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대낮에 파출소 난동까지…지난해 마약사범 역대 최다

입력 2023.07.12 (18:29) 수정 2023.07.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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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때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라 불렸는데,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랩니다.

지난해 마약 범죄로 붙잡힌 사람은 만 8천여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최근 발생하는 유별난 사건사고들도 알고 보면 마약과 연관된 경우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회부 이원희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원희 기자, 미국인 관광객들이 마약에 취해서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 택시기사가 외국인 승객을 태웠는데, 이 사람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는 겁니다.

수상하다 생각한 택시기사가 이들을 태운 채 파출소로 향했고, 경찰 앞에서도 이들은 난동을 지속했습니다.

파출소 CCTV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택시에서 수영복 차림의 여성이 내리고 경찰이 우의를 덮어 두 여성을 데리고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들은 파출소 안에서 옷을 벗어 던지는가 하면, 경찰관을 밀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지인이 한명 더 합세하면서 외국인 세 명의 파출소 난동이 두 시간 가량이나 이어졌습니다.

당시 상황을 제압한 경찰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이승훈/서울 우면파출소 경위 : "입고 있는 옷, 비키니를 벗어던지고 했어요. 유리문을 핥으시려고도 하고 정상적인 행동으로는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앵커]

수영복을 입고 있던것도 그렇고 누가 봐도 이상한 행동인데,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니었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술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 경찰은 마약을 의심했고, 곧바로 119와 강력팀에 공조 요청을 했습니다.

간이 시약검사를 해 봤더니 필로폰과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들은 당시 경찰에 "서울랜드 물놀이 축제에 참여했다가 누군가 준 물을 마셨을 뿐이다"라고 진술했는데요.

하지만 조사해보니 축제 전에 호텔에서 이미 마약을 투약한 상태였고, 실제로 호텔에서도 남은 마약들이 확인됐습니다.

[앵커]

기이한 행동을 하는 게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마약에 취한 상태였다, 이런 경우들이 최근 굉장히 자주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 택시기사가 승객이 인사불성 상태가 돼서 택시 요금을 안 낸다며 경찰 지구대를 찾은 사건이 또 있었는데요.

이 승객 역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였습니다.

의자에 앉아서도 계속 안절부절 못하며 두리번거리고 자신의 팔다리가 잘 붙어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한 행동을 계속합니다.

경찰이 추적해보니, 필로폰 투약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있는 상태였고 현장 간이시약 검사에서도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지난 4월에는 분실신고가 들어온 휴대전화 케이스에서 마약 봉투가 발견됐습니다.

주인이 이를 찾으러 와서는 빨리 달라며 경찰을 재촉했는데, 경찰이 시간을 끌면서 집에 따라가보니 주사기가 발견됩니다.

이 역시 마약 전과자가 또 다시 마약에 손을 댄 거였습니다.

[앵커]

마약 사건들이 노출되는 빈도가 늘어나는 걸 보면, 드러나지 않는 마약 사건들은 훨씬 많을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KBS 탐사보도부에서 성인 5천 명에게 마약 경험을 물었는데, 그중 3.2%가 "한 번이라도 마약을 사용해봤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약 120만 명,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관련 수사기록에서도 마약 범죄 건 수와 유통량 등이 모두 '역대 최다'를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마약 사범은 만 8천여명으로 5년 전보다 50%정도 늘었습니다.

압수된 마약량도 5년전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젊은층의 마약 범죄도 급증했는데,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 중 60% 가까이가 30대 이하였습니다.

2018년에 불과 5천 여 명 이었던게 5년만에 만 여 명으로 두 배 늘었습니다.

[앵커]

최근에 마약류 범죄가 왜 이렇게 많아진걸까요?

[기자]

마약에 접근이 쉬워진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SNS나 다크웹 등 인터넷을 이용해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상자산에 익숙한 2-30대에서 "마약 거래에 가상자산 계좌를 쓰면 추적이 쉽지 않겠지" 이렇게 생각해서 더 쉽게 접근하는 경향도 있다고 합니다.

[앵커]

정부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늘어가는 마약 사건, 어떻게 대응하는게 좋을까요?

[기자]

네, 정부는 반복적으로 마약 범죄에 대한 엄벌 의지를 밝혀온 바 있죠.

이런 강력한 처벌과 함께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게 있습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박진실/마약 전문 변호사 : "투약 사범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되,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이 사람들이 회복이 돼야지만 재범으로 나가지 않고…"]

엄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투약자들이 중독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실제로 작년 마약류 사범 중 35%는 재범자 였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원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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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사이트] 대낮에 파출소 난동까지…지난해 마약사범 역대 최다
    • 입력 2023-07-12 18:29:56
    • 수정2023-07-12 18: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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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때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라 불렸는데, 이제 옛말이 된 지 오랩니다.

