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업무추진비 논란…대안은? [강원 기초의회 업무추진비]③

입력 2023.07.25 (10:10) 수정 2023.07.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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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KBS는 민선8기 지방의회 출범 1년을 맞아 강원도 내 18개 시·군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5,000여 건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업무추진비는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왜 반복되는 것일까요? 대안은 없을까요?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전문성과 신뢰 회복을 꼽고 있습니다.


■ 누군가 지켜보고 있나?…업무추진비 감시 '사각지대'

강원특별자치도 내 18개 시·군의회 가운데 업무추진비 관련 규칙이나 조례를 만든 곳은 15곳입니다.
고성과 정선 ·태백 등 3곳은 관련 조례나 규칙이 없습니다. 조례가 있는 곳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있으나 마나'합니다. 업무추진비 집행과정을 관리하게 돼 있는데, 그 주체가 '의장' 입니다. '셀프 모니터링'하게 돼 있는 겁니다. 또, 조례에 규정된 외부 전문가 점검 역시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의회 사무국이나 사무과는 제외돼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강원도 내 18개 의회 사무국이나 사무과 가운데 행정사무감사를 받는 곳은 원주시의회 한 곳뿐입니다.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지방의회가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대전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관리 부실 기자회견(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제공)지난해 대전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관리 부실 기자회견(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제공)

시민단체가 지켜보니 달라지는 지방의회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올해 초 대전광역시와 5개 자치구의회의 업무추진비를 분석해 공개했습니다.
의장과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자택 인근 사용·해외 부적절 사용 등의 의심 사례를 3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지적했습니다.

이후, 변화가 생겼습니다. 대전광역시 동구의회는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할 때, 음식점 등 집행 장소 옆에 그 소재지까지 담았습니다. 업무추진비가 의원의 집 주변 등에서 사적으로 쓰이는 걸 막기 위해섭니다.

대전 대덕구의회는 업무추진비 집행 목적을 더는 '현안사항 논의'로만 기재하지 않습니다. '주민참여예산 사업추진 실적 논의', '혁신도시 조성방안에 관한 논의' 등 구체적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대전시의회는 해외에서 업무추진비로 산 직원 격려품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따라 업무추진비 100만 원을 반납했습니다.

신뢰받는 지방의회의 조건…그건 바로 '전문성'

2020년 지방의회 '의원정책개발비'가 신설됐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의회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에 필요한 맞춤형 조례와 규칙을 제정하라며, '입법 지원'과 '정책 연구 지원'을 명목으로 의원들의 역량을 높이는 데 별도의 예산을 쓸 수 있게 한 겁니다.

‘지방의회 의원정책개발비 현황 분석보고서’(나라살림연구소)‘지방의회 의원정책개발비 현황 분석보고서’(나라살림연구소)

이에 따라 지난해 전국 지방의회 본예산에 의원정책개발비 169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집행률은 지난해(2022년) 기준 70% 수준입니다. 돈을 쓰겠다고 했던 지방의회 10곳 중 7곳이 돈을 안 썼다는 얘깁니다. 미집행 이유는 다양합니다. 의원정책개발비의 경우, 집행 범위가 연구 용역비로 한정된 만큼 세미나나 토론회·소규모 용역 등에 활용하기 어려워 안 썼다는 겁니다.

업무추진비로도 '의원 교육비' 명목의 돈을 쓸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관련 항목도 들여다봤습니다. 그런데 양구군의회는 지난 4년간 단 한 차례도 의원정책개발비를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예산 편성을 안 했다는 건 이 돈을 써보겠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서울 동대문구와 함께 유이합니다.

■ 더 촘촘하게…'제도 정비'와 '책임성 강화'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 개선을 위한 대책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을 꼽았습니다.
업무추진비와 관련된 각종 법령은 "할 수 있다", "가능하다." 등의 모호한 말로 많은 예외 규정을 두었다는 겁니다. 보다 세세하게 법을 개정해 예외 규정을 없애고, 더 명확하게 법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자체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함께하는시민행동' 채연하 사무처장은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관련 세부 지침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재 기존 행정부와 사실상 동일한 업무추진비 세부 지침을 의회만을 위해 분리해 신설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사용 내역만 기재해 공개하는 방식 대신 영수증 원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특히 물품 구매는 실물 사진도 첨부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현금 사용이 가능하게 돼 있는 예외규정도 성금 납부 등 극히 제한된 항목을 제외하면 모두 카드만 사용토록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다른 대안은 '평가'입니다.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김준모 교수는 '지방의회 사무국 간의 비교 평가제도'를 제안했습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의회를 이제는 본격적인 무대로 올려 평가를 받게끔 하겠다는 겁니다. 업무추진비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더 나아가 각 지방의회가 지자체 감시를 위해 누가 더 열심히 일했는 지를 동일한 기준을 갖고 평가해 보자는 겁니다.

