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등산로 성폭행’ 피의자 적용 혐의, ‘강간 살인’으로 변경

입력 2023.08.21 (18:37) 수정 2023.08.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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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서울 관악구의 한 뒷산에서 일어났던 '등산로 성폭행' 사건, 의식을 찾지 못한 채 병원 치료를 받고 있던 피해자가 범행 이틀만에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 주말 사이에 전해졌습니다.

가해자 30살 최 모 씨에겐 체포 당시엔 '강간 상해' 혐의가 적용됐었지만, 경찰은 피해자 사망 이후 적용 혐의를 '강간 살인'으로 바꿨습니다.

사회부 김영훈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이 사건이 지난주 목요일에 있었는데, 지난 주말동안에 피해자가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의식을 잃은 채 병원 치료를 받아오던 피해자가 지난 토요일, 끝내 숨졌습니다.

피해자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젊은 교사였는데, 그 날도 일을 하러 가던 길에 변을 당했다고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동료 교사의 얘기, 들어보시죠.

[동료 교사/음성변조 : "제가 평생 살면서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제일 착한 사람이거든요. 그날도 업무가 있어서 출근을 했어야 되는 상황이었고. 댓글 중에 등산을 그 시간에 왜 했냐 이런 말도 안 되는 글도 있었고."]

범행 이틀 만에 피해자가 숨지면서, 피의자 30살 최 모 씨에게 적용되는 범죄 혐의도 기존 '강간 상해'에서 '강간 살인' 혐의로 바뀌었습니다.

[앵커]

재판에서 이런 '살인' 혐의를 인정받으려면, 수사기관이 사람을 죽이겠다는 의도, '살인'의 의도가 피의자에게 있었다는 점을 찾아내야 하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똑같이 사람이 숨진 사건이더라도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게 했다면 치사죄, 처음부터 죽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살인죄가 적용되는데요.

최 씨에게도 마찬가지로 '살인 의도'가 있었느냐에 따라 '강간 치사죄'를 적용할 수도, '강간 살인죄'를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피의자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 지는 향후 처벌 수위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강간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강간 상해나 강간 치사죄보다 당연히 처벌이 무겁습니다.

[앵커]

피의자 30살 최 모 씨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지난 주말에 최 씨에 대한 구속영장심사가 열렸는데요.

당시 최 씨의 모습이 경찰서와 법원 앞에서 여러 차례 취재진에 노출됐습니다.

그곳에서 최 씨가 했던 말 먼저 들어보시죠.

[최○○/'등산로 성폭행' 피의자 : "(성폭행 미수에 그쳤다 주장하는 게 맞나요?) 네."]

[최○○/'등산로 성폭행' 피의자 : "(둔기 꼈던 거에 살해 의도 있으셨나요?) 없었습니다."]

당시 범행 과정에 사람을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는 취지입니다.

또 피해자에 대한 성폭행도 미수에 그쳤다며 자신의 혐의는 '강간살인' 혐의가 아니라 '강간미수'라는 취지로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최 씨의 혐의 부인이 경찰이 적용한 혐의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최근 일어났던 유사한 사건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5월 부산 서면에서 발생했던 '돌려차기남'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앵커]

네 어떤 건물 복도에서 모르는 여성을 돌려차기로 폭행하고 어디론가 끌고 갔던 사건 말씀이시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그 피의자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후 CCTV가 없는 곳으로 피해자를 끌고 가 강간을 시도했는데요.

수사기관은 당시 이 '돌려차기남'에게 강간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 남성은 강간의 고의도, 살인의 고의도 없었다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범행 장면이 찍혀 있는 폭행 혐의만 인정하면서, 자신은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다는 주장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의자의 폭행이 '성폭력을 위한 의도적 폭행'이었다면서, 1심에서의 징역 12년보다 형량이 8년 늘어난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등산로 성폭행' 사건 역시 충분히 강간 살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강간의 목적을 가지고 폭행을 하고 그 폭행하는 과정 속에서 강간이 미수에 그쳤다 할지라도 그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을 하면 당연히 강간 살인죄가 성립되는 거죠."]

[앵커]

결국 이번 사건에서도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하는게 가장 핵심일텐데, 경찰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경찰은 객관적 증거를 모아서 범행의 계획성,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경찰은 최 씨가 넉 달 전 둔기를 구매했고, 범행 당일 2시간 가까이 걸으며 대상을 물색한 점, CCTV가 없는 곳을 범행 장소로 고른 점 등을 '계획 범행'의 정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피해자를 뒤쫓아가서 둔기로 폭행해 쓰러뜨린 부분에서는, '살인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피해자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는데 구체적인 사인이 무엇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피의자의 살인 의도나 고의성을 입증할 주요 증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김영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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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사이트] ‘등산로 성폭행’ 피의자 적용 혐의, ‘강간 살인’으로 변경
    • 입력 2023-08-21 18:37:02
    • 수정2023-08-21 18: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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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서울 관악구의 한 뒷산에서 일어났던 '등산로 성폭행' 사건, 의식을 찾지 못한 채 병원 치료를 받고 있던 피해자가 범행 이틀만에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 주말 사이에 전해졌습니다.

