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60%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계산한 금액이 일정 기준보다 낮을 경우,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게 돼 있습니다.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설정해 놓은 겁니다.
당정은 현재 이 실업급여 하한액이 너무 많다고 봅니다. 일할 때 받던 세후 임금보다 더 많아서 실업자가 취업에 나설 의욕을 꺾는다는 겁니다. 이른바 '실업급여 역전 현상'입니다.
근거로는 고용노동부의 추정치를 제시합니다. 고용부는 전체 수급자 162.8만 명 중 '세후 임금' 대비 실업급여액이 더 많은 수급자가 45.3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수급자의 27.9%에 이릅니다.
그러나 고용부의 추정치가 정확하지 않고, 부풀려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역전 현상은 주로 15시간 정도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에 한정된 문제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실업급여는 사회 안전망의 핵심 중 핵심입니다. 정부 추정치는 어떻게 산출됐고, 한계는 무엇인지 따져봤습니다.
■ '세후 임금' 어떻게 산정했나?
고용부는 '세후 임금 < 실업급여액'에 해당하는 수급자가 45만여 명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당장 세후 임금을 어떻게, 얼마로 산정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세후 임금 수준에 따라 역전 현상의 규모도 달라지는 탓입니다.
고용부는 수급자가 퇴직 전 받은 월 근로소득에서 10.3%를 빼는 방식으로 세후 임금을 산정했습니다. 수급자 한 명 한 명이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로 실제 얼마를 냈는지 파악한 것은 아닙니다.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고용부는 임금에서 10.3%를 뺀 이유에 대해 "국세와 지방세, 사회보험료"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국세와 지방세, 사회보험료 각각을 구성하는 세부 항목이 무엇이고, 항목별 비율은 얼마인지 자세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고용부 측은 국세와 지방세에는 근로소득세와 여기에 붙는 지방세가 포함된다는 설명했습니다. 또 가구수는 1인 가구를 상정했다고 했습니다.
■ 근로소득세 없는데…"역전 현상 부풀려져"
그런데 노동계와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세후 임금을 너무 낮게 산정해 결과적으로 역전 현상이 부풀려졌다고 비판합니다.
우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대부분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실제 노동자 10명 중 4명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전체 노동자의 37%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았습니다.
매달 원청징수로 소득세를 급여에서 떼지만, 연말정산에서 각종 소득·세액 공제로 환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연소득 3천만 원 이하면 대체로 면세된다고 봅니다.
사회보험료 역시 정해진 금액을 전액 부담한다고 가정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입니다.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 가운데 월 평균 보수가 260만 원 미만이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의 80%를 3년 간 지원합니다. 월 평균 보수가 2백만 원인 경우, 지원액은 매달 86,400원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세금과 사회보험료 명목으로 근로소득에서 10.3%를 빼 세후 임금을 산정한 것은 현실을 온전히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세후 임금이 실제보다 적게 산정되면, 자연스레 세후 임금보다 실업급여액이 더 많은 수급자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추정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부 측은 연말정산으로 인한 환급금은 나중에 받는 것인 만큼 그것까지 감안해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 '역전 현상'만이 문제일까?
실업급여 하한액은 단순히 역전 현상을 없애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습니다.
실업급여는 "실업으로 인한 생계 불안을 극복하고, 생활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 기회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어느 정도의 하한액이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사회적 합의'로 결정할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 해의 최저임금 그리고 수급자의 실직 전 소정근로시간에 연동됩니다.
주 40시간 일한 경우, '최저시급×80%×8시간(일일 소정근로시간)'을 하면 61,568원입니다. 하루 6만여 원을 실업급여로 지급받는 겁니다.
그러나 실직 전 소정근로시간이 짧으면 이보다 적어집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단시간 근로자일수록 액수가 적어지는 구조입니다.
나아가 한국의 '실업급여의 보장성'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실업급여가 평균임금의 60%인데 비해 독일은 순임금의 60~67%, 프랑스는 기준임금의 57∼75%, 일본은 임금일액의 50~80%입니다.
지급기간도 한국은 최대 270일인데 독일과 프랑스는 최대 24개월, 일본은 최대 360일로 상대적으로 짧은 편에 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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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급여가 세후 임금보다 많다? 따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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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7-14 07:00:34
국민의힘과 정부가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60%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계산한 금액이 일정 기준보다 낮을 경우, 최저임금의 80%를 지급하게 돼 있습니다.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설정해 놓은 겁니다.
