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폭염, 전쟁까지…식량 위기 가속화 [경제대기권]

입력 2023.07.22 (21:17) 수정 2023.07.2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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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대기 기자를 만나는 시간이지요?

경제 대기권, 오늘(22일)도 살림살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들, 들어보겠습니다.

요즘 비 오고, 덥고, 날씨 때문에 아주 난리인데 어떤 소식 갖고 나왔을까요?

[기자]

네, 오늘 살펴볼 내용도 '날씨' 관련입니다.

폭우에, 폭염에, 극단적 날씨가 계속 되다 보니 식품 물가가 또 올랐습니다.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은데,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도 있더라고요.

'이제는 삼겹살을 상추에 싸 먹는 게 아니라, 상추를 삼겹살에 싸 먹는 거다.'

그만큼 상추값이 많이 올랐단 얘기겠죠?

[기자]

네, 상추뿐 아니라 채소들 전반적으로 가격이 뛰다 보니까 요즘 이런 현상도 나타납니다.

바로 '못난 채소'일수록 인기있다는 건데요.

모양이 좀 고르지 않은 대신 값이 싼 채소를 소비자들이 찾는다는 것입니다.

한 대형 마트는 따로 하자가 있는 오이 특판 행사를 열었습니다.

최근 한 달 새 오이 값이 40% 올랐는데 여기선 다른 오이 반값이라 인기입니다.

이상 기후가 올해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예 못난 채소만 파는 벤처 기업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이보다 더 오른 것도 많습니다.

미나리는 평년의 3배 가까이로 올랐고 시금치는 1.9배, 상추도 1.7배가 됐습니다.

장마철에는 일조량이 부족해 가격이 올랐다가 1~2주 뒤면 내려가는데요.

올해 상추는 주산지인 논산에 비 피해가 커서 가격이 내려가기 어렵습니다.

장마가 끝나면 폭염이 또 문제입니다.

폭염에 약한 배추나 깻잎값이 오를 수 있습니다.

[앵커]

이게 (식품물가 고공행진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겠지요?

[기자]

우리는 비가 문제였지만 다른 나라는 폭염이 화두여서, 이 키워드가 한마디로 정리해줄 것 같습니다.

"가장 뜨거운 7월"! 이번 달이 지난 10만 년 중 지구가 가장 뜨거운 달일 거라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지난 50년 지구의 평균 기온을 매일 기록한 선이 회색 선들입니다.

녹색이 올해 기온인데, 거의 매일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 중입니다.

지구 전체 평균 기온으로 한 번도 17도가 넘은 적이 없는데 올해는 넘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가 41.8도, 스페인 카탈루냐가 45도까지 올랐는데 더위로 인한 유럽의 사망자가 일주일 만에 만 명이 넘은 거로 추정됩니다.

[앵커]

그럼 다른 나라들도 뭐 농산물 가격 보나마나겠네요.

[기자]

오죽하면 이런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기후플레이션!' 기후 위기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입니다.

10년 뒤엔 지구 온난화로 식품 물가 상승률이 3% 포인트 오를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올리브유 가격입니다.

주산지인 스페인 남부의 가뭄과 폭염으로 물량이 줄면서, 예년의 두 배 넘게 올라 역대 최고가입니다.

설탕과 카카오, 쌀의 국제 시세도 산지인 인도 등지의 이상 기후와 엘니뇨 때문에 고공 행진 중입니다.

이런 원료가 오르면 국내에서 만드는 과자와 빵, 음료수 가격도 따라 오릅니다.

겨우 2%대로 내려간 국내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앵커]

얼마 전에는 또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까지 중단했던데 이것도 영향이 있을까요?

[기자]

우크라이나가 세계적인 밀 산지라서 흑해를 통한 식량 운송이 곡물 가격 안정에 중요합니다.

밀 수송은 9월부터 많아서, 처음엔 당장 영향은 없을 거로 봤습니다.

그래서 첫날 시세는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곡물 수출 거점인 오데사 항구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면서 추가로 8% 넘게 급등했습니다.

곡물 가격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걸로 보이는데, 항구의 곡물 저장 창고가 파괴되면 곡물 가격이 더 오를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의 기후 재난과 식량 위기는 세계가 힘을 모아도 극복이 어려운 실정인데요.

