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LK-99, 한국이 쏘아올린 초전도체?

입력 2023.08.2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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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29회 I] LK-99, 한국이 쏘아올린 초전도체?

KBS뉴스(1995.4.30)
"저희 뒤로 보이는 떠 있는 금속, 바로 초전도체 입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전혀 없는 완벽한 전도체로서 인류가 직면해 있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꿈의 물질입니다."

그동안 초전도체는 낮은 온도에서만 가능했습니다. 과학계는 오래전부터 상온 초전도체를 꿈꿔왔습니다.

이길호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정말로 학계에서도 성배로 여겨지는 굉장히 중요한 누구나 발견하고 싶은 그런 물질이죠."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LK-99 논문 공동저자)
"그래 이거 초전도 맞다고 저는 믿고 왜냐하면 근거를 이렇게 알고 있잖아요."

우리는 마침내 성배를 발견해낸 걸까요?

LK-99 공개 영상LK-99 공개 영상
김기덕 과학 저술가
"지금 이게 상온초전도가 진짜라면 물리학에서는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죠 사실 이게 진짜라면"

<VCR>
서울대 자연과학관. 초전도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액체질소 용기를 열자 서늘하고 하얀 기체가 올라옵니다. 액체 질소를 쏟아부었습니다. 순식간에 온도가 영하 2백도 가까이로 내려갑니다.

차가워진 시료를 자석 위에 올리자, 신기하게도 공중에 둥둥 뜹니다. 일명 마이스너 효과, 초전도체 내부와 외부 자기장이 서로 상쇄되며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초전도체라고 하면 또 하나의 중요한 잣대가 마이스너 효과라는 겁니다. 자석을 댔을 때 그 안에 초전도 전류가 유도가 되고 그 결과로 초전도체가 이렇게 자석에 밀쳐서 떠오르게 되는"

초전도체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 저항이 0이 된다는 것.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있다는 뜻입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저항이 없이 전류를 흘릴 수 있는 물체기 때문에 열 손실이 없는 디바이스 그러니까 장치를 만들거나 응용을 할 수 있는 것들이죠. 그러니까 대표적으로 자기부상 열차 지금은 구리를 그냥 감아서 하는데 굉장한 열 손실이 있거든요."

몇초가 지나자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일상 온도인 상온에서는, 초전도체의 특성이 없어져 버린 겁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굉장히 높은 온도에서 저항이 있는데 이게 쭉 저항이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어느 시점에 있어서 이 시점에 여기까지는 보통 전도체 저항이 있는 전도체고 이 지점에 가면 저항이 없는 전도체가 되는 전이가 일어나는데 이 온도를 초전도 전이 온도라고 저희가 부르게 됩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저는 문과 출신이라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저런 거 보면 안 그래도 신기한 게 저항이 없는 물질이라니 대단한 물질인 거죠.

이승종/9층시사국 취재기자
대단한 물질, 맞습니다. 이 초전도체가 발견된 지가 110년이 지났거든요. 그동안 많은 종류의 초전도체가 개발이 되거나 혹은 발견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초전도체를 저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뭐냐 하면요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전이 온도가 너무 낮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발견한 초전도체 중에서 전이 온도가 가장 높은 게 영하 140도 정도입니다.

MC
가장 높은 게 영하 140도요

기자
영하 140도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기온인 이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나라 연구진이 이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시작은, 인터넷에 올라온 한 논문이었습니다.

한국 연구진이 LK-99라는 이름의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내용. 전이온도는 기존의 한계였던 영하 140도보다 몇 백도나 높은 영상 126도였습니다. 제조법도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우선 산화 납과 황산 납을 섞어 라나카이트라는 혼합물을 만듭니다. 또, 구리와 인을 섞어 인화 구리를 만듭니다. 이제 이 두 물질을 섞어 고온에서 수십 시간을 가열하면, LK-99가 만들어집니다

김기덕 과학 저술가
"초전도체가 된다고 하는 게 되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이번 LK-99 같은 경우는 그냥 단순히 분말을 여러 개 잘 뭉쳐서 하는 고상반응법이라는 그게 실험 방법이거든요. 그 방법을 통해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시료가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된다니까 이게 영향이 훨씬 컸던 거죠."

