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이란 동결 자금 풀렸지만…“핵 문제는 별개”
입력 2023.08.16 (10:52)
수정 2023.08.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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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미국이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을 풀어주는 대신, 이란은 수감 중이던 미국인 5명을 석방해 주기로 했죠.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지만, 미국 안팎에서는 이번 합의를 두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이번 합의가 미국에선 정치권 논쟁으로 번졌죠?
[기자]
현지시각 지난 10일 오랜 앙숙인 미국과 이란이 중요한 합의를 이뤘죠.
이란이 감옥에 수용했던 미국인 5명을 풀어주는 대신,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약 9조 원을 받을 수 있게 한 건데요.
현재 미국인 5명은 감옥에서 일단 나와 가택 연금에 들어간 상태고, 이란 자금은 한국 은행에서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됐습니다.
이렇게 후속 절차가 속속 진행되는 한편, 미국 정치권에선 이번 합의를 두고 공방이 거센데요.
야당인 공화당은 사실상 '몸값'을 지불한 거라며 바이든 정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외교 수장이었던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이란에 미국인 1명마다 10억 달러를 주겠다고 말한 셈"이라며, "더 많은 인질극을 부추길 것" 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비판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성과를 깎아내리는 일이라, 여당인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는데요.
"풀어주는 자금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 있던 돈이기 때문에 몸값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앵커]
미국 제재로 묶여있던 자금이었던 만큼 조금 궁색한 변명이란 생각이 드는데, 이런 적극 방어에도 불구하고 이란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은 미국 밖에서도 나오잖아요?
[기자]
중동 지역에서 이란과 실제로 무력 대치를 하는 이스라엘이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핵 시설 해체가 빠진 합의로는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멈출 수 없다"며, "이란의 테러 조직에 돈만 지원하는 셈"이라고 이번 합의를 비판했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미국은 이번 합의와 이란 제재는 별개라는 뜻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풀어준 자금은 미국의 제재 아래서 식량이나 의료비 등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합니다.
동결 해제된 자금은 앞으로 5~6주에 걸쳐 스위스에서 카타르에 있는 이란 은행 6곳으로 옮기게 되는데, 카타르 정부는 이 은행들의 자금 용처를 어떻게 감시할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란과 서방의 갈등이 워낙 해묵은 문제다 보니 불신의 눈초리가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같은데, 미국 정부가 이런 합의를 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기자]
이번 합의가 이란 핵 개발을 막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었던 2018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한 뒤로 양측 사이 대화가 아예 단절됐죠.
그 사이 이란은 핵 개발 기술을 크게 키웠고요.
악화일로로 치닫던 두 나라 사이에 변화 기류가 감지된 건 올해 초입니다.
물밑 협상을 진행하는 등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는데, 최근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낮추는 등 핵 개발에서 속도 조절을 하기 시작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존 커비/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 "이란과의 협상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외교적인 논의를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래서 이대로만 가면 트럼프 정부 때 파기됐던 '이란 핵 합의'의 복원도 가능할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죠?
[기자]
뉴욕타임스는 이번 합의를 두고 "미국과 이란 관계의 심각한 문제들이 제거되고 있고, 추가적인 외교 성과가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와 핵 문제 해결은 별개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가장 큰 이유는 내년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란 변수입니다.
일단 미국 정부가 이란과 공식적으로 핵 합의를 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의회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선거에 앞서 민주당 정부의 큰 외교 성과에 도움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란 입장에서도 미국 내부 사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요한 합의를 하기엔 부담스러울 거란 관측이 있습니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 바이든 정부와 했던 거래를 또 파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의 애매한 상황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게 이란에 더 유리할 거란 관측도 나오는데요.
AFP는 한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의 제재가 약해진 틈을 타 석유를 판매할 수 있다면 이란은 현상 유지를 바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을 풀어주는 대신, 이란은 수감 중이던 미국인 5명을 석방해 주기로 했죠.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지만, 미국 안팎에서는 이번 합의를 두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이번 합의가 미국에선 정치권 논쟁으로 번졌죠?
[기자]
현지시각 지난 10일 오랜 앙숙인 미국과 이란이 중요한 합의를 이뤘죠.
이란이 감옥에 수용했던 미국인 5명을 풀어주는 대신,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약 9조 원을 받을 수 있게 한 건데요.
현재 미국인 5명은 감옥에서 일단 나와 가택 연금에 들어간 상태고, 이란 자금은 한국 은행에서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됐습니다.
이렇게 후속 절차가 속속 진행되는 한편, 미국 정치권에선 이번 합의를 두고 공방이 거센데요.
야당인 공화당은 사실상 '몸값'을 지불한 거라며 바이든 정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외교 수장이었던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이란에 미국인 1명마다 10억 달러를 주겠다고 말한 셈"이라며, "더 많은 인질극을 부추길 것" 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비판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성과를 깎아내리는 일이라, 여당인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는데요.
