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시아 쉰들러’의 두 얼굴?…‘미성년자 성추행’ 수사 착수

입력 2023.08.02 (21:05) 수정 2023.08.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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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더위에 편안히 보내셨습니까?

오늘(2일) 9시 뉴스는 KBS가 단독 취재한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북한을 빠져나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오랜 시간 도와 온 목사가 있습니다.

CNN을 비롯한 해외 언론에선 '아시아의 쉰들러'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목사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납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기숙형 대안학교에서 10대 탈북자들을 여러 차례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온 겁니다.

단독 보도, 먼저 이호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탈북 청소년을 위한 기숙형 대안 학교.

2009년 A 목사가 설립한 곳입니다.

A 목사는 20년 넘게 북한 주민 천여 명의 탈북을 지원해,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인물입니다.

[A 목사/2019년/음성변조 : "학교를 가야 되는데 초등학교 수준도 안 되고, 그래서 그 학생들을 위해서 우리가 학교를 시작하자."]

수년간 이곳에서 지냈던 B양은 올해 자퇴를 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숙사에서 소름 끼치는 일을 겪고서였습니다.

낮잠을 자는데 누군가 가슴을 더듬어 화들짝 일어났더니, A 목사였다고 했습니다.

[B 양/음성변조 : "점심시간 때 올라와 가지고, 침대에 걸터앉아서, (침대) 커튼 안쪽으로 손 넣고, 가슴이랑 배 쪽 만지고, 앞의 친구랑은 대화하고. 너무 당황스러워 가지고 몸이 안 움직였어요."]

바로 앞에 친구가 있는데도 옷 안으로 손을 넣었단 거였습니다.

B양은 이런 접촉이 수시로 있었고, 몇몇 친구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B 양/음성변조 : "언니도 계속 배 만지고, 그러고 애들한테도 막 속옷에 손 넣고 가슴 만지고 그런 게 있었어요."]

자퇴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어머니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B양.

[B양 어머니/음성변조 : "방학이 끝나고 학교 갈 때 돼서 제가 데려다주려고 하니까 아이가 거부하는 거예요, 울면서. 밤에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다른 짓은 아무것도 안 해요. 밖에도 안 가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A 목사는 오해라고 부인했습니다.

[A 목사/음성변조 : "나는 너희들이 아마 그날 다른 뭐 때문에 깨우러 갔을 거야. 일부러 만지러 갔다고 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니까…"]

[B양/음성변조 : "그런데 가슴에 왜 손 넣었는데요?"]

[A 목사/음성변조 : "너한테 그랬다는 거는 생각이 안 나. 은혜를 그런 식으로 갚니?"]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미국 행사를 앞둔 A 목사를 출국금지 조치를 했고, 지난주 학교를 압수수색해 CCTV 자료 등을 확보했습니다.

경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피해자는 8명.

사건 당시 모두 미성년자였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앵커]

A 목사의 이런 부적절한 접촉은 최소 5년 동안 이어졌고, 피해자는 적어도 8명에 달한다는 게 경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수사가 이뤄진 걸까요?

북한이탈주민 신분에, 모든 게 낯선 상황이라 피해자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습니다.

A 목사는 경제적 지원이나 유학 얘기를 하면서 피해자들을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단독보도, 이어서 최민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B 양과 함께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자, C 양.

A 목사의 이상한 접촉이 시작된 건 5년 전의 일이라고 했습니다.

[C양/음성변조 : "마사지해주겠다면서 발목부터 종아리 이렇게 올라오는데 제가 가만히 있으면 여자 아래쪽까지 만지실 거 같아서... 손이 이렇게 들어오는데 제가 팔로 꾹 눌렀어요."]

한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도움을 주려던 교사는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후엔 가족은 물론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습니다.

[C 양/음성변조 : "저희 엄마도 너무 힘들게 살았고. 북한에서도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저 때문에 엄마 너무 스트레스 받고 힘들까봐."]

법적 대응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C 양/음성변조 : "고소하고 변호사 사고 이럴 돈도 없고. 고소를 해도 2010년도인가 탈북 여성들처럼 제가 이상한 사람이 돼서 묻혀버릴까봐."]

A 목사는 의지할 곳 없는 북한이탈주민의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A 목사/음성변조 : "너도 미국에 유학보내준다고 했는데, 그걸 생각한다면 내가 너를 일부러 나쁘게 했다고 생각 말았으면 좋겠고. 지금까지 먹고 입을 거 다해주고 니 원하는 거 다해줬잖아."]

자포자기했던 피해자들은 지원 활동을 나온 한 자원봉사자가 성추행 장면을 목격한 후 하나 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자원봉사자 : "살짝 얘기를 꺼냈을 때 그게 그냥 그 선생님조차 사라지는 그런 경험을 했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변호사분께 이걸 알려야 된다 생각을 했고요."]

피해자들이 취재진과 만난 날, 학교 측은 갑자기 방학한다고 공지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KBS는 A 목사에게 고소장 내용을 인정하는지 물었고, A 목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고 관련자가 아이들이어서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KBS 뉴스 최민영입니다.

[앵커]

A목사가 운영하는 이 학교에서 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내일(3일)도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 이어가겠습니다.