마침 국내에서 열리고 있던 국제학술대회에서도 단연 화젯거리였습니다.

이긍원 고려대 디스플레이 ㆍ반도체물리학과 교수
"그 때 마침 LK-99 초전도가 과학계에서 대단히 뜨거웠죠. 트위터에서 난리가 났고 그때 과학자들이 제게 와서 그 실험실 구경 좀 가자. 한국까지 왔는데 그 실험실 안 가고 그냥 간다는 게 말이 되냐 구경 좀 가자 하고 그 학자들이 저에게 왔죠."

LK-99 연구진 중 한 명인 권영완 고려대 교수가 학술대회 마지막 날 설명에 나섰습니다.

이긍원 고려대 디스플레이 ㆍ반도체물리학과 교수
"저항을 재봤냐 자성을 보았느냐 열 용량을 측정했느냐 이런 등등의 질문들이 쭉 있거든요 이만큼은 할 수가 있었던 거고 이만큼은 저희가 장치가 안 돼서 못했다. 이런 식으로 성실하게 답변해 주셨어요."

MC
그야말로 꿈의 물질로 여겨져 왔던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 그리고 연구진의 발표까지 이뤄졌으니 학술대회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을 것 같습니다.

기자
분위기가 굉장히 뜨거웠다고 하고요. 우선 이 LK-99 논문이 올라온 사이트는 다른 과학자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올라가는 공개 사이트였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보신 학술대회에서 권영환 교수 섭외는 좀 급하게 됐다고 합니다. 원래는 발표 순번에는 없었는데 외국인 참석자들이 강하게 요구를 해서 행사 마지막 날 급하게 뒤늦게 섭외가 됐다고 하고요.

발표하는 날 LK-99 샘플을 직접 들고 왔다고 합니다. 색깔은 까만색이고 그리고 동전 크기 샘플이었는데 실험용 통 안에 가져왔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날 마이스너 효과도 보여주지는 못했고요. 그러니까 이날 샘플만 보고는 이것이 초전도체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MC
정말로 개발이 된 것이라면 그야말로 초대박인데 아직까지 다른 과학자들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거니까 조금 더 결과를 기다려봐야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은 주요 외신을 중심으로 이제야 성배가 발견이 됐다. 이런 식의 보도들이 쏟아졌고요. 그러자 전 세계를 중심으로 이 LK-99 샘플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시도들이 이어졌습니다. 왜냐하면 LK-99를 만드는 방법이 기존의 초전도체보다는 상대적으로 간단했기 때문인데요. 이 샘플을 만들어보려는 시도의 결과들이 최근 들어서 하나둘씩 공개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연구진은 취재진에게 자신들도 LK-99 재현실험은 해봤다고 했습니다.

밀봉된 시험관 안에 작은 도자기가 들어있습니다. 이 시험관을 900도 이상 고온에서 20시간가량 가열하기만 하면, LK-99가 만들어집니다. 결과는 어땠을까?

김기훈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LK-99와 비슷하게 만들었지만 똑같은 성질이 나오지 않았고 설사 그렇게 똑같이 나오더라도 우리는 초전도라고 검증할 수 없는데 일단 이 성질은 저자들이 보고한 성질하고도 조금 다르게 나온 거죠."

