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숨지기 전 3차례 상담 “학부모 전화 소름끼쳐”

입력 2023.07.28 (10:49) 수정 2023.07.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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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지난 18일 숨진 교사 A씨가 지난해부터 학부모 민원과 관련해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A씨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 경찰과 교육당국이 학교 관계자들과 학부모 등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서이초등학교에서 제공한 A씨의 상담 내역 등을 보면 A씨가 숨지기 전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음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 숨지기 전 3차례 상담 "학부모 전화 소름끼쳐…가스라이팅"


오늘(28일)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건, 올해 8건 등 지난해 5월부터 이달까지 총 10차례 학교에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이달에는 3차례나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 중 두 차례는 학생 두 명이 실갱이를 벌이다 연필로 다른 학생 이마를 그은 사건 관련이었습니다. 당시 A씨는 이 사건을 학교에 보고한 뒤 두 학생 측 부모님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중재했습니다.

A씨는 사건 이후 학교 측에 상담을 요청하면서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 (전화) 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학교 측은 A씨에게 "전화번호를 얼른 바꾸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다른 상담 내용도 A씨가 학부모 민원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는 내용입니다.

상담 기록에 따르면 A씨는 "학생과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자꾸 들으니까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고 학교 측에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학교 측은 "A씨 잘못이 아니며 학생의 상담 치료가 절실하다"고 답했습니다.

지난달에도 A씨는 다른 학생과 관련해 "학생이 이제는 학급에서 '금쪽이(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가 됐고, 상담을 받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면서 "학부모에게 연락했는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말하기 힘들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 1학기 서이초 학부모 민원 11건…상반된 내용에 '혼란'


올해 1학기 동안 A씨가 속한 서이초등학교에 제기한 학부모들의 민원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실이 입수한 '2023학년도 1학기 서이초 학부모 민원 내역'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 서이 초등학교 교무실에 공식 접수된 민원은 11건이었습니다.

민원 내용은 다양했는데, 학부모들 간 상반되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며 학교 측이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학부모는 '하교 시간 학교 앞 도로가 복잡함에도 솜사탕 파는 상인이 있어 학생 통행이 위험하다'고 신고해 이후 교감과 보안관이 학생들 하교 때 교문 통행 지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8일 뒤 또 다른 학부모는 '보안관이 후문 앞 도로의 차량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다'면서 교육청에 신고한 뒤 학교에 통보했습니다. 이 학부모는 차량을 통제하는 보안관에게 '욕을 했다'고도 보고됐습니다.


담임 교사의 지도 방식을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민원 내용도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한 학부모는 학교 측에 '담임 교사의 생활지도와 교과지도, 수행평가에 대한 3가지 문제점을 말했다'고 했습니다.

이후 교감이 해당 담임 교사와 면담을 하면서 '시정할 것을 약속받았다'고 돼있습니다.

그런데 나흘 뒤에는 '문제점'의 개수를 더 늘려서 제기했습니다.

같은 학부모가 이 교사를 향해 '6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거듭 지적한 것입니다.

이후 교감은 또 다시 담임 교사를 면담해야만 했습니다.

오늘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와 관련 대한 현안 질의를 할 예정인데, 교육부 등을 상대로 과도한 교권 침해와 관련한 대책을 추궁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 제공: 국민의힘 정경희·박정하 의원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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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이초 교사, 숨지기 전 3차례 상담 “학부모 전화 소름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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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7-28 14: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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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지난 18일 숨진 교사 A씨가 지난해부터 학부모 민원과 관련해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A씨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 경찰과 교육당국이 학교 관계자들과 학부모 등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서이초등학교에서 제공한 A씨의 상담 내역 등을 보면 A씨가 숨지기 전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음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 숨지기 전 3차례 상담 "학부모 전화 소름끼쳐…가스라이팅"


오늘(28일)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건, 올해 8건 등 지난해 5월부터 이달까지 총 10차례 학교에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이달에는 3차례나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 중 두 차례는 학생 두 명이 실갱이를 벌이다 연필로 다른 학생 이마를 그은 사건 관련이었습니다. 당시 A씨는 이 사건을 학교에 보고한 뒤 두 학생 측 부모님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중재했습니다.

A씨는 사건 이후 학교 측에 상담을 요청하면서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 (전화) 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학교 측은 A씨에게 "전화번호를 얼른 바꾸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다른 상담 내용도 A씨가 학부모 민원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는 내용입니다.

상담 기록에 따르면 A씨는 "학생과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자꾸 들으니까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고 학교 측에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학교 측은 "A씨 잘못이 아니며 학생의 상담 치료가 절실하다"고 답했습니다.

지난달에도 A씨는 다른 학생과 관련해 "학생이 이제는 학급에서 '금쪽이(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가 됐고, 상담을 받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면서 "학부모에게 연락했는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말하기 힘들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 1학기 서이초 학부모 민원 11건…상반된 내용에 '혼란'


올해 1학기 동안 A씨가 속한 서이초등학교에 제기한 학부모들의 민원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실이 입수한 '2023학년도 1학기 서이초 학부모 민원 내역'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 서이 초등학교 교무실에 공식 접수된 민원은 11건이었습니다.

민원 내용은 다양했는데, 학부모들 간 상반되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며 학교 측이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학부모는 '하교 시간 학교 앞 도로가 복잡함에도 솜사탕 파는 상인이 있어 학생 통행이 위험하다'고 신고해 이후 교감과 보안관이 학생들 하교 때 교문 통행 지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8일 뒤 또 다른 학부모는 '보안관이 후문 앞 도로의 차량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다'면서 교육청에 신고한 뒤 학교에 통보했습니다. 이 학부모는 차량을 통제하는 보안관에게 '욕을 했다'고도 보고됐습니다.


담임 교사의 지도 방식을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민원 내용도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한 학부모는 학교 측에 '담임 교사의 생활지도와 교과지도, 수행평가에 대한 3가지 문제점을 말했다'고 했습니다.

이후 교감이 해당 담임 교사와 면담을 하면서 '시정할 것을 약속받았다'고 돼있습니다.

그런데 나흘 뒤에는 '문제점'의 개수를 더 늘려서 제기했습니다.

같은 학부모가 이 교사를 향해 '6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거듭 지적한 것입니다.

이후 교감은 또 다시 담임 교사를 면담해야만 했습니다.

오늘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와 관련 대한 현안 질의를 할 예정인데, 교육부 등을 상대로 과도한 교권 침해와 관련한 대책을 추궁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 제공: 국민의힘 정경희·박정하 의원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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