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과학계도 카르텔 논란…연구개발예산 삭감 지시로 비상

입력 2023.08.18 (12:36) 수정 2023.08.1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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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정부 들어서 유독 강조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카르텔'이라는 말인데요.

최근에는 과학계에도 카르텔 논쟁이 벌어지면서 정부 연구개발 예산 삭감 지시가 내려와 과학계에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은정 해설위원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입시 비리 이야기를 하면서 '교육계 카르텔'을 얘기한 적은 있는데 '과학계 카르텔'은 또 새로 나온 것 같습니다.

왜 이런 논란이 나온 겁니까?

[기자]

네, 시작은 지난 6월 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였습니다.

내년도 예산편성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조 원이 넘는 연구개발예산안을 발표했는데요.

윤 대통령이 여기에 제동을 걸며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 예산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을 했다는 겁니다.

대통령은 또 7월 초에 열린 세계한인 과학기술자대회개회식에 참석해 같은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 부랴부랴 예산안을 다시 짜기 시작했고 산하 연구 기관에 내년 예산을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궁금한 것이 과학계, 즉 R&D 카르텔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그걸 잘 모르겠다는 게 과학계 현장의 반응입니다.

카르텔이라고 하면 보통 기업이 가격 담합을 한다든가 특정 집단끼리 독점 구조를 만들어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까?

그 결과로 큰 비리가 터지거나 하는데 과학계에 그런 일이 있다고 보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과학계 현장은 매우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꼭 말한다면 연구비 배분 과정에서 연구비를 많이 받는 연구자가 있고 덜 받는 연구자가 있을 수는 있는데 그것을 카르텔이라고까지 이름 붙일 수 있느냐 의문이라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과학계 카르텔이라는 불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틀 전에는 이 문제로 당정 협의회까지 열렸다고 하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수요일이죠.

이틀 전인 16일에는 당정 협의회가 열려 연구개발예산 전반의 비효율성을 혁파하기 위한 개선안을 마련하는 단계까지 진행됐습니다.

여기서 나온 내용을 종합해보면 대통령실이 생각하는 카르텔의 정의를 좀 알 수 있습니다.

정부 연구개발 예산 규모를 함께 보겠습니다.

2004년 약 7조 규모였던 정부 연구개발비가 2023년 31조 규모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2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증가하는 데 4~5년 정도 짧은 기간이 걸렸는데요.

이 과정에서 과제 수가 7만 5000개로 폭증했고 여러 R&D 시스템 부실, 온정주의 평가, R&D 전반의 비효율까지 더해졌다는 지적입니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얘긴데 중소 기업들에 가는 연구개발 자금의 경우 브로커가 대신 써주고 연구비를 일부 가져가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지적됐습니다.

[앵커]

카르텔이다, 아니다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비효율이 있다면 그것은 고쳐야 하지 않습니까?

틀린 얘기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잘못된 부분은 당연히 고쳐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된 부분은 산업계, 중소기업으로 새나간 자금인데 과기정통부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예산 삭감을 거의 통보하듯이 지시했기때무에 반발이 생기고 있습니다.

25개 출연연 주요 사업비가 1억 3천억 원인데요.

내년 사업비를 9천억 원으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경우 25% 가 줄어드는 것인데요.

이것은 살림살이하는 입장에서 4분의 1이 없어지는 것이죠.

출연연 산하 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정부에서 지적하는 카르텔에 대해 그 근거와 구체적 내용을 밝히라고 지적하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연구자들을 카르텔의 주범인 양 핍박하는 강압적이고 일방적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앵커]

국제공동연구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도 있군요.

[기자]

네, 이 부분도 대통령실의 의중이 있다고 합니다.

국제공동연구 강화도 좋은 일이죠.

그런데 공동연구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국제공동연구 비율을 높이라고 해서 현장에서는 급조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예산을 낭비하게 되고 자칫 우리나라 연구비를 해외에 퍼주게 됩니다.

어떤 부분에 비효율이 있고, 미래를 위해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지, 그동안 했던 연구 중에 어떤 부분은 안 해도 되는지 이런 것들을 명확히 분석해야겠지요.

이런 것들이 선행되지 않고 무조건 삭감하면 하던 연구마저 중단되는 부작용 생길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게 되면 과학자들의 연구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사실 윤 대통령이 과학을 중시하는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우주청도 만들겠다고 하고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특강을 듣고 해서 과학자들의 기대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카르텔 얘기를 하면서 예산을 줄인다고 하니 과학계는 엄청 혼란스럽습니다.

반도체만 예로 들더라도 기초 연구와 인력이 아주 중요하죠.

지금 반도체는 10나노미터 이하를 넘어 2나노미터급 경쟁을 하는 단계입니다.

중국의 경우 논문의 양과 질에서 엄청난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그래서 미·중 반도체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데요.

비효율이 있다면 예산분배의 문제를 찾아내서 제대로 분배를 해야 하는데 예산을 깎는 것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 맞는 것이냐.

