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기업이 원하는 공장은 없다”…전 세계 노동력 ‘가뭄’

입력 2023.08.09 (10:51) 수정 2023.08.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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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남아 의류 공장, 하면 어떤 그림이 떠오르시나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쉴 새 없이 재봉틀을 돌리는 공장 근로자들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이런 분위기에도 변화 기류가 감지되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유는 뭐고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베트남에는 대기업 못지 않은 근로 환경을 자랑하는 의류 공장이 있다고요?

[기자]

커피와 맥주를 제공하는 카페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요가나 댄스 강좌까지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곳이 있습니다.

베트남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호치민에 위치한 한 글로벌 의류 공장인데요.

통유리로 된 쾌적한 사무실과 양질의 구내식당, 카페까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남아 의류 공장 분위기와는 아주 다르죠.

[베트남 의류 공장 CEO : "이 시설을 공장 근로자 6백 명이 이용하고 있어요. 그중 몇몇은 창업 때부터 함께한 사람들이죠."]

이 회사는 20년가량 베트남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3년 전 이런 복지 시설을 지었다고 합니다.

[앵커]

의류 공장들은 노동 환경이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은데, 이런 회사가 생긴 이유가 뭔가요?

[기자]

그동안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값싸고 강도 높은 노동력을 찾아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을 찾았죠.

하지만 이런 노동력의 주축이던 개도국 청년들이 예전과는 달라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요즘 아시아 개도국의 청년들은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전보다 교육 수준이 높아진 데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넓은 시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틱톡' 인플루언서 : "사람들이 '직업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저는 '틱톡커예요.'라고 대답해요. 그러면 다들 '오 그렇군요.'하고 반응하죠. '틱톡'이 없었다면, 뭘 할지 모르겠어요."]

또 "부모 세대보다 결혼은 늦게 하고 아이는 적게 갖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힘들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어야 하는 압박감도 줄었다"고 짚었습니다.

[앵커]

이런 분위기가 '세계의 공장'으로 불려 온 중국에서 특히 심해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요즘 중국은 청년 5명 중 1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청년 실업률이 심각하죠.

그런데 한편에선 일할 사람이 없어서 아우성입니다.

한 컨설팅 업체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중국 제조업체의 무려 80%는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씩 인력이 부족한 거로 파악됐습니다.

"중국 청년들은 저임금에 고강도 노동, 다칠 위험까지 있는 공장 일자리를 가치 없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습니다.

이는 중국 경제를 넘어 전 세계 제조업에 위기가 되고 있는데요.

세계 소비 상품의 3분의 1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일손 부족에 허덕이게 됐습니다.

[앵커]

그래서 중국이나 동남아를 떠나 새로운 노동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들도 있지 않나요?

[기자]

남아시아나 아프리카처럼 여전히 젊은 노동 인력이 많은 국가에서 활로를 찾는 기업들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 대부분이 정치적으로 불안하거나, 인프라가 부족하죠.

또 당장 업무에 투입될 만큼 훈련된 인력이 적은 거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 개도국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주고 노동 환경을 개선해줄 수 밖에 없게 됐는데요.

유엔 국제노동기구 조사를 보면 베트남 공장 노동자들의 월급은 현재 320달러 정도로, 2011년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임금 상승률과 비교하면 3배 빠른 수준입니다.

중국의 공장 근로자들 임금도 2012년부터 10년 동안 120% 넘게 상승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생산 비용이 늘어나면 결국 소비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기자]

신발 제품 대부분을 아시아 공장에서 만드는 '나이키'가 지난 6월 소비자 가격을 올렸는데, 인건비 상승 등 생산 비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시 아시아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둔 바비인형 제조사 '마텔' 등 장난감 업체들도 최근 줄줄이 가격 인상을 발표했죠.

월스트리트저널은 베트남 의류 공장 관계자를 인용해 "이제 지구상에 기업과 소비자가 원하는 공장은 없다"고 보도했는데요.

