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남녀 모두 징병, 노르웨이…여성 복무 만족도 90%

[앵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안보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성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인데요.

노르웨이의 여성징병제 현황과 도입 배경 알아봅니다.

허형조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먼저, 노르웨이의 여성징병제 현황부터 설명해 주시죠.

[답변]

2013년 노르웨이 의회는 성 중립적 징병제를 위한 결의안을 승인하고, 정치적 논의를 거쳐 2014년 ‘성 중립적 징병제’를 반영한 ‘병역법’과 ‘국토수호법’ 수정한 뒤, 2015년 발효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는 2016년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가입국 중 최초로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징병제를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매년 19세가 되는 6만여 명의 남성과 여성이 복무대상자가 되지만 모두가 군 복무를 하지는 않습니다.

군은 징병대상자 중 약 8000명의 병력만을 선발해 징집하고, 징병대상자가 되더라도 학업 등의 이유로 징병을 피할 수 있습니다.

2022년 기준 노르웨이의 전체 병력은 약 17,000명, 이 중 징집병력은 약 9,800명이며, 징집병력 중 약 34.5%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징집병으로 선발된 인원의 의무복무 기간은 19개월이며, 1년만 병영생활을 하고 나머지 7개월은 향토예비군으로 복무합니다.

여성징병제가 시행된 2016년 말 복무 만족도 조사에서 여성은 90%, 남성은 83%가 만족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노르웨이군이 남녀 공용 내무반을 운영한다는 점도 놀라운데요.

[답변]

노르웨이 여성의 입영이 시작된 것은 2016년 여름입니다.

징병된 여성병사의 63%가 남성과 동일한 숙소를 사용하는데 보통 남성 4명, 여성 2명으로 구성된 방입니다.

노르웨이가 ‘남녀 합방’이라는 급진적 시도를 한 건 성폭력을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노르웨이 국방부는 “여성과 남성이 같은 방을 쓰면 성별 의식이 희미해지고 동지애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 방식을 도입한 뒤 성범죄가 줄어드는 효과도 확인됐는데, 2010년 조사에선 여성 군인의 20.3%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지만, 2016년엔 15%로 감소하였습니다.

또한, 노르웨이 국방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 군인과 함께 생활한 남성 군인이 군대 내에서 젠더 관련된 여러 주제에서 여성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 나타나, 남녀 공용 내무반 운영이 군대 내 젠더 통합(gender integration)에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였습니다.

[앵커]

노르웨이가 여성징병제를 도입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도입 과정에서 논란도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답변]

노르웨이의 여성 징병제 논의의 쟁점은, 첫째 여성을 징병하는 것이 성 평등에 기여하는가?, 둘째는 여성을 징병하는 것이 안보 강화에 도움이 되는가? 였습니다.

찬성 측은 여성징병제가 성 평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당시 국방장관은 “군대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곳 중 하나인데, 오직 남자에게만 열려있다면, 이는 평등이라는 기본적 원칙에 위배된다” 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국가안보 측면에서 성별에 관계없이 가장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기술의 발달로 체력적 중요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여성을 선발하는 것이 국방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여성 징병제를 반대하는 측은 여성이 출산, 육아, 가사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병역의무를 부가하는 것은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하는 것이며, 여성을 성폭력과 학대에 더욱 노출시킬 것이라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군 복무를 원하는 여성에게 이미 군 복무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제도가 이미 존재하고, 노르웨이 군대가 더 많은 병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징병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여성징병제에 대한 치열한 논쟁 끝에 2013년 6월 노르웨이 국회는 의원 95명 중 90명이 찬성하며 여성징병제를 최종 승인하였습니다.

진정한 성평등의 실현이라는 ‘대원칙’에 국민 다수가 공감하였고, 여성징병을 통한 우수인력확보가 국방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국방부의 논리도 강한 설득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앵커]

다른 해외 국가들의 여성징병제 도입 현황은 어떻습니까?

[답변]

노르웨이 외에 스웨덴, 네덜란드, 이스라엘, 아프리카의 수단, 모잠비크, 중남미의 볼리비아와 쿠바, 그리고 북한 등이 있습니다.

이 중, 대표적인 국가로는 스웨덴과 이스라엘을 들 수 있습니다.

스웨덴은 2017년 3월 징병제를 부활하기로 결정하면서, 2018년에 징병대상에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함하였습니다.

징집대상으로는 18세이상 남녀가 대상이 되며, 약 9개월간 복무하게 됩니다.

스웨덴 국방부는 2014년 러시아의 불법적인 크리미아 합병,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 등 인접지역에서 증대되는 러시아의 군사적 활동이 여성을 포함한 징병제 도입을 결정하게 된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성 징병제가 단순히 부족한 군 병력을 채우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노르웨이와 마찬가지로, 스웨덴은 의무 복무제를 여성으로 확대함으로써 성별에 구애 받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스웨덴의 징병제는 선택적 징병제인데요. 스웨덴은 매년 징집 대상 남녀 약 9만 명 중 7% 정도만 실제 징집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군 창설부터 지금까지 남녀 모두를 징집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여성은 24개월, 남성은 32개월을 복무합니다.

전체 병력의 35%가 여성이지만, 이스라엘 여군의 5% 정도만 전투 임무를 수행하며, 나머지는 주로 행정과 통신 등 비전투 분야에서 근무합니다.

다만 여성은 결혼과 임신, 학업 등을 이유로 면제가 가능해 전체의 40∼50%만 군에 가고, 여성이 군 복무를 끝낸 뒤 임신을 하게 되면 남은 예비군 복무는 모두 면제됩니다.

이 밖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에서 자국 국방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덴마크도 최근 여성징병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