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뒤통수로 세제통이 ‘퍽’…하루 3번 일어나는 ‘무차별 폭행’

[앵커]

처음 보는 이를 상대로 한 '무차별 폭행'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술에 취한 한 남성이 일면식 없는 여성에게 무거운 세제통을 집어던진 겁니다.

피해 여성은 뇌진탕 진단을 받은 건 물론이고 앞으로 언제라도 유사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느껴 일상이 공포로 변했다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해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상가 복도를 걸어가는 여성.

갑자기 뒤편에서 무언가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물건에 머리를 맞은 여성은 휘청거립니다.

한 남성이 내용물이 가득한 세제통을 던진 겁니다.

이후 성큼성큼 다가온 남성은 욕설과 협박까지 했습니다.

[김○○/피해자/음성변조 : "(가해자의)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나대면 죽여버린다'라고 귀에다가 속삭이고 갔는데...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피해 여성과 남성은 처음 본 사이.

뇌진탕 진단을 받은 피해자는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공포를 느낍니다.

[김○○/피해자/음성변조 : "그때 이제 막 묻지마 폭행, '돌려차기남' 나왔을 때여서 그 사건처럼 (내가) 기절을 했다거나 그랬으면 어땠을까... 되게 생각하면 아찔하죠."]

이후 경찰에서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한 남성, 하지만 사건 이후 피해 여성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뒤쪽에 사람만 있어도 극심한 불안을 느끼고, 불구속 상태의 가해자가 찾아오진 않을까 이사까지 고민 중입니다.

[김○○/피해자/음성변조 : "그 사람에 대한 신상이나 이런 것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찾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집도 이사하려고..."]

이렇게 표적이 없는 '무동기·무차별 폭행'은 올 상반기에만 5백 건 이상, 하루 평균 3건 꼴로 일어났습니다.

이유가 없는 범죄인만큼 낌새를 알아차리기도, 예방책을 세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윤호/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 "이런 범죄는 피해자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요. 단지 그 시간과 장소에 있었던 사람이 피해자가 되는 거예요. 훨씬 더 책임이 무거워야 된다는 생각이..."]

이런 무동기 범죄를 별도 범죄로 유형화해 무겁게 처벌해달라는 국민동의 청원이 올라온 가운데, 비슷한 내용의 법안은 2021년 발의돼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