LK-99를 만든 퀀텀에너지 연구소 측에서 공개한 영상입니다. 마이스너 효과를 보여준다고 했는데, 도리어 의구심만 불러왔습니다. 물질 전체가 뜨지 않고, 한쪽 면은 바닥에 닿아 있습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가까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N극과 여기에 있는 N극이 서로 밀치는 힘이 세기 때문에 훨씬 더 여기에 반발력이 세서 올라갈 수밖에 없게 돼 있고 그래서 항상 초전도체는 닿는 부분이 없이 이렇게 중간이 떠 있게 되는 일이 되는 겁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평가들이 나왔습니다.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는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초전도체의 핵심인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관측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제일 중요한 게 이제 저항이 굉장히 높은 저항에 있다가 0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그 떨어진 저항의 크기가 저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구리, 구리선의 저항보다도 훨씬 더 높은 저항을 가지고 있거든요."

LK-99 논문의 핵심 역할을 한 퀀텀에너지연구소를 찾아가봤습니다. 서울의 한 주택밀집지역에 있는 붉은 벽돌집. 지하실로 내려가자, 벽에 붙은 설명문에 ‘퀀텀에너지연구소’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문은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전화 연락이 닿았습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관계자(음성변조)
"8월 말에서 9월 초 중에 이제 공식적인 발표 준비 중이고 확정되면 알려드리겠다. 이 정도로만 나가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논문의 공동저자인 김현탁 교수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LK-99 논문 공동저자)
"그래서 우리 논문에 실린 거는 최소한 사람이 저지른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거의 다 맞다 이거 초전도 맞다고 저는 믿고 내가 왜냐하면 근거를 이렇게 알고 있잖아요. 다른 사람은 모를 수도 있지요."

외부 검증이 실패하는 건, 샘플의 순도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LK-99 논문 공동저자)
"그거는 측정상 오류가 있을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성질이 불균일하면 저항이 있는 놈하고 없는 놈하고 합해서 측정을 하면 저항 있는 놈이 측정돼버려요. 저항 0은 파묻혀서 보이겠어요? 성질이 불균일하면 그런 일이 벌어져요."

그렇지만 고개를 갸우뚱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기덕 과학 저술가
"이번 케이스 같은 경우는 아니다 이거 틀렸다고 하면 이제 사실 어찌 보면 깰 수 없는 논리가 너희가 시료를 잘 못 만들어서 그렇다 이 논리가 나오게 되면 이게 정말 깰 수 없는 논리가 돼서 그냥 검증이 계속 안 되는 거거든요."

MC
아쉽게도 기대했던 결과는 아직 안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게 맞습니다. 전 세계에서 LK-99 샘플을 만들어보고는 있는데요.
아직까지 초전도 특성이 관측된 샘플은 한 곳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일부 기관에서는 만든 샘플이 약간의 자기부양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초전도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대표적인 것으로는 우리 생체예요. 이게 대표적인 반자성체거든요. 그래서 재밌는 것 중에는 개구리를 자기장이 굉장히 큰 자석 위에 놓으면 붕 떠요. 그건 개구리가 반자성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MC
신기한데요. 개구리가 뜰 정도면 그러니까 이게 공중에 뜨는 특성을 가진 물질은 많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예 굉장히 많다는 소리이고요. 외부 자기장이 굉장히 강력하면 개구리도 공중에 뜰 수 있다 이런 설명을 들으신 겁니다.
그런데 LK-99는 자기 부양을 하는 마이스너 효과도 절반 정도만 보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의구심이 더 커지고 있는 겁니다.

MC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검증이 된 건 아니니까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 LK-99를 개발한 연구진이 정말로 이게 상온 초전도체가 맞다고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의문들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눈여겨볼 부분이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학교가 아니고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돈을 벌고 수익 활동을 해야 하는 곳이고요. 그래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특허권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김현탁 교수는 회사 측이 특허권 확보에 지금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LK-99 논문 공동저자)
"특허 전쟁이 지금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거예요. 지금 뭐 검증 이런 거는 중요하지도 않아요. 이미 다 공중부양 띄워놨고 저항 제로 나왔고 이런 판국인데. 그다음에 급한 게 사람도 몇 명 없는데 어디다 힘을 쏟아야 되겠어요."

현재 LK-99와 관련된 특허는, 국내와 해외에 각각 2건씩입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21년과 22년에 걸쳐 출원했습니다.