전쟁으로 갈라진 세계가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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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우에 폭염, 전쟁까지…식량 위기 가속화 [경제대기권]
    • 입력 2023-07-22 21:17:34
    • 수정2023-07-26 15: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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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대기 기자를 만나는 시간이지요?

경제 대기권, 오늘(22일)도 살림살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들, 들어보겠습니다.

요즘 비 오고, 덥고, 날씨 때문에 아주 난리인데 어떤 소식 갖고 나왔을까요?

[기자]

네, 오늘 살펴볼 내용도 '날씨' 관련입니다.

폭우에, 폭염에, 극단적 날씨가 계속 되다 보니 식품 물가가 또 올랐습니다.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은데,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도 있더라고요.

'이제는 삼겹살을 상추에 싸 먹는 게 아니라, 상추를 삼겹살에 싸 먹는 거다.'

그만큼 상추값이 많이 올랐단 얘기겠죠?

[기자]

네, 상추뿐 아니라 채소들 전반적으로 가격이 뛰다 보니까 요즘 이런 현상도 나타납니다.

바로 '못난 채소'일수록 인기있다는 건데요.

모양이 좀 고르지 않은 대신 값이 싼 채소를 소비자들이 찾는다는 것입니다.

한 대형 마트는 따로 하자가 있는 오이 특판 행사를 열었습니다.

최근 한 달 새 오이 값이 40% 올랐는데 여기선 다른 오이 반값이라 인기입니다.

이상 기후가 올해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예 못난 채소만 파는 벤처 기업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이보다 더 오른 것도 많습니다.

미나리는 평년의 3배 가까이로 올랐고 시금치는 1.9배, 상추도 1.7배가 됐습니다.

장마철에는 일조량이 부족해 가격이 올랐다가 1~2주 뒤면 내려가는데요.

올해 상추는 주산지인 논산에 비 피해가 커서 가격이 내려가기 어렵습니다.

장마가 끝나면 폭염이 또 문제입니다.

폭염에 약한 배추나 깻잎값이 오를 수 있습니다.

[앵커]

이게 (식품물가 고공행진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겠지요?

[기자]

우리는 비가 문제였지만 다른 나라는 폭염이 화두여서, 이 키워드가 한마디로 정리해줄 것 같습니다.

"가장 뜨거운 7월"! 이번 달이 지난 10만 년 중 지구가 가장 뜨거운 달일 거라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지난 50년 지구의 평균 기온을 매일 기록한 선이 회색 선들입니다.

녹색이 올해 기온인데, 거의 매일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 중입니다.

지구 전체 평균 기온으로 한 번도 17도가 넘은 적이 없는데 올해는 넘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가 41.8도, 스페인 카탈루냐가 45도까지 올랐는데 더위로 인한 유럽의 사망자가 일주일 만에 만 명이 넘은 거로 추정됩니다.

[앵커]

그럼 다른 나라들도 뭐 농산물 가격 보나마나겠네요.

[기자]

오죽하면 이런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기후플레이션!' 기후 위기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입니다.

10년 뒤엔 지구 온난화로 식품 물가 상승률이 3% 포인트 오를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올리브유 가격입니다.

주산지인 스페인 남부의 가뭄과 폭염으로 물량이 줄면서, 예년의 두 배 넘게 올라 역대 최고가입니다.

설탕과 카카오, 쌀의 국제 시세도 산지인 인도 등지의 이상 기후와 엘니뇨 때문에 고공 행진 중입니다.

이런 원료가 오르면 국내에서 만드는 과자와 빵, 음료수 가격도 따라 오릅니다.

겨우 2%대로 내려간 국내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지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앵커]

얼마 전에는 또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까지 중단했던데 이것도 영향이 있을까요?

[기자]

우크라이나가 세계적인 밀 산지라서 흑해를 통한 식량 운송이 곡물 가격 안정에 중요합니다.

밀 수송은 9월부터 많아서, 처음엔 당장 영향은 없을 거로 봤습니다.

그래서 첫날 시세는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곡물 수출 거점인 오데사 항구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면서 추가로 8% 넘게 급등했습니다.

곡물 가격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걸로 보이는데, 항구의 곡물 저장 창고가 파괴되면 곡물 가격이 더 오를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의 기후 재난과 식량 위기는 세계가 힘을 모아도 극복이 어려운 실정인데요.

전쟁으로 갈라진 세계가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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