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된 임시 제방…하천 설계 기준에 못 미쳐

[앵커]

지하차도 참사의 주 원인으로 임시로 만든 미호강의 제방 유실이 꼽히고 있죠, 기존 제방을 허물지 않았다면 강물이 넘치지 않았을 것이란 전문가 분석을 전해드렸는데요, 100년 빈도의 강수에 대비해 쌓았다는 임시 제방은 하천 설계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이달 초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호강 교량 건설 현장입니다.

끊어진 기존 제방 사이로 흙을 쌓아 올리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행복도시건설청이 교량 건설을 위해 기존 제방을 허물고 임시 제방을 쌓는 겁니다.

길이 44m, 폭은 하단 부분이 18m, 상단은 5m로 100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했다고 행복도시건설청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5일 불어난 강물에 유실됐습니다.

100년 빈도에 대비했다는 임시 제방, 환경부 하천 설계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준을 보면, 계획 홍수량에 따라 제방의 높이에 '여유고', 즉, 여분의 높이를 추가로 둬야 합니다.

강수량과 빗물 유입량 등 다양한 원인에 수위가 요동치는 만큼, 안전을 위해 여유 공간을 둔 것입니다.

미호강의 계획홍수량을 감안하면, 최소 1.5m 이상 여유고를 둬야 합니다.

미호강의 계획 홍수위는 해발 29.08m, 여유고를 감안하면 제방 높이가 최소 30.58m는 돼야 하지만, 행복도시건설청이 밝힌 임시 제방의 높이는 해발 29.74m로 여유 높이 0.66m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지난 15일, 미호강의 최고 수위는 29.87m였던 만큼, 하천 설계 기준만 지켰더라도 제방 유실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장석환/KBS 재난방송 전문위원 : "지금의 보통의 제방들은 계획 홍수위에다 여유고를 더한 값들 이상으로 제방을 축조하는 것이 하천 설계 기준에 맞는 것이죠."]

금강유역환경청의 허가 없이 기존 제방을 허물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행복도시건설청은 교량 건설을 하면서 어떠한 불법 행위도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만영입니다.

촬영기자:최승원/그래픽:오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