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길어지는 폭염…“그 어느 때보다 혹독해”

입력 2023.08.09 (11:23) 수정 2023.08.09 (11: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경남에서는 보름 넘게 폭염 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변변한 냉방 시설도 없이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올해가 유독 혹독하다는 폭염 취약계층들을 이형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침대 하나 겨우 들어가는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60대 A씨.

폭염 특보가 내려진 날, 에어컨 대신 작은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맡깁니다.

창문을 열어 열기라도 자주 빼내면 좋겠지만, 밖에서 집 안이 훤히 보이는 탓에 그마저도 어렵습니다.

A씨는 거동이 불편해 무더위 쉼터에 쉽게 갈 수도 없습니다.

[A씨/창원시 회원동 : "차가운 물에 목욕해도 물이 따뜻합니다. (밤에는) 얼음 수건을 해놓고 잔다니까요. (냉장고에) 얼음 수건을 미리 만들어 놓아요."]

좁은 골목길 자락에 자리한 또 다른 주택.

낡은 슬레이트 지붕은 한낮의 열기를 그대로 흡수합니다.

선풍기를 틀어도 후텁지근한 공기만 실내를 돌 뿐입니다.

취재진이 열화상 카메라로 실내 표면 온도를 측정해봤더니, 바깥 온도인 35도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곳에 사는 70대 김기선 할머니는 전기요금 걱정에 에어컨을 켤 엄두조차 못 냅니다.

[김기선/창원시 마산합포구 신월동 : "나이 많은 사람이 에어컨을 틀면, 전기세가 많이 나와요. 많이 안 켜요. 잠은 일찍 깨죠, 새벽에, 더우니까요."]

계속되는 폭염에 자치단체는 폭염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을 순찰하거나, 생수 등 여름나기 물품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에어컨 설치나 냉방비 지원 등 실질적 대책은 예년과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행정복지센터에서 추천한 일부 가구에 냉방비 3만 원이 지급될 뿐, 이마저도 여름을 나기엔 부족합니다.

[창원시 관계자/음성변조 : "(다른 자치단체는 돈이 더 나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많이 드리면 좋겠지만, 저희는 이제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현금성 지원보다는 안부 확인이라든가…."]

여느 여름보다 더 혹독하고 길어진 이번 폭염.

폭염 취약계층들의 힘겨운 여름나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무덥고 길어지는 폭염…“그 어느 때보다 혹독해”
    • 입력 2023-08-09 11:23:50
    • 수정2023-08-09 11:36:43
    930뉴스(창원)
[앵커]

경남에서는 보름 넘게 폭염 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변변한 냉방 시설도 없이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올해가 유독 혹독하다는 폭염 취약계층들을 이형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침대 하나 겨우 들어가는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60대 A씨.

폭염 특보가 내려진 날, 에어컨 대신 작은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맡깁니다.

창문을 열어 열기라도 자주 빼내면 좋겠지만, 밖에서 집 안이 훤히 보이는 탓에 그마저도 어렵습니다.

A씨는 거동이 불편해 무더위 쉼터에 쉽게 갈 수도 없습니다.

[A씨/창원시 회원동 : "차가운 물에 목욕해도 물이 따뜻합니다. (밤에는) 얼음 수건을 해놓고 잔다니까요. (냉장고에) 얼음 수건을 미리 만들어 놓아요."]

좁은 골목길 자락에 자리한 또 다른 주택.

낡은 슬레이트 지붕은 한낮의 열기를 그대로 흡수합니다.

선풍기를 틀어도 후텁지근한 공기만 실내를 돌 뿐입니다.

취재진이 열화상 카메라로 실내 표면 온도를 측정해봤더니, 바깥 온도인 35도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곳에 사는 70대 김기선 할머니는 전기요금 걱정에 에어컨을 켤 엄두조차 못 냅니다.

[김기선/창원시 마산합포구 신월동 : "나이 많은 사람이 에어컨을 틀면, 전기세가 많이 나와요. 많이 안 켜요. 잠은 일찍 깨죠, 새벽에, 더우니까요."]

계속되는 폭염에 자치단체는 폭염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을 순찰하거나, 생수 등 여름나기 물품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에어컨 설치나 냉방비 지원 등 실질적 대책은 예년과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행정복지센터에서 추천한 일부 가구에 냉방비 3만 원이 지급될 뿐, 이마저도 여름을 나기엔 부족합니다.

[창원시 관계자/음성변조 : "(다른 자치단체는 돈이 더 나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많이 드리면 좋겠지만, 저희는 이제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현금성 지원보다는 안부 확인이라든가…."]

여느 여름보다 더 혹독하고 길어진 이번 폭염.

폭염 취약계층들의 힘겨운 여름나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창원-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