이후석 변리사
"사실 이런 물질 특허 같은 경우는 정말 많은 반복 실험을 하게 되죠.
그래서 일단 효과가 인정되는 신기한 물질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은 특허 출원을 해놓고 거기에 계속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면서 추가하는 방식으로 특허 출원 건수를 늘려나가는 전략을 보통 채택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발명인 중 한 명인 권영완 교수가 특허당국에 이의신청을 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권 교수는 자신이 특허 출원인에서 빠졌다며 특허를 거절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이호준 변리사
"흔치 않은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보통 이런 식의 분쟁을 막기 위해서 고용계약서에서 직무 발명의 승계에 대한 규정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인 계약에서는요) 통상적인 고용 계약에 아마 거의 대부분 포함이 되어 있을 걸로 보입니다."

특허 출원이 거절될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상황.

이후석 변리사
"회사가 단독으로 출원하기로 동의를 받았다 아니면 계약서가 있다 이런 내용을 제출하지 못한다면 권영완 교수의 동의 없이 퀀텀에너지에서 단독 출원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특허법에 의해서 출원이 거절될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에필로그>
우리나라의 연구진이 쏘아 올린 초전도체 논쟁. 정말 초전도체인지, 검증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이길호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그 과정에서 실패도 있고 성공도 있고 대부분이 실패죠.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영감을 과학자들한테 던져준다면 너무나 값진 가치가 있는 거죠."

과학은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한 걸음 전진하기 때문입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수천 번, 수만 번 시도를 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색해서 그중에 하나라도 우리가 찾을 수 있으면 그걸 통해서 인류에 기여를 하는 바가 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런 새로운 발견 연구에 매진하고 계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1987년 미 타임지 표지. 상온 초전도체가 가져올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오지 않았지만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이승종
외부촬영: 조선기 강우용 설태훈
영상편집: 이기승
자료조사: 신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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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7 23: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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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29회 I] LK-99, 한국이 쏘아올린 초전도체?

KBS뉴스(1995.4.30)
"저희 뒤로 보이는 떠 있는 금속, 바로 초전도체 입니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전혀 없는 완벽한 전도체로서 인류가 직면해 있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꿈의 물질입니다."

그동안 초전도체는 낮은 온도에서만 가능했습니다. 과학계는 오래전부터 상온 초전도체를 꿈꿔왔습니다.

이길호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정말로 학계에서도 성배로 여겨지는 굉장히 중요한 누구나 발견하고 싶은 그런 물질이죠."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LK-99 논문 공동저자)
"그래 이거 초전도 맞다고 저는 믿고 왜냐하면 근거를 이렇게 알고 있잖아요."

우리는 마침내 성배를 발견해낸 걸까요?

LK-99 공개 영상 김기덕 과학 저술가
"지금 이게 상온초전도가 진짜라면 물리학에서는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죠 사실 이게 진짜라면"

<VCR>
서울대 자연과학관. 초전도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액체질소 용기를 열자 서늘하고 하얀 기체가 올라옵니다. 액체 질소를 쏟아부었습니다. 순식간에 온도가 영하 2백도 가까이로 내려갑니다.

차가워진 시료를 자석 위에 올리자, 신기하게도 공중에 둥둥 뜹니다. 일명 마이스너 효과, 초전도체 내부와 외부 자기장이 서로 상쇄되며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초전도체라고 하면 또 하나의 중요한 잣대가 마이스너 효과라는 겁니다. 자석을 댔을 때 그 안에 초전도 전류가 유도가 되고 그 결과로 초전도체가 이렇게 자석에 밀쳐서 떠오르게 되는"

초전도체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 저항이 0이 된다는 것.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있다는 뜻입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저항이 없이 전류를 흘릴 수 있는 물체기 때문에 열 손실이 없는 디바이스 그러니까 장치를 만들거나 응용을 할 수 있는 것들이죠. 그러니까 대표적으로 자기부상 열차 지금은 구리를 그냥 감아서 하는데 굉장한 열 손실이 있거든요."