값싼 노동력에 기반을 뒀던 '초저가' 소비 시대가 저물어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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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기업이 원하는 공장은 없다”…전 세계 노동력 ‘가뭄’
    • 입력 2023-08-09 10:51:00
    • 수정2023-08-09 10: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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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남아 의류 공장, 하면 어떤 그림이 떠오르시나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쉴 새 없이 재봉틀을 돌리는 공장 근로자들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이런 분위기에도 변화 기류가 감지되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유는 뭐고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베트남에는 대기업 못지 않은 근로 환경을 자랑하는 의류 공장이 있다고요?

[기자]

커피와 맥주를 제공하는 카페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요가나 댄스 강좌까지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곳이 있습니다.

베트남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호치민에 위치한 한 글로벌 의류 공장인데요.

통유리로 된 쾌적한 사무실과 양질의 구내식당, 카페까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남아 의류 공장 분위기와는 아주 다르죠.

[베트남 의류 공장 CEO : "이 시설을 공장 근로자 6백 명이 이용하고 있어요. 그중 몇몇은 창업 때부터 함께한 사람들이죠."]

이 회사는 20년가량 베트남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3년 전 이런 복지 시설을 지었다고 합니다.

[앵커]

의류 공장들은 노동 환경이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은데, 이런 회사가 생긴 이유가 뭔가요?

[기자]

그동안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값싸고 강도 높은 노동력을 찾아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을 찾았죠.

하지만 이런 노동력의 주축이던 개도국 청년들이 예전과는 달라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요즘 아시아 개도국의 청년들은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전보다 교육 수준이 높아진 데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넓은 시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틱톡' 인플루언서 : "사람들이 '직업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저는 '틱톡커예요.'라고 대답해요. 그러면 다들 '오 그렇군요.'하고 반응하죠. '틱톡'이 없었다면, 뭘 할지 모르겠어요."]

또 "부모 세대보다 결혼은 늦게 하고 아이는 적게 갖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힘들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어야 하는 압박감도 줄었다"고 짚었습니다.

[앵커]

이런 분위기가 '세계의 공장'으로 불려 온 중국에서 특히 심해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요즘 중국은 청년 5명 중 1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청년 실업률이 심각하죠.

그런데 한편에선 일할 사람이 없어서 아우성입니다.

한 컨설팅 업체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중국 제조업체의 무려 80%는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씩 인력이 부족한 거로 파악됐습니다.

"중국 청년들은 저임금에 고강도 노동, 다칠 위험까지 있는 공장 일자리를 가치 없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습니다.

이는 중국 경제를 넘어 전 세계 제조업에 위기가 되고 있는데요.

세계 소비 상품의 3분의 1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일손 부족에 허덕이게 됐습니다.

[앵커]

그래서 중국이나 동남아를 떠나 새로운 노동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들도 있지 않나요?

[기자]

남아시아나 아프리카처럼 여전히 젊은 노동 인력이 많은 국가에서 활로를 찾는 기업들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 대부분이 정치적으로 불안하거나, 인프라가 부족하죠.

또 당장 업무에 투입될 만큼 훈련된 인력이 적은 거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 개도국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주고 노동 환경을 개선해줄 수 밖에 없게 됐는데요.

유엔 국제노동기구 조사를 보면 베트남 공장 노동자들의 월급은 현재 320달러 정도로, 2011년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임금 상승률과 비교하면 3배 빠른 수준입니다.

중국의 공장 근로자들 임금도 2012년부터 10년 동안 120% 넘게 상승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생산 비용이 늘어나면 결국 소비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기자]

신발 제품 대부분을 아시아 공장에서 만드는 '나이키'가 지난 6월 소비자 가격을 올렸는데, 인건비 상승 등 생산 비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시 아시아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둔 바비인형 제조사 '마텔' 등 장난감 업체들도 최근 줄줄이 가격 인상을 발표했죠.

월스트리트저널은 베트남 의류 공장 관계자를 인용해 "이제 지구상에 기업과 소비자가 원하는 공장은 없다"고 보도했는데요.

값싼 노동력에 기반을 뒀던 '초저가' 소비 시대가 저물어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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