촬영기자:정현석 서다은 최석규 하정현/영상편집:신남규 이태희/그래픽:김성일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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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2 21:05:12
    • 수정2023-08-03 08: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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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편안히 보내셨습니까?

오늘(2일) 9시 뉴스는 KBS가 단독 취재한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북한을 빠져나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오랜 시간 도와 온 목사가 있습니다.

CNN을 비롯한 해외 언론에선 '아시아의 쉰들러'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목사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납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기숙형 대안학교에서 10대 탈북자들을 여러 차례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온 겁니다.

단독 보도, 먼저 이호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탈북 청소년을 위한 기숙형 대안 학교.

2009년 A 목사가 설립한 곳입니다.

A 목사는 20년 넘게 북한 주민 천여 명의 탈북을 지원해,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인물입니다.

[A 목사/2019년/음성변조 : "학교를 가야 되는데 초등학교 수준도 안 되고, 그래서 그 학생들을 위해서 우리가 학교를 시작하자."]

수년간 이곳에서 지냈던 B양은 올해 자퇴를 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숙사에서 소름 끼치는 일을 겪고서였습니다.

낮잠을 자는데 누군가 가슴을 더듬어 화들짝 일어났더니, A 목사였다고 했습니다.

[B 양/음성변조 : "점심시간 때 올라와 가지고, 침대에 걸터앉아서, (침대) 커튼 안쪽으로 손 넣고, 가슴이랑 배 쪽 만지고, 앞의 친구랑은 대화하고. 너무 당황스러워 가지고 몸이 안 움직였어요."]

바로 앞에 친구가 있는데도 옷 안으로 손을 넣었단 거였습니다.

B양은 이런 접촉이 수시로 있었고, 몇몇 친구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B 양/음성변조 : "언니도 계속 배 만지고, 그러고 애들한테도 막 속옷에 손 넣고 가슴 만지고 그런 게 있었어요."]

자퇴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어머니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B양.

[B양 어머니/음성변조 : "방학이 끝나고 학교 갈 때 돼서 제가 데려다주려고 하니까 아이가 거부하는 거예요, 울면서. 밤에 자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다른 짓은 아무것도 안 해요. 밖에도 안 가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A 목사는 오해라고 부인했습니다.

[A 목사/음성변조 : "나는 너희들이 아마 그날 다른 뭐 때문에 깨우러 갔을 거야. 일부러 만지러 갔다고 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니까…"]

[B양/음성변조 : "그런데 가슴에 왜 손 넣었는데요?"]

[A 목사/음성변조 : "너한테 그랬다는 거는 생각이 안 나. 은혜를 그런 식으로 갚니?"]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미국 행사를 앞둔 A 목사를 출국금지 조치를 했고, 지난주 학교를 압수수색해 CCTV 자료 등을 확보했습니다.

경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피해자는 8명.

사건 당시 모두 미성년자였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앵커]

A 목사의 이런 부적절한 접촉은 최소 5년 동안 이어졌고, 피해자는 적어도 8명에 달한다는 게 경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수사가 이뤄진 걸까요?

북한이탈주민 신분에, 모든 게 낯선 상황이라 피해자들은 선뜻 나서지 못했습니다.

A 목사는 경제적 지원이나 유학 얘기를 하면서 피해자들을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단독보도, 이어서 최민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B 양과 함께 고소장을 접수한 피해자, C 양.

A 목사의 이상한 접촉이 시작된 건 5년 전의 일이라고 했습니다.

[C양/음성변조 : "마사지해주겠다면서 발목부터 종아리 이렇게 올라오는데 제가 가만히 있으면 여자 아래쪽까지 만지실 거 같아서... 손이 이렇게 들어오는데 제가 팔로 꾹 눌렀어요."]

한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도움을 주려던 교사는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후엔 가족은 물론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습니다.

[C 양/음성변조 : "저희 엄마도 너무 힘들게 살았고. 북한에서도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저 때문에 엄마 너무 스트레스 받고 힘들까봐."]

법적 대응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C 양/음성변조 : "고소하고 변호사 사고 이럴 돈도 없고. 고소를 해도 2010년도인가 탈북 여성들처럼 제가 이상한 사람이 돼서 묻혀버릴까봐."]

A 목사는 의지할 곳 없는 북한이탈주민의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A 목사/음성변조 : "너도 미국에 유학보내준다고 했는데, 그걸 생각한다면 내가 너를 일부러 나쁘게 했다고 생각 말았으면 좋겠고. 지금까지 먹고 입을 거 다해주고 니 원하는 거 다해줬잖아."]

자포자기했던 피해자들은 지원 활동을 나온 한 자원봉사자가 성추행 장면을 목격한 후 하나 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자원봉사자 : "살짝 얘기를 꺼냈을 때 그게 그냥 그 선생님조차 사라지는 그런 경험을 했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변호사분께 이걸 알려야 된다 생각을 했고요."]

피해자들이 취재진과 만난 날, 학교 측은 갑자기 방학한다고 공지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KBS는 A 목사에게 고소장 내용을 인정하는지 물었고, A 목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이고 관련자가 아이들이어서 조심스럽다고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KBS 뉴스 최민영입니다.

[앵커]

A목사가 운영하는 이 학교에서 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내일(3일)도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 이어가겠습니다.

촬영기자:정현석 서다은 최석규 하정현/영상편집:신남규 이태희/그래픽:김성일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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