함께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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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in뉴스] 과학계도 카르텔 논란…연구개발예산 삭감 지시로 비상
    • 입력 2023-08-18 12:36:54
    • 수정2023-08-18 12:52:17
    뉴스 12
[앵커]

이번 정부 들어서 유독 강조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카르텔'이라는 말인데요.

최근에는 과학계에도 카르텔 논쟁이 벌어지면서 정부 연구개발 예산 삭감 지시가 내려와 과학계에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은정 해설위원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입시 비리 이야기를 하면서 '교육계 카르텔'을 얘기한 적은 있는데 '과학계 카르텔'은 또 새로 나온 것 같습니다.

왜 이런 논란이 나온 겁니까?

[기자]

네, 시작은 지난 6월 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였습니다.

내년도 예산편성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조 원이 넘는 연구개발예산안을 발표했는데요.

윤 대통령이 여기에 제동을 걸며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 예산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을 했다는 겁니다.

대통령은 또 7월 초에 열린 세계한인 과학기술자대회개회식에 참석해 같은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 부랴부랴 예산안을 다시 짜기 시작했고 산하 연구 기관에 내년 예산을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궁금한 것이 과학계, 즉 R&D 카르텔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그걸 잘 모르겠다는 게 과학계 현장의 반응입니다.

카르텔이라고 하면 보통 기업이 가격 담합을 한다든가 특정 집단끼리 독점 구조를 만들어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까?

그 결과로 큰 비리가 터지거나 하는데 과학계에 그런 일이 있다고 보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과학계 현장은 매우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꼭 말한다면 연구비 배분 과정에서 연구비를 많이 받는 연구자가 있고 덜 받는 연구자가 있을 수는 있는데 그것을 카르텔이라고까지 이름 붙일 수 있느냐 의문이라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과학계 카르텔이라는 불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틀 전에는 이 문제로 당정 협의회까지 열렸다고 하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수요일이죠.

이틀 전인 16일에는 당정 협의회가 열려 연구개발예산 전반의 비효율성을 혁파하기 위한 개선안을 마련하는 단계까지 진행됐습니다.

여기서 나온 내용을 종합해보면 대통령실이 생각하는 카르텔의 정의를 좀 알 수 있습니다.

정부 연구개발 예산 규모를 함께 보겠습니다.

2004년 약 7조 규모였던 정부 연구개발비가 2023년 31조 규모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20조 원에서 30조 원으로 증가하는 데 4~5년 정도 짧은 기간이 걸렸는데요.

이 과정에서 과제 수가 7만 5000개로 폭증했고 여러 R&D 시스템 부실, 온정주의 평가, R&D 전반의 비효율까지 더해졌다는 지적입니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얘긴데 중소 기업들에 가는 연구개발 자금의 경우 브로커가 대신 써주고 연구비를 일부 가져가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지적됐습니다.

[앵커]

카르텔이다, 아니다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비효율이 있다면 그것은 고쳐야 하지 않습니까?

틀린 얘기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잘못된 부분은 당연히 고쳐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된 부분은 산업계, 중소기업으로 새나간 자금인데 과기정통부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예산 삭감을 거의 통보하듯이 지시했기때무에 반발이 생기고 있습니다.

25개 출연연 주요 사업비가 1억 3천억 원인데요.

내년 사업비를 9천억 원으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경우 25% 가 줄어드는 것인데요.

이것은 살림살이하는 입장에서 4분의 1이 없어지는 것이죠.

출연연 산하 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정부에서 지적하는 카르텔에 대해 그 근거와 구체적 내용을 밝히라고 지적하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연구자들을 카르텔의 주범인 양 핍박하는 강압적이고 일방적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앵커]

국제공동연구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도 있군요.

[기자]

네, 이 부분도 대통령실의 의중이 있다고 합니다.

국제공동연구 강화도 좋은 일이죠.

그런데 공동연구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국제공동연구 비율을 높이라고 해서 현장에서는 급조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예산을 낭비하게 되고 자칫 우리나라 연구비를 해외에 퍼주게 됩니다.

어떤 부분에 비효율이 있고, 미래를 위해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지, 그동안 했던 연구 중에 어떤 부분은 안 해도 되는지 이런 것들을 명확히 분석해야겠지요.

이런 것들이 선행되지 않고 무조건 삭감하면 하던 연구마저 중단되는 부작용 생길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게 되면 과학자들의 연구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사실 윤 대통령이 과학을 중시하는 발언을 많이 했습니다.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우주청도 만들겠다고 하고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특강을 듣고 해서 과학자들의 기대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카르텔 얘기를 하면서 예산을 줄인다고 하니 과학계는 엄청 혼란스럽습니다.

반도체만 예로 들더라도 기초 연구와 인력이 아주 중요하죠.

지금 반도체는 10나노미터 이하를 넘어 2나노미터급 경쟁을 하는 단계입니다.

중국의 경우 논문의 양과 질에서 엄청난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그래서 미·중 반도체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데요.

비효율이 있다면 예산분배의 문제를 찾아내서 제대로 분배를 해야 하는데 예산을 깎는 것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 맞는 것이냐.

함께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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