몇초가 지나자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일상 온도인 상온에서는, 초전도체의 특성이 없어져 버린 겁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굉장히 높은 온도에서 저항이 있는데 이게 쭉 저항이 내려가다가 어느 순간 어느 시점에 있어서 이 시점에 여기까지는 보통 전도체 저항이 있는 전도체고 이 지점에 가면 저항이 없는 전도체가 되는 전이가 일어나는데 이 온도를 초전도 전이 온도라고 저희가 부르게 됩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저는 문과 출신이라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저런 거 보면 안 그래도 신기한 게 저항이 없는 물질이라니 대단한 물질인 거죠.

이승종/9층시사국 취재기자
대단한 물질, 맞습니다. 이 초전도체가 발견된 지가 110년이 지났거든요. 그동안 많은 종류의 초전도체가 개발이 되거나 혹은 발견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초전도체를 저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뭐냐 하면요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전이 온도가 너무 낮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발견한 초전도체 중에서 전이 온도가 가장 높은 게 영하 140도 정도입니다.

MC
가장 높은 게 영하 140도요

기자
영하 140도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살 수 없는 수준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기온인 이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찾기 위해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나라 연구진이 이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시작은, 인터넷에 올라온 한 논문이었습니다.

한국 연구진이 LK-99라는 이름의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내용. 전이온도는 기존의 한계였던 영하 140도보다 몇 백도나 높은 영상 126도였습니다. 제조법도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우선 산화 납과 황산 납을 섞어 라나카이트라는 혼합물을 만듭니다. 또, 구리와 인을 섞어 인화 구리를 만듭니다. 이제 이 두 물질을 섞어 고온에서 수십 시간을 가열하면, LK-99가 만들어집니다

김기덕 과학 저술가
"초전도체가 된다고 하는 게 되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이번 LK-99 같은 경우는 그냥 단순히 분말을 여러 개 잘 뭉쳐서 하는 고상반응법이라는 그게 실험 방법이거든요. 그 방법을 통해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시료가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된다니까 이게 영향이 훨씬 컸던 거죠."

마침 국내에서 열리고 있던 국제학술대회에서도 단연 화젯거리였습니다.

이긍원 고려대 디스플레이 ㆍ반도체물리학과 교수
"그 때 마침 LK-99 초전도가 과학계에서 대단히 뜨거웠죠. 트위터에서 난리가 났고 그때 과학자들이 제게 와서 그 실험실 구경 좀 가자. 한국까지 왔는데 그 실험실 안 가고 그냥 간다는 게 말이 되냐 구경 좀 가자 하고 그 학자들이 저에게 왔죠."

LK-99 연구진 중 한 명인 권영완 고려대 교수가 학술대회 마지막 날 설명에 나섰습니다.

이긍원 고려대 디스플레이 ㆍ반도체물리학과 교수
"저항을 재봤냐 자성을 보았느냐 열 용량을 측정했느냐 이런 등등의 질문들이 쭉 있거든요 이만큼은 할 수가 있었던 거고 이만큼은 저희가 장치가 안 돼서 못했다. 이런 식으로 성실하게 답변해 주셨어요."

MC
그야말로 꿈의 물질로 여겨져 왔던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 그리고 연구진의 발표까지 이뤄졌으니 학술대회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을 것 같습니다.

기자
분위기가 굉장히 뜨거웠다고 하고요. 우선 이 LK-99 논문이 올라온 사이트는 다른 과학자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올라가는 공개 사이트였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보신 학술대회에서 권영환 교수 섭외는 좀 급하게 됐다고 합니다. 원래는 발표 순번에는 없었는데 외국인 참석자들이 강하게 요구를 해서 행사 마지막 날 급하게 뒤늦게 섭외가 됐다고 하고요.