"풀어주는 자금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 있던 돈이기 때문에 몸값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앵커]
미국 제재로 묶여있던 자금이었던 만큼 조금 궁색한 변명이란 생각이 드는데, 이런 적극 방어에도 불구하고 이란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은 미국 밖에서도 나오잖아요?
[기자]
중동 지역에서 이란과 실제로 무력 대치를 하는 이스라엘이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핵 시설 해체가 빠진 합의로는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멈출 수 없다"며, "이란의 테러 조직에 돈만 지원하는 셈"이라고 이번 합의를 비판했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미국은 이번 합의와 이란 제재는 별개라는 뜻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풀어준 자금은 미국의 제재 아래서 식량이나 의료비 등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합니다.
동결 해제된 자금은 앞으로 5~6주에 걸쳐 스위스에서 카타르에 있는 이란 은행 6곳으로 옮기게 되는데, 카타르 정부는 이 은행들의 자금 용처를 어떻게 감시할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란과 서방의 갈등이 워낙 해묵은 문제다 보니 불신의 눈초리가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같은데, 미국 정부가 이런 합의를 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기자]
이번 합의가 이란 핵 개발을 막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었던 2018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한 뒤로 양측 사이 대화가 아예 단절됐죠.
그 사이 이란은 핵 개발 기술을 크게 키웠고요.
악화일로로 치닫던 두 나라 사이에 변화 기류가 감지된 건 올해 초입니다.
물밑 협상을 진행하는 등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는데, 최근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낮추는 등 핵 개발에서 속도 조절을 하기 시작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존 커비/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 "이란과의 협상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외교적인 논의를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래서 이대로만 가면 트럼프 정부 때 파기됐던 '이란 핵 합의'의 복원도 가능할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죠?
[기자]
뉴욕타임스는 이번 합의를 두고 "미국과 이란 관계의 심각한 문제들이 제거되고 있고, 추가적인 외교 성과가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와 핵 문제 해결은 별개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가장 큰 이유는 내년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란 변수입니다.
일단 미국 정부가 이란과 공식적으로 핵 합의를 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의회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선거에 앞서 민주당 정부의 큰 외교 성과에 도움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란 입장에서도 미국 내부 사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요한 합의를 하기엔 부담스러울 거란 관측이 있습니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 바이든 정부와 했던 거래를 또 파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의 애매한 상황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게 이란에 더 유리할 거란 관측도 나오는데요.
AFP는 한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의 제재가 약해진 틈을 타 석유를 판매할 수 있다면 이란은 현상 유지를 바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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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8-16 10:52:00
- 수정2023-08-16 10: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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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미국이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을 풀어주는 대신, 이란은 수감 중이던 미국인 5명을 석방해 주기로 했죠.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지만, 미국 안팎에서는 이번 합의를 두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이번 합의가 미국에선 정치권 논쟁으로 번졌죠?
[기자]
현지시각 지난 10일 오랜 앙숙인 미국과 이란이 중요한 합의를 이뤘죠.
이란이 감옥에 수용했던 미국인 5명을 풀어주는 대신,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약 9조 원을 받을 수 있게 한 건데요.
현재 미국인 5명은 감옥에서 일단 나와 가택 연금에 들어간 상태고, 이란 자금은 한국 은행에서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됐습니다.
이렇게 후속 절차가 속속 진행되는 한편, 미국 정치권에선 이번 합의를 두고 공방이 거센데요.
야당인 공화당은 사실상 '몸값'을 지불한 거라며 바이든 정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외교 수장이었던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이란에 미국인 1명마다 10억 달러를 주겠다고 말한 셈"이라며, "더 많은 인질극을 부추길 것" 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비판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성과를 깎아내리는 일이라, 여당인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는데요.
"풀어주는 자금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 있던 돈이기 때문에 몸값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앵커]
미국 제재로 묶여있던 자금이었던 만큼 조금 궁색한 변명이란 생각이 드는데, 이런 적극 방어에도 불구하고 이란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은 미국 밖에서도 나오잖아요?
[기자]
중동 지역에서 이란과 실제로 무력 대치를 하는 이스라엘이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핵 시설 해체가 빠진 합의로는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멈출 수 없다"며, "이란의 테러 조직에 돈만 지원하는 셈"이라고 이번 합의를 비판했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미국은 이번 합의와 이란 제재는 별개라는 뜻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풀어준 자금은 미국의 제재 아래서 식량이나 의료비 등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합니다.
동결 해제된 자금은 앞으로 5~6주에 걸쳐 스위스에서 카타르에 있는 이란 은행 6곳으로 옮기게 되는데, 카타르 정부는 이 은행들의 자금 용처를 어떻게 감시할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란과 서방의 갈등이 워낙 해묵은 문제다 보니 불신의 눈초리가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같은데, 미국 정부가 이런 합의를 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기자]
이번 합의가 이란 핵 개발을 막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었던 2018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한 뒤로 양측 사이 대화가 아예 단절됐죠.