지난해 마약 범죄로 붙잡힌 사람은 만 8천여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최근 발생하는 유별난 사건사고들도 알고 보면 마약과 연관된 경우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회부 이원희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원희 기자, 미국인 관광객들이 마약에 취해서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 택시기사가 외국인 승객을 태웠는데, 이 사람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는 겁니다.

수상하다 생각한 택시기사가 이들을 태운 채 파출소로 향했고, 경찰 앞에서도 이들은 난동을 지속했습니다.

파출소 CCTV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택시에서 수영복 차림의 여성이 내리고 경찰이 우의를 덮어 두 여성을 데리고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들은 파출소 안에서 옷을 벗어 던지는가 하면, 경찰관을 밀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지인이 한명 더 합세하면서 외국인 세 명의 파출소 난동이 두 시간 가량이나 이어졌습니다.

당시 상황을 제압한 경찰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이승훈/서울 우면파출소 경위 : "입고 있는 옷, 비키니를 벗어던지고 했어요. 유리문을 핥으시려고도 하고 정상적인 행동으로는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앵커]

수영복을 입고 있던것도 그렇고 누가 봐도 이상한 행동인데,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니었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술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 경찰은 마약을 의심했고, 곧바로 119와 강력팀에 공조 요청을 했습니다.

간이 시약검사를 해 봤더니 필로폰과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들은 당시 경찰에 "서울랜드 물놀이 축제에 참여했다가 누군가 준 물을 마셨을 뿐이다"라고 진술했는데요.

하지만 조사해보니 축제 전에 호텔에서 이미 마약을 투약한 상태였고, 실제로 호텔에서도 남은 마약들이 확인됐습니다.

[앵커]

기이한 행동을 하는 게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마약에 취한 상태였다, 이런 경우들이 최근 굉장히 자주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 택시기사가 승객이 인사불성 상태가 돼서 택시 요금을 안 낸다며 경찰 지구대를 찾은 사건이 또 있었는데요.

이 승객 역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였습니다.

의자에 앉아서도 계속 안절부절 못하며 두리번거리고 자신의 팔다리가 잘 붙어있는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한 행동을 계속합니다.

경찰이 추적해보니, 필로폰 투약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있는 상태였고 현장 간이시약 검사에서도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지난 4월에는 분실신고가 들어온 휴대전화 케이스에서 마약 봉투가 발견됐습니다.

주인이 이를 찾으러 와서는 빨리 달라며 경찰을 재촉했는데, 경찰이 시간을 끌면서 집에 따라가보니 주사기가 발견됩니다.

이 역시 마약 전과자가 또 다시 마약에 손을 댄 거였습니다.

[앵커]

마약 사건들이 노출되는 빈도가 늘어나는 걸 보면, 드러나지 않는 마약 사건들은 훨씬 많을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KBS 탐사보도부에서 성인 5천 명에게 마약 경험을 물었는데, 그중 3.2%가 "한 번이라도 마약을 사용해봤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약 120만 명,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관련 수사기록에서도 마약 범죄 건 수와 유통량 등이 모두 '역대 최다'를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마약 사범은 만 8천여명으로 5년 전보다 50%정도 늘었습니다.

압수된 마약량도 5년전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젊은층의 마약 범죄도 급증했는데,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 중 60% 가까이가 30대 이하였습니다.

2018년에 불과 5천 여 명 이었던게 5년만에 만 여 명으로 두 배 늘었습니다.

[앵커]

최근에 마약류 범죄가 왜 이렇게 많아진걸까요?

[기자]

마약에 접근이 쉬워진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SNS나 다크웹 등 인터넷을 이용해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상자산에 익숙한 2-30대에서 "마약 거래에 가상자산 계좌를 쓰면 추적이 쉽지 않겠지" 이렇게 생각해서 더 쉽게 접근하는 경향도 있다고 합니다.

[앵커]

정부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늘어가는 마약 사건, 어떻게 대응하는게 좋을까요?

[기자]

네, 정부는 반복적으로 마약 범죄에 대한 엄벌 의지를 밝혀온 바 있죠.

이런 강력한 처벌과 함께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게 있습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박진실/마약 전문 변호사 : "투약 사범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되,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이 사람들이 회복이 돼야지만 재범으로 나가지 않고…"]

엄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투약자들이 중독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실제로 작년 마약류 사범 중 35%는 재범자 였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원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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