가해자 30살 최 모 씨에겐 체포 당시엔 '강간 상해' 혐의가 적용됐었지만, 경찰은 피해자 사망 이후 적용 혐의를 '강간 살인'으로 바꿨습니다.

사회부 김영훈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이 사건이 지난주 목요일에 있었는데, 지난 주말동안에 피해자가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의식을 잃은 채 병원 치료를 받아오던 피해자가 지난 토요일, 끝내 숨졌습니다.

피해자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젊은 교사였는데, 그 날도 일을 하러 가던 길에 변을 당했다고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동료 교사의 얘기, 들어보시죠.

[동료 교사/음성변조 : "제가 평생 살면서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제일 착한 사람이거든요. 그날도 업무가 있어서 출근을 했어야 되는 상황이었고. 댓글 중에 등산을 그 시간에 왜 했냐 이런 말도 안 되는 글도 있었고."]

범행 이틀 만에 피해자가 숨지면서, 피의자 30살 최 모 씨에게 적용되는 범죄 혐의도 기존 '강간 상해'에서 '강간 살인' 혐의로 바뀌었습니다.

[앵커]

재판에서 이런 '살인' 혐의를 인정받으려면, 수사기관이 사람을 죽이겠다는 의도, '살인'의 의도가 피의자에게 있었다는 점을 찾아내야 하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똑같이 사람이 숨진 사건이더라도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게 했다면 치사죄, 처음부터 죽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살인죄가 적용되는데요.

최 씨에게도 마찬가지로 '살인 의도'가 있었느냐에 따라 '강간 치사죄'를 적용할 수도, '강간 살인죄'를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피의자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 지는 향후 처벌 수위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강간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강간 상해나 강간 치사죄보다 당연히 처벌이 무겁습니다.

[앵커]

피의자 30살 최 모 씨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지난 주말에 최 씨에 대한 구속영장심사가 열렸는데요.

당시 최 씨의 모습이 경찰서와 법원 앞에서 여러 차례 취재진에 노출됐습니다.

그곳에서 최 씨가 했던 말 먼저 들어보시죠.

[최○○/'등산로 성폭행' 피의자 : "(성폭행 미수에 그쳤다 주장하는 게 맞나요?) 네."]

[최○○/'등산로 성폭행' 피의자 : "(둔기 꼈던 거에 살해 의도 있으셨나요?) 없었습니다."]

당시 범행 과정에 사람을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는 취지입니다.

또 피해자에 대한 성폭행도 미수에 그쳤다며 자신의 혐의는 '강간살인' 혐의가 아니라 '강간미수'라는 취지로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최 씨의 혐의 부인이 경찰이 적용한 혐의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최근 일어났던 유사한 사건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5월 부산 서면에서 발생했던 '돌려차기남'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앵커]

네 어떤 건물 복도에서 모르는 여성을 돌려차기로 폭행하고 어디론가 끌고 갔던 사건 말씀이시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그 피의자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후 CCTV가 없는 곳으로 피해자를 끌고 가 강간을 시도했는데요.

수사기관은 당시 이 '돌려차기남'에게 강간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 남성은 강간의 고의도, 살인의 고의도 없었다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범행 장면이 찍혀 있는 폭행 혐의만 인정하면서, 자신은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다는 주장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의자의 폭행이 '성폭력을 위한 의도적 폭행'이었다면서, 1심에서의 징역 12년보다 형량이 8년 늘어난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등산로 성폭행' 사건 역시 충분히 강간 살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강간의 목적을 가지고 폭행을 하고 그 폭행하는 과정 속에서 강간이 미수에 그쳤다 할지라도 그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을 하면 당연히 강간 살인죄가 성립되는 거죠."]

[앵커]

결국 이번 사건에서도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하는게 가장 핵심일텐데, 경찰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경찰은 객관적 증거를 모아서 범행의 계획성,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경찰은 최 씨가 넉 달 전 둔기를 구매했고, 범행 당일 2시간 가까이 걸으며 대상을 물색한 점, CCTV가 없는 곳을 범행 장소로 고른 점 등을 '계획 범행'의 정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피해자를 뒤쫓아가서 둔기로 폭행해 쓰러뜨린 부분에서는, '살인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피해자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는데 구체적인 사인이 무엇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피의자의 살인 의도나 고의성을 입증할 주요 증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김영훈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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