다만 이 평가를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나뉠 수 있겠지만 국회도 시민단체 등 외부에서 의정활동을 두고 수많은 평가가 진행되는 것처럼, 지방의회도 일 잘하는 의회를 찾아내 유권자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의회의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인사권을 비롯한 지방의회의 권한도 강화됐습니다. 커진 권한 만큼, 지방의회도 더 높은 기준의 청렴성·전문성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지방의회 신뢰회복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스스로의 노력과 제도 보완을 통해 진정한 '감시자'로 거듭나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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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복되는 업무추진비 논란…대안은? [강원 기초의회 업무추진비]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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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KBS는 민선8기 지방의회 출범 1년을 맞아 강원도 내 18개 시·군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5,000여 건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업무추진비는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왜 반복되는 것일까요? 대안은 없을까요?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전문성과 신뢰 회복을 꼽고 있습니다.</strong>

■ 누군가 지켜보고 있나?…업무추진비 감시 '사각지대'

강원특별자치도 내 18개 시·군의회 가운데 업무추진비 관련 규칙이나 조례를 만든 곳은 15곳입니다.
고성과 정선 ·태백 등 3곳은 관련 조례나 규칙이 없습니다. 조례가 있는 곳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있으나 마나'합니다. 업무추진비 집행과정을 관리하게 돼 있는데, 그 주체가 '의장' 입니다. '셀프 모니터링'하게 돼 있는 겁니다. 또, 조례에 규정된 외부 전문가 점검 역시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의회 사무국이나 사무과는 제외돼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강원도 내 18개 의회 사무국이나 사무과 가운데 행정사무감사를 받는 곳은 원주시의회 한 곳뿐입니다.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지방의회가 '감시 사각지대'에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대전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관리 부실 기자회견(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제공)
시민단체가 지켜보니 달라지는 지방의회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올해 초 대전광역시와 5개 자치구의회의 업무추진비를 분석해 공개했습니다.
의장과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자택 인근 사용·해외 부적절 사용 등의 의심 사례를 3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지적했습니다.

이후, 변화가 생겼습니다. 대전광역시 동구의회는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할 때, 음식점 등 집행 장소 옆에 그 소재지까지 담았습니다. 업무추진비가 의원의 집 주변 등에서 사적으로 쓰이는 걸 막기 위해섭니다.

대전 대덕구의회는 업무추진비 집행 목적을 더는 '현안사항 논의'로만 기재하지 않습니다. '주민참여예산 사업추진 실적 논의', '혁신도시 조성방안에 관한 논의' 등 구체적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대전시의회는 해외에서 업무추진비로 산 직원 격려품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따라 업무추진비 100만 원을 반납했습니다.

신뢰받는 지방의회의 조건…그건 바로 '전문성'

2020년 지방의회 '의원정책개발비'가 신설됐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의회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에 필요한 맞춤형 조례와 규칙을 제정하라며, '입법 지원'과 '정책 연구 지원'을 명목으로 의원들의 역량을 높이는 데 별도의 예산을 쓸 수 있게 한 겁니다.

‘지방의회 의원정책개발비 현황 분석보고서’(나라살림연구소)
이에 따라 지난해 전국 지방의회 본예산에 의원정책개발비 169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집행률은 지난해(2022년) 기준 70% 수준입니다. 돈을 쓰겠다고 했던 지방의회 10곳 중 7곳이 돈을 안 썼다는 얘깁니다. 미집행 이유는 다양합니다. 의원정책개발비의 경우, 집행 범위가 연구 용역비로 한정된 만큼 세미나나 토론회·소규모 용역 등에 활용하기 어려워 안 썼다는 겁니다.

업무추진비로도 '의원 교육비' 명목의 돈을 쓸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관련 항목도 들여다봤습니다. 그런데 양구군의회는 지난 4년간 단 한 차례도 의원정책개발비를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예산 편성을 안 했다는 건 이 돈을 써보겠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서울 동대문구와 함께 유이합니다.

■ 더 촘촘하게…'제도 정비'와 '책임성 강화'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 개선을 위한 대책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을 꼽았습니다.
업무추진비와 관련된 각종 법령은 "할 수 있다", "가능하다." 등의 모호한 말로 많은 예외 규정을 두었다는 겁니다. 보다 세세하게 법을 개정해 예외 규정을 없애고, 더 명확하게 법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자체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함께하는시민행동' 채연하 사무처장은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관련 세부 지침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재 기존 행정부와 사실상 동일한 업무추진비 세부 지침을 의회만을 위해 분리해 신설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사용 내역만 기재해 공개하는 방식 대신 영수증 원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특히 물품 구매는 실물 사진도 첨부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현금 사용이 가능하게 돼 있는 예외규정도 성금 납부 등 극히 제한된 항목을 제외하면 모두 카드만 사용토록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다른 대안은 '평가'입니다. 건국대학교 행정학과 김준모 교수는 '지방의회 사무국 간의 비교 평가제도'를 제안했습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의회를 이제는 본격적인 무대로 올려 평가를 받게끔 하겠다는 겁니다. 업무추진비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더 나아가 각 지방의회가 지자체 감시를 위해 누가 더 열심히 일했는 지를 동일한 기준을 갖고 평가해 보자는 겁니다.

다만 이 평가를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나뉠 수 있겠지만 국회도 시민단체 등 외부에서 의정활동을 두고 수많은 평가가 진행되는 것처럼, 지방의회도 일 잘하는 의회를 찾아내 유권자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의회의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인사권을 비롯한 지방의회의 권한도 강화됐습니다. 커진 권한 만큼, 지방의회도 더 높은 기준의 청렴성·전문성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지방의회 신뢰회복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스스로의 노력과 제도 보완을 통해 진정한 '감시자'로 거듭나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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