 빠지게도 합니다.

특히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CCTV 화질이 좋지 않거나 고장난 경우도 많아 범죄의 사각지대가 되기도 합니다.

경찰은 두 사건에 각각 간음목적 약취유인죄와 강간치상죄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둘 다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을 받게되는 범죄입니다.

[앵커]

단순 폭행 사건보다 더 강한 처벌을 내리겠다는 걸로 볼 수 있나요?

[기자]

네. 성범죄 목적으로 행한 게 맞다고 인정이 되면 훨씬 더 높은 형량을 받게됩니다.

간음목적 약취유인죄의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고요.

강간치상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 단순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 불벌죄지만, 성폭력 목적 범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수사중인 상황이라 가늠하긴 힘들지만, 단순 폭행죄에 비해서는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나중에 가해자들이 아무리 강한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피해자는 두려움을 느낄 것 같아요.

특히 범행 장소가 피해자의 집이라서, 보복의 두려움도 클 것 같고요.

[기자]

피해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부분입니다.

특히 노원구 사건의 피의자는 아직 구속되지 않은 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범행 당시엔 도주했지만 4일 뒤 경찰에 자수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자진 출석을 하면 긴급체포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서 그냥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의 거주지를 아는 만큼, 보복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민고은/변호사 : "가해자가 행한 '범죄의 내용'을 보아야지 가해자가 '지금 제가 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맞습니다, 자진 출석했습니다'라고 하는 그 모습을 볼 게 아니라는 거죠. 가해자가 행한 범죄의 심각성을 보고 위험성을 판단하고 그래서 피해자 보호 조치까지 연결되어야 하는..."]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범죄는 가해자 접근 금지와 같은 특수한 보호 조치가 가능한데, 이 사건들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대신 주거지 순찰강화, 임시숙소 제공, 스마트워치 지급 등은 현 제도로도 제공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수단들을 최대한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김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