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옷 좀 그만 사”…수선비 보태주는 패션의 본고장

입력 2023.07.17 (10:54) 수정 2023.07.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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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패션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나라죠.

프랑스에서 "새 옷 좀 그만 사라"면서 정부가 헌 옷 수선비를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한철 입고 버리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이 유행이 되면서 의류 폐기물은 전 세계의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프랑스의 '수선비 지원' 제도, 참 신선한데요.

얼마나 준다는 건가요?

[기자]

품목마다 적게는 8천 원 정도부터 많게는 3만 5천 원 정도를 지원해 줍니다.

프랑스에서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이 제도를 위해서 앞으로 5년 동안 약 2천2백억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입니다.

패션 업계에서는 국가의 중요 산업을 낙인찍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도 프랑스 정부가 이런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의류 폐기물이 너무 많기 때문인데요.

"프랑스에서는 매년 70만 톤의 옷이 버려지고, 이 중 3분의 2는 결국 매립된다"고 프랑스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또 소규모 수선업체, 제화업체 등이 이 사업에 동참하면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거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패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난다는 게 상징적이네요.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의류 폐기물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죠?

[기자]

빨리 변하는 유행에 맞춰 품질이 좀 떨어지더라도 값싼 옷을 한 계절 입고 버리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이 대세처럼 자리 잡으면서 의류 폐기물은 지구촌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케냐의 강가 모습인데요.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 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전부 옷입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 선진국들에서 버려진 옷들은 재활용하겠다며 동아프리카 등지로 보내지는데, 저렴한 합성의류가 대부분이다 보니 일부만 다시 쓰이고 대부분 매립된다고 합니다.

[자넷 케미테이/그린피스 : "버려지는 옷들은 대부분 합성 섬유로 만들어지고, 합성 섬유는 화석 연료로 만듭니다. 장기적으로 환경을 해치고 있습니다."]

사실 의류는 만들고, 쓰고, 버리는 순간까지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물 7천 리터가 필요하고 세탁을 할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됩니다.

보신 대로 버릴 때는 쓰레기 그 자체가 되죠.

전 세계적으로 매년 새 옷이 무려 8백억 벌 정도 쏟아지는데, 이건 20년 전보다 4배나 많은 수준입니다.

[앵커]

8백억 벌이면, 매년 전 세계 한 사람당 열 벌씩 옷이 나오는 셈이군요.

어마어마한 양인데요.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이른바 '슬로 패션' 움직임도 커지고 있잖아요?

[기자]

옷을 너무 많이 만들고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데 대한 문제 의식이 커지면서 오래 입고, 재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지하철 역에서 열린 패션쇼 모습인데요.

모델들이 입은 옷은 열차 회사 직원들이 입었던 낡은 유니폼을 재활용한 겁니다.

[브라질 주민 : "쓸데없고 버려질 옷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 멋져요. 낡은 옷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재창조하는 환상적인 작품이에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점점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른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바람직한 방향이네요.

하지만 단순히 소비를 크게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게 이어지면서 옷이나 신발 같은 패션 제품을 전보다 구매하지 않았던 분들, 많으실 겁니다.

팬데믹이 전 세계적 비극이긴 하지만, 환경 보호 차원에서는 의류 폐기물을 줄여주는 나름의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반면 의류업계 종사자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던 개발도상국의 공장 노동자들은 곧장 생계의 위협을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면서 전 세계가 멈췄던 2020년 3월,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들이 파멸에 직면했다'는 기사를 실었는데요.

임금이 저렴한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는 패스트 패션을 선도하는 SPA 브랜드들의 공장이 많이 들어서 있죠.

2019년 기준으로 방글라데시 수출의 무려 84%는 기성복이고, 의류 종사자는 2백만 명이 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팬데믹으로 의류 주문과 공장 가동이 한 번에 멈추면서, 수많은 노동자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패스트 패션의 문제점이 분명히 있지만, '의류 문화'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셈이죠.