당정은 현재 이 실업급여 하한액이 너무 많다고 봅니다. 일할 때 받던 세후 임금보다 더 많아서 실업자가 취업에 나설 의욕을 꺾는다는 겁니다. 이른바 '실업급여 역전 현상'입니다.
근거로는 고용노동부의 추정치를 제시합니다. 고용부는 전체 수급자 162.8만 명 중 '세후 임금' 대비 실업급여액이 더 많은 수급자가 45.3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수급자의 27.9%에 이릅니다.
그러나 고용부의 추정치가 정확하지 않고, 부풀려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역전 현상은 주로 15시간 정도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에 한정된 문제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실업급여는 사회 안전망의 핵심 중 핵심입니다. 정부 추정치는 어떻게 산출됐고, 한계는 무엇인지 따져봤습니다.
■ '세후 임금' 어떻게 산정했나?
고용부는 '세후 임금 < 실업급여액'에 해당하는 수급자가 45만여 명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당장 세후 임금을 어떻게, 얼마로 산정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세후 임금 수준에 따라 역전 현상의 규모도 달라지는 탓입니다.
고용부는 수급자가 퇴직 전 받은 월 근로소득에서 10.3%를 빼는 방식으로 세후 임금을 산정했습니다. 수급자 한 명 한 명이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로 실제 얼마를 냈는지 파악한 것은 아닙니다.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고용부는 임금에서 10.3%를 뺀 이유에 대해 "국세와 지방세, 사회보험료"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국세와 지방세, 사회보험료 각각을 구성하는 세부 항목이 무엇이고, 항목별 비율은 얼마인지 자세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고용부 측은 국세와 지방세에는 근로소득세와 여기에 붙는 지방세가 포함된다는 설명했습니다. 또 가구수는 1인 가구를 상정했다고 했습니다.
■ 근로소득세 없는데…"역전 현상 부풀려져"
그런데 노동계와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세후 임금을 너무 낮게 산정해 결과적으로 역전 현상이 부풀려졌다고 비판합니다.
우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대부분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실제 노동자 10명 중 4명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전체 노동자의 37%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았습니다.
매달 원청징수로 소득세를 급여에서 떼지만, 연말정산에서 각종 소득·세액 공제로 환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연소득 3천만 원 이하면 대체로 면세된다고 봅니다.
사회보험료 역시 정해진 금액을 전액 부담한다고 가정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입니다.
정부는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 가운데 월 평균 보수가 260만 원 미만이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의 80%를 3년 간 지원합니다. 월 평균 보수가 2백만 원인 경우, 지원액은 매달 86,400원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세금과 사회보험료 명목으로 근로소득에서 10.3%를 빼 세후 임금을 산정한 것은 현실을 온전히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세후 임금이 실제보다 적게 산정되면, 자연스레 세후 임금보다 실업급여액이 더 많은 수급자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추정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부 측은 연말정산으로 인한 환급금은 나중에 받는 것인 만큼 그것까지 감안해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 '역전 현상'만이 문제일까?
실업급여 하한액은 단순히 역전 현상을 없애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습니다.
실업급여는 "실업으로 인한 생계 불안을 극복하고, 생활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 기회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어느 정도의 하한액이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사회적 합의'로 결정할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 해의 최저임금 그리고 수급자의 실직 전 소정근로시간에 연동됩니다.
주 40시간 일한 경우, '최저시급×80%×8시간(일일 소정근로시간)'을 하면 61,568원입니다. 하루 6만여 원을 실업급여로 지급받는 겁니다.
그러나 실직 전 소정근로시간이 짧으면 이보다 적어집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단시간 근로자일수록 액수가 적어지는 구조입니다.
나아가 한국의 '실업급여의 보장성'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실업급여가 평균임금의 60%인데 비해 독일은 순임금의 60~67%, 프랑스는 기준임금의 57∼75%, 일본은 임금일액의 50~80%입니다.
지급기간도 한국은 최대 270일인데 독일과 프랑스는 최대 24개월, 일본은 최대 360일로 상대적으로 짧은 편에 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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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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