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 수상한 ‘투자양해각서’…담당 부서도 몰라

입력 2023.07.12 (23:28) 수정 2023.07.1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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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백시는 최근 수천억 원 투자 의사가 있다는 한 수도권 업체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고용 인력만 천 명이 넘는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정작 태백시 담당자들은 내용을 몰라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창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태백시는 지난 4일 한 기업체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발전기와 자동차 등에 필요한 반도체 소재 생산 기업을 태백에 조성하는 데, 5년간 3,800억 원을 투자할 의사가 있다는 겁니다.

다음 날 태백시는 해당 기업이 천 명이 넘는 인력을 직접 고용할 거라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업체에 대한 의혹 제기가 지역에서 잇따랐습니다.

[태백시민/음성변조 : "몇몇 사람들 내가 만났는데 나를 보고 도로 물어보더라고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라고…. 왜 '페이퍼컴퍼니'냐 이러니까, 자기들도 다 이제 찾아본 거야."]

회사 홈페이지 등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겁니다.

업체와 접촉했던 태백시 실무자는 이 기업이 태백지역 투자를 위해 최근에 새로 만든 회사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모기업이 직접 대규모 투자를 할 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작 태백시 담당 부서는 투자 협약 회사와 모기업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황지영/태백시 경제과장 : "재무나 경영 상태 등 회사 규모는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또 법인 변경으로 인해서 기업 정보가 조회되지 않고 있거든요. 앞으로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되겠습니다."]

기업 유치 전담부서가 아닌 특정 공무원이 협약을 주도한 탓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에 대한 제대로 된 사전 검증도 없이 협약만 먼저 체결하고, 대시민 홍보에만 열을 올렸습니다.

태백시는 뒤늦게 단순히 투자 의사를 확인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약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석탄공사 장성광업소 폐광을 앞두고 대체산업이 절박한 시민들은 '속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창환입니다.

촬영기자:구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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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백시, 수상한 ‘투자양해각서’…담당 부서도 몰라
    • 입력 2023-07-12 23:28:49
    • 수정2023-07-12 23:50:02
    뉴스9(강릉)
[앵커]

태백시는 최근 수천억 원 투자 의사가 있다는 한 수도권 업체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고용 인력만 천 명이 넘는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정작 태백시 담당자들은 내용을 몰라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창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태백시는 지난 4일 한 기업체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발전기와 자동차 등에 필요한 반도체 소재 생산 기업을 태백에 조성하는 데, 5년간 3,800억 원을 투자할 의사가 있다는 겁니다.

다음 날 태백시는 해당 기업이 천 명이 넘는 인력을 직접 고용할 거라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업체에 대한 의혹 제기가 지역에서 잇따랐습니다.

[태백시민/음성변조 : "몇몇 사람들 내가 만났는데 나를 보고 도로 물어보더라고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라고…. 왜 '페이퍼컴퍼니'냐 이러니까, 자기들도 다 이제 찾아본 거야."]

회사 홈페이지 등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겁니다.

업체와 접촉했던 태백시 실무자는 이 기업이 태백지역 투자를 위해 최근에 새로 만든 회사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모기업이 직접 대규모 투자를 할 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정작 태백시 담당 부서는 투자 협약 회사와 모기업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황지영/태백시 경제과장 : "재무나 경영 상태 등 회사 규모는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또 법인 변경으로 인해서 기업 정보가 조회되지 않고 있거든요. 앞으로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되겠습니다."]

기업 유치 전담부서가 아닌 특정 공무원이 협약을 주도한 탓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에 대한 제대로 된 사전 검증도 없이 협약만 먼저 체결하고, 대시민 홍보에만 열을 올렸습니다.

태백시는 뒤늦게 단순히 투자 의사를 확인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약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석탄공사 장성광업소 폐광을 앞두고 대체산업이 절박한 시민들은 '속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창환입니다.

촬영기자:구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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