발표하는 날 LK-99 샘플을 직접 들고 왔다고 합니다. 색깔은 까만색이고 그리고 동전 크기 샘플이었는데 실험용 통 안에 가져왔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날 마이스너 효과도 보여주지는 못했고요. 그러니까 이날 샘플만 보고는 이것이 초전도체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MC
정말로 개발이 된 것이라면 그야말로 초대박인데 아직까지 다른 과학자들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거니까 조금 더 결과를 기다려봐야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은 주요 외신을 중심으로 이제야 성배가 발견이 됐다. 이런 식의 보도들이 쏟아졌고요. 그러자 전 세계를 중심으로 이 LK-99 샘플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시도들이 이어졌습니다. 왜냐하면 LK-99를 만드는 방법이 기존의 초전도체보다는 상대적으로 간단했기 때문인데요. 이 샘플을 만들어보려는 시도의 결과들이 최근 들어서 하나둘씩 공개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연구진은 취재진에게 자신들도 LK-99 재현실험은 해봤다고 했습니다.

밀봉된 시험관 안에 작은 도자기가 들어있습니다. 이 시험관을 900도 이상 고온에서 20시간가량 가열하기만 하면, LK-99가 만들어집니다. 결과는 어땠을까?

김기훈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LK-99와 비슷하게 만들었지만 똑같은 성질이 나오지 않았고 설사 그렇게 똑같이 나오더라도 우리는 초전도라고 검증할 수 없는데 일단 이 성질은 저자들이 보고한 성질하고도 조금 다르게 나온 거죠."

LK-99를 만든 퀀텀에너지 연구소 측에서 공개한 영상입니다. 마이스너 효과를 보여준다고 했는데, 도리어 의구심만 불러왔습니다. 물질 전체가 뜨지 않고, 한쪽 면은 바닥에 닿아 있습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가까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N극과 여기에 있는 N극이 서로 밀치는 힘이 세기 때문에 훨씬 더 여기에 반발력이 세서 올라갈 수밖에 없게 돼 있고 그래서 항상 초전도체는 닿는 부분이 없이 이렇게 중간이 떠 있게 되는 일이 되는 겁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평가들이 나왔습니다.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는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초전도체의 핵심인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관측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제일 중요한 게 이제 저항이 굉장히 높은 저항에 있다가 0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그 떨어진 저항의 크기가 저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구리, 구리선의 저항보다도 훨씬 더 높은 저항을 가지고 있거든요."

LK-99 논문의 핵심 역할을 한 퀀텀에너지연구소를 찾아가봤습니다. 서울의 한 주택밀집지역에 있는 붉은 벽돌집. 지하실로 내려가자, 벽에 붙은 설명문에 ‘퀀텀에너지연구소’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러나 문은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전화 연락이 닿았습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관계자(음성변조)
"8월 말에서 9월 초 중에 이제 공식적인 발표 준비 중이고 확정되면 알려드리겠다. 이 정도로만 나가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논문의 공동저자인 김현탁 교수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LK-99 논문 공동저자)
"그래서 우리 논문에 실린 거는 최소한 사람이 저지른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거의 다 맞다 이거 초전도 맞다고 저는 믿고 내가 왜냐하면 근거를 이렇게 알고 있잖아요. 다른 사람은 모를 수도 있지요."

외부 검증이 실패하는 건, 샘플의 순도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LK-99 논문 공동저자)
"그거는 측정상 오류가 있을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성질이 불균일하면 저항이 있는 놈하고 없는 놈하고 합해서 측정을 하면 저항 있는 놈이 측정돼버려요. 저항 0은 파묻혀서 보이겠어요? 성질이 불균일하면 그런 일이 벌어져요."

그렇지만 고개를 갸우뚱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기덕 과학 저술가
"이번 케이스 같은 경우는 아니다 이거 틀렸다고 하면 이제 사실 어찌 보면 깰 수 없는 논리가 너희가 시료를 잘 못 만들어서 그렇다 이 논리가 나오게 되면 이게 정말 깰 수 없는 논리가 돼서 그냥 검증이 계속 안 되는 거거든요."