그 사이 이란은 핵 개발 기술을 크게 키웠고요.
악화일로로 치닫던 두 나라 사이에 변화 기류가 감지된 건 올해 초입니다.
물밑 협상을 진행하는 등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는데, 최근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낮추는 등 핵 개발에서 속도 조절을 하기 시작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존 커비/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 "이란과의 협상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외교적인 논의를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래서 이대로만 가면 트럼프 정부 때 파기됐던 '이란 핵 합의'의 복원도 가능할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죠?
[기자]
뉴욕타임스는 이번 합의를 두고 "미국과 이란 관계의 심각한 문제들이 제거되고 있고, 추가적인 외교 성과가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와 핵 문제 해결은 별개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가장 큰 이유는 내년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란 변수입니다.
일단 미국 정부가 이란과 공식적으로 핵 합의를 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의회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선거에 앞서 민주당 정부의 큰 외교 성과에 도움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란 입장에서도 미국 내부 사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요한 합의를 하기엔 부담스러울 거란 관측이 있습니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 바이든 정부와 했던 거래를 또 파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의 애매한 상황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게 이란에 더 유리할 거란 관측도 나오는데요.
AFP는 한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의 제재가 약해진 틈을 타 석유를 판매할 수 있다면 이란은 현상 유지를 바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을 풀어주는 대신, 이란은 수감 중이던 미국인 5명을 석방해 주기로 했죠.
우리나라 입장에선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지만, 미국 안팎에서는 이번 합의를 두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이번 합의가 미국에선 정치권 논쟁으로 번졌죠?
[기자]
현지시각 지난 10일 오랜 앙숙인 미국과 이란이 중요한 합의를 이뤘죠.
이란이 감옥에 수용했던 미국인 5명을 풀어주는 대신,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 약 9조 원을 받을 수 있게 한 건데요.
현재 미국인 5명은 감옥에서 일단 나와 가택 연금에 들어간 상태고, 이란 자금은 한국 은행에서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됐습니다.
이렇게 후속 절차가 속속 진행되는 한편, 미국 정치권에선 이번 합의를 두고 공방이 거센데요.
야당인 공화당은 사실상 '몸값'을 지불한 거라며 바이든 정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외교 수장이었던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이란에 미국인 1명마다 10억 달러를 주겠다고 말한 셈"이라며, "더 많은 인질극을 부추길 것" 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비판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성과를 깎아내리는 일이라, 여당인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는데요.
"풀어주는 자금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 있던 돈이기 때문에 몸값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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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로 묶여있던 자금이었던 만큼 조금 궁색한 변명이란 생각이 드는데, 이런 적극 방어에도 불구하고 이란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은 미국 밖에서도 나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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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에서 이란과 실제로 무력 대치를 하는 이스라엘이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핵 시설 해체가 빠진 합의로는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멈출 수 없다"며, "이란의 테러 조직에 돈만 지원하는 셈"이라고 이번 합의를 비판했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미국은 이번 합의와 이란 제재는 별개라는 뜻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풀어준 자금은 미국의 제재 아래서 식량이나 의료비 등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합니다.
동결 해제된 자금은 앞으로 5~6주에 걸쳐 스위스에서 카타르에 있는 이란 은행 6곳으로 옮기게 되는데, 카타르 정부는 이 은행들의 자금 용처를 어떻게 감시할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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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서방의 갈등이 워낙 해묵은 문제다 보니 불신의 눈초리가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같은데, 미국 정부가 이런 합의를 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기자]
이번 합의가 이란 핵 개발을 막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었던 2018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한 뒤로 양측 사이 대화가 아예 단절됐죠.
그 사이 이란은 핵 개발 기술을 크게 키웠고요.
악화일로로 치닫던 두 나라 사이에 변화 기류가 감지된 건 올해 초입니다.
물밑 협상을 진행하는 등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는데, 최근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를 낮추는 등 핵 개발에서 속도 조절을 하기 시작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존 커비/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 "이란과의 협상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외교적인 논의를 상세히 설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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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대로만 가면 트럼프 정부 때 파기됐던 '이란 핵 합의'의 복원도 가능할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죠?
[기자]
뉴욕타임스는 이번 합의를 두고 "미국과 이란 관계의 심각한 문제들이 제거되고 있고, 추가적인 외교 성과가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와 핵 문제 해결은 별개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가장 큰 이유는 내년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란 변수입니다.
일단 미국 정부가 이란과 공식적으로 핵 합의를 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한데, 의회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선거에 앞서 민주당 정부의 큰 외교 성과에 도움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란 입장에서도 미국 내부 사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요한 합의를 하기엔 부담스러울 거란 관측이 있습니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 바이든 정부와 했던 거래를 또 파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현재의 애매한 상황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게 이란에 더 유리할 거란 관측도 나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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