재생 섬유 개발이나 저탄소 유통 체계 등 더 깊이 있는 해결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구촌 돋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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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7 10:54:43
    • 수정2023-07-17 1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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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나라죠.

프랑스에서 "새 옷 좀 그만 사라"면서 정부가 헌 옷 수선비를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한철 입고 버리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이 유행이 되면서 의류 폐기물은 전 세계의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프랑스의 '수선비 지원' 제도, 참 신선한데요.

얼마나 준다는 건가요?

[기자]

품목마다 적게는 8천 원 정도부터 많게는 3만 5천 원 정도를 지원해 줍니다.

프랑스에서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데요.

프랑스 정부는 이 제도를 위해서 앞으로 5년 동안 약 2천2백억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입니다.

패션 업계에서는 국가의 중요 산업을 낙인찍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도 프랑스 정부가 이런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의류 폐기물이 너무 많기 때문인데요.

"프랑스에서는 매년 70만 톤의 옷이 버려지고, 이 중 3분의 2는 결국 매립된다"고 프랑스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또 소규모 수선업체, 제화업체 등이 이 사업에 동참하면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거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패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난다는 게 상징적이네요.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의류 폐기물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죠?

[기자]

빨리 변하는 유행에 맞춰 품질이 좀 떨어지더라도 값싼 옷을 한 계절 입고 버리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이 대세처럼 자리 잡으면서 의류 폐기물은 지구촌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케냐의 강가 모습인데요.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 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전부 옷입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 선진국들에서 버려진 옷들은 재활용하겠다며 동아프리카 등지로 보내지는데, 저렴한 합성의류가 대부분이다 보니 일부만 다시 쓰이고 대부분 매립된다고 합니다.

[자넷 케미테이/그린피스 : "버려지는 옷들은 대부분 합성 섬유로 만들어지고, 합성 섬유는 화석 연료로 만듭니다. 장기적으로 환경을 해치고 있습니다."]

사실 의류는 만들고, 쓰고, 버리는 순간까지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물 7천 리터가 필요하고 세탁을 할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됩니다.

보신 대로 버릴 때는 쓰레기 그 자체가 되죠.

전 세계적으로 매년 새 옷이 무려 8백억 벌 정도 쏟아지는데, 이건 20년 전보다 4배나 많은 수준입니다.

[앵커]

8백억 벌이면, 매년 전 세계 한 사람당 열 벌씩 옷이 나오는 셈이군요.

어마어마한 양인데요.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이른바 '슬로 패션' 움직임도 커지고 있잖아요?

[기자]

옷을 너무 많이 만들고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데 대한 문제 의식이 커지면서 오래 입고, 재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지하철 역에서 열린 패션쇼 모습인데요.

모델들이 입은 옷은 열차 회사 직원들이 입었던 낡은 유니폼을 재활용한 겁니다.

[브라질 주민 : "쓸데없고 버려질 옷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 멋져요. 낡은 옷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재창조하는 환상적인 작품이에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점점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른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바람직한 방향이네요.

하지만 단순히 소비를 크게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게 이어지면서 옷이나 신발 같은 패션 제품을 전보다 구매하지 않았던 분들, 많으실 겁니다.

팬데믹이 전 세계적 비극이긴 하지만, 환경 보호 차원에서는 의류 폐기물을 줄여주는 나름의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반면 의류업계 종사자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던 개발도상국의 공장 노동자들은 곧장 생계의 위협을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면서 전 세계가 멈췄던 2020년 3월,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들이 파멸에 직면했다'는 기사를 실었는데요.

임금이 저렴한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는 패스트 패션을 선도하는 SPA 브랜드들의 공장이 많이 들어서 있죠.

2019년 기준으로 방글라데시 수출의 무려 84%는 기성복이고, 의류 종사자는 2백만 명이 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팬데믹으로 의류 주문과 공장 가동이 한 번에 멈추면서, 수많은 노동자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패스트 패션의 문제점이 분명히 있지만, '의류 문화'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셈이죠.

재생 섬유 개발이나 저탄소 유통 체계 등 더 깊이 있는 해결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구촌 돋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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