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날씨가 열대 우기 같아요”…‘장마’ 용어 사라질까?

입력 2023.07.14 (19:31) 수정 2023.07.1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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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앞서도 전해드렸듯이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올해 장마가 시작된다" 이렇게 소식이 전해졌었죠.

그런데 어제와 그제, 다시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진짜 장마 이제 시작", "장마 다시 시작" 이런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이전까지의 비는 본격적인 장마의 예고편에 불과했던 걸까요?

'장마', 사전적 의미는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장마'라는 말이 처음 쓰인 건 500년 전인데요.

'장마에 논둑 터지듯', '유월 장마에 돌도 큰다' 이렇게 장마 관련 속담도 많습니다.

보통 장마라고 하면 길게는 한 달 넘게, 짧게는 몇 주 정도 꾸준하게 비가 내리면서 햇빛 보기 힘든 날씨를 떠올리게 되죠.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 이틀 비가 내리다가 다음날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죠.

강남역 침수를 불러왔던 집중호우는 '게릴라성 호우',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찾아온 폭우였는데요.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도깨비 장마', '홍길동 장마' 이런 말이 생겨나기도 했고요.

그래서 기상청도 공식적으로는 언제 장마가 시작한다고 '예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진규/기상청 통보관 : "최근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장마 기간에도 매우 강한 국지성 호우를 포함하는 비구름대가 계속해서 발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예측에 있어서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 정도면 장마가 아니고 열대기후 우기 아니냐" 이런 반응도 있고요.

"장마라는 말을 이제 쓰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장마전선'이라는 말도 '정체전선'으로 대체되고 있고요.

정부 공식 발표에서도 '장마철' 대신 '우기철'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기'라는 용어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입니다.

우리나라의 국지성 호우, 게릴라성 호우는 실제 열대지방의 '우기'와 원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장마'라는 용어에 대한 '인식 차이'라는 분석입니다.

일반 국민이 인식하는 장마는, 비가 긴 기간 계속해서 내리는 '현상'에 집중하지만, 전문가 집단에서 학술적 의미의 장마는 언제든지 비가 내릴 수 있는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전문가들은 비가 내리다가 맑게 갠 상태더라도 우리나라 주변 기압 분포와 같이 다시 비가 내릴 수 있는 환경만 조성돼 있다면 장마에 포함된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전문가 집단이 사용하는 용어를 바꾸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장은철/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 "기상청이나 학계에서 쓰던 용어는 '장마'라는 용어 대신 조금 더 직접적으로 비가 어떤 구조로 오는지 설명할 수 있는 '전문 용어'로 바꿔서 사용하면 이런 혼동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상학계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학회에서 '장마' 용어 재정립을 논의하고, 기상 당국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인데요.

우리나라와 500여 년의 역사를 함께 해온 말 '장마', 달라지고 있는 이 말의 의미 속에는 500여 년 만에 바뀌고 있는 우리나라 날씨와 앞으로 닥칠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가 담겨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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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더하기] “날씨가 열대 우기 같아요”…‘장마’ 용어 사라질까?
    • 입력 2023-07-14 19:31:47
    • 수정2023-07-14 19: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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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앞서도 전해드렸듯이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올해 장마가 시작된다" 이렇게 소식이 전해졌었죠.

그런데 어제와 그제, 다시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진짜 장마 이제 시작", "장마 다시 시작" 이런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이전까지의 비는 본격적인 장마의 예고편에 불과했던 걸까요?

'장마', 사전적 의미는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장마'라는 말이 처음 쓰인 건 500년 전인데요.

'장마에 논둑 터지듯', '유월 장마에 돌도 큰다' 이렇게 장마 관련 속담도 많습니다.

보통 장마라고 하면 길게는 한 달 넘게, 짧게는 몇 주 정도 꾸준하게 비가 내리면서 햇빛 보기 힘든 날씨를 떠올리게 되죠.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 이틀 비가 내리다가 다음날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죠.

강남역 침수를 불러왔던 집중호우는 '게릴라성 호우',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찾아온 폭우였는데요.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도깨비 장마', '홍길동 장마' 이런 말이 생겨나기도 했고요.

그래서 기상청도 공식적으로는 언제 장마가 시작한다고 '예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진규/기상청 통보관 : "최근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장마 기간에도 매우 강한 국지성 호우를 포함하는 비구름대가 계속해서 발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예측에 있어서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 정도면 장마가 아니고 열대기후 우기 아니냐" 이런 반응도 있고요.

"장마라는 말을 이제 쓰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장마전선'이라는 말도 '정체전선'으로 대체되고 있고요.

정부 공식 발표에서도 '장마철' 대신 '우기철'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기'라는 용어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입니다.

우리나라의 국지성 호우, 게릴라성 호우는 실제 열대지방의 '우기'와 원인 자체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장마'라는 용어에 대한 '인식 차이'라는 분석입니다.

일반 국민이 인식하는 장마는, 비가 긴 기간 계속해서 내리는 '현상'에 집중하지만, 전문가 집단에서 학술적 의미의 장마는 언제든지 비가 내릴 수 있는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전문가들은 비가 내리다가 맑게 갠 상태더라도 우리나라 주변 기압 분포와 같이 다시 비가 내릴 수 있는 환경만 조성돼 있다면 장마에 포함된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전문가 집단이 사용하는 용어를 바꾸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장은철/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 : "기상청이나 학계에서 쓰던 용어는 '장마'라는 용어 대신 조금 더 직접적으로 비가 어떤 구조로 오는지 설명할 수 있는 '전문 용어'로 바꿔서 사용하면 이런 혼동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상학계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학회에서 '장마' 용어 재정립을 논의하고, 기상 당국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인데요.

우리나라와 500여 년의 역사를 함께 해온 말 '장마', 달라지고 있는 이 말의 의미 속에는 500여 년 만에 바뀌고 있는 우리나라 날씨와 앞으로 닥칠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가 담겨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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