MC
아쉽게도 기대했던 결과는 아직 안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게 맞습니다. 전 세계에서 LK-99 샘플을 만들어보고는 있는데요.
아직까지 초전도 특성이 관측된 샘플은 한 곳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일부 기관에서는 만든 샘플이 약간의 자기부양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초전도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대표적인 것으로는 우리 생체예요. 이게 대표적인 반자성체거든요. 그래서 재밌는 것 중에는 개구리를 자기장이 굉장히 큰 자석 위에 놓으면 붕 떠요. 그건 개구리가 반자성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MC
신기한데요. 개구리가 뜰 정도면 그러니까 이게 공중에 뜨는 특성을 가진 물질은 많다는 얘기잖아요.

기자
예 굉장히 많다는 소리이고요. 외부 자기장이 굉장히 강력하면 개구리도 공중에 뜰 수 있다 이런 설명을 들으신 겁니다.
그런데 LK-99는 자기 부양을 하는 마이스너 효과도 절반 정도만 보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의구심이 더 커지고 있는 겁니다.

MC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검증이 된 건 아니니까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 LK-99를 개발한 연구진이 정말로 이게 상온 초전도체가 맞다고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 의문들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눈여겨볼 부분이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학교가 아니고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돈을 벌고 수익 활동을 해야 하는 곳이고요. 그래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특허권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김현탁 교수는 회사 측이 특허권 확보에 지금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LK-99 논문 공동저자)
"특허 전쟁이 지금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거예요. 지금 뭐 검증 이런 거는 중요하지도 않아요. 이미 다 공중부양 띄워놨고 저항 제로 나왔고 이런 판국인데. 그다음에 급한 게 사람도 몇 명 없는데 어디다 힘을 쏟아야 되겠어요."

현재 LK-99와 관련된 특허는, 국내와 해외에 각각 2건씩입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21년과 22년에 걸쳐 출원했습니다.


이후석 변리사
"사실 이런 물질 특허 같은 경우는 정말 많은 반복 실험을 하게 되죠.
그래서 일단 효과가 인정되는 신기한 물질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은 특허 출원을 해놓고 거기에 계속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면서 추가하는 방식으로 특허 출원 건수를 늘려나가는 전략을 보통 채택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발명인 중 한 명인 권영완 교수가 특허당국에 이의신청을 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권 교수는 자신이 특허 출원인에서 빠졌다며 특허를 거절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이호준 변리사
"흔치 않은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보통 이런 식의 분쟁을 막기 위해서 고용계약서에서 직무 발명의 승계에 대한 규정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인 계약에서는요) 통상적인 고용 계약에 아마 거의 대부분 포함이 되어 있을 걸로 보입니다."

특허 출원이 거절될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상황.

이후석 변리사
"회사가 단독으로 출원하기로 동의를 받았다 아니면 계약서가 있다 이런 내용을 제출하지 못한다면 권영완 교수의 동의 없이 퀀텀에너지에서 단독 출원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특허법에 의해서 출원이 거절될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에필로그>
우리나라의 연구진이 쏘아 올린 초전도체 논쟁. 정말 초전도체인지, 검증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이길호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그 과정에서 실패도 있고 성공도 있고 대부분이 실패죠.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상온 초전도체를 발견할 수도 있겠다는 영감을 과학자들한테 던져준다면 너무나 값진 가치가 있는 거죠."

과학은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한 걸음 전진하기 때문입니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수천 번, 수만 번 시도를 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색해서 그중에 하나라도 우리가 찾을 수 있으면 그걸 통해서 인류에 기여를 하는 바가 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런 새로운 발견 연구에 매진하고 계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1987년 미 타임지 표지. 상온 초전도체가 가져올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오지 않았지만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이승종
외부촬영: 조선기 강우용 설태훈
영상편집: 이기승
자료조사: 신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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