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없는 지역…더 커지는 소멸 위기

입력 2023.08.31 (19:37) 수정 2023.08.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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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방소멸은 한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나서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만들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운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죠.

그런데도 관련 지표는 계속 나빠지고 있고, 지역의 위기 의식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지방소멸' 연중기획, 오늘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에 더 많은 자율성과 권한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김종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역 문예단체들이 강습 공간 등으로 쓰는 건물입니다.

임실군은 이곳을 정비하고 2층짜리 문예회관을 새로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비 24억 원 중 19억 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배정받아 씁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지역과 관심 지역에 중앙정부가 해마다 1조 원씩 10년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올해 전라북도와 전북 11개 시,군에도 천 백17억 원이 배정됐습니다.

문제는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속도를 늦추는데 진짜 필요한 사업보다는 건물 짓기 같은 단기적인 보여주기식 사업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기존 국고보조금 사업처럼 중앙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춰 심사와 평가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중앙정부 입맛에 맞는 사업을 계획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성수/전북도의원 :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이 심의와 여러 가지 평가를 통해서 하기 때문에 자율성이 많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지방에서 정말 필요한 사업들을 발굴했다면 그걸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올해 전라북도 예산은 9조 8천억 원 남짓.

하지만 지방세 등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는 비율, 재정자립도는 25퍼센트가 채 안 됩니다.

나머지 4분의 3은 중앙정부가 나눠주는 지방교부세와 보조금 등으로 충당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라북도가 쓸 곳을 스스로 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재원 비율, 재정자주도도 40퍼센트를 겨우 넘습니다.

전라북도 예산의 60퍼센트는 사실상 중앙정부가 쓸 곳을 정한다는 얘기입니다.

시,군 재정 상황은 더 열악해 전주, 군산, 익산, 완주를 제외하면 한 해 예산의 90퍼센트 정도를 중앙정부에 의존합니다.

정부가 지방소비세율 인상, 기초자치단체 국고보조율 인상 같은 재정 분권 정책을 시행한 이후에도, 광역자치단체간 재정 격차는 더 커지고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더 낮아졌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예산을 따내는 데 급급해 예산 배분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임성진/전주대 교수 : "사업의 틀을 정해놓고 그 틀에서 기준에 따라서 주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사업만 따오는 이런 방식이 되거든요. 그런 방식으로는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미래를 그리고 변화하고 이런 게 불가능한 거죠. 그런 방식을 과감하게 바꿔야 됩니다."]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하향식 지역발전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이 발전을 스스로 주도하는 이른바 내생적 발전 전략이 필요하지만 낙후된 산업구조, 줄어드는 인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 "수도 이전 문제, 국회 이전 문제를 비롯해서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닌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새롭게 만들지 않으면 현재 서울로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는 거에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를 공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특히 지역 자율성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지난 2월 : "진정한 지방 시대를 열기 위해 중앙의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고 지역 스스로 비교우위가 있는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와 중앙정부는 지역은 무능하고 부패하다며 대통령 발언과 정반대로 지역의 권한과 자율성을 축소시키고 지방자치를 퇴행시키려 합니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조세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2.4퍼센트.

캐나다와 독일은 50퍼센트가 넘어 우리나라보다 두 배 넘게 큽니다.

KBS 뉴스 김종환입니다.

촬영기자: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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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율성 없는 지역…더 커지는 소멸 위기
    • 입력 2023-08-31 19:37:05
    • 수정2023-08-31 20:18:44
    뉴스7(전주)
[앵커]

지방소멸은 한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나서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만들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운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죠.

그런데도 관련 지표는 계속 나빠지고 있고, 지역의 위기 의식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지방소멸' 연중기획, 오늘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에 더 많은 자율성과 권한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김종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역 문예단체들이 강습 공간 등으로 쓰는 건물입니다.

임실군은 이곳을 정비하고 2층짜리 문예회관을 새로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비 24억 원 중 19억 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배정받아 씁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지역과 관심 지역에 중앙정부가 해마다 1조 원씩 10년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올해 전라북도와 전북 11개 시,군에도 천 백17억 원이 배정됐습니다.

문제는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속도를 늦추는데 진짜 필요한 사업보다는 건물 짓기 같은 단기적인 보여주기식 사업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기존 국고보조금 사업처럼 중앙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춰 심사와 평가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중앙정부 입맛에 맞는 사업을 계획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성수/전북도의원 :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이 심의와 여러 가지 평가를 통해서 하기 때문에 자율성이 많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지방에서 정말 필요한 사업들을 발굴했다면 그걸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올해 전라북도 예산은 9조 8천억 원 남짓.

하지만 지방세 등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는 비율, 재정자립도는 25퍼센트가 채 안 됩니다.

나머지 4분의 3은 중앙정부가 나눠주는 지방교부세와 보조금 등으로 충당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라북도가 쓸 곳을 스스로 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재원 비율, 재정자주도도 40퍼센트를 겨우 넘습니다.

전라북도 예산의 60퍼센트는 사실상 중앙정부가 쓸 곳을 정한다는 얘기입니다.

시,군 재정 상황은 더 열악해 전주, 군산, 익산, 완주를 제외하면 한 해 예산의 90퍼센트 정도를 중앙정부에 의존합니다.

정부가 지방소비세율 인상, 기초자치단체 국고보조율 인상 같은 재정 분권 정책을 시행한 이후에도, 광역자치단체간 재정 격차는 더 커지고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더 낮아졌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예산을 따내는 데 급급해 예산 배분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임성진/전주대 교수 : "사업의 틀을 정해놓고 그 틀에서 기준에 따라서 주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사업만 따오는 이런 방식이 되거든요. 그런 방식으로는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미래를 그리고 변화하고 이런 게 불가능한 거죠. 그런 방식을 과감하게 바꿔야 됩니다."]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하향식 지역발전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이 발전을 스스로 주도하는 이른바 내생적 발전 전략이 필요하지만 낙후된 산업구조, 줄어드는 인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 "수도 이전 문제, 국회 이전 문제를 비롯해서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닌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새롭게 만들지 않으면 현재 서울로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는 거에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를 공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특히 지역 자율성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지난 2월 : "진정한 지방 시대를 열기 위해 중앙의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고 지역 스스로 비교우위가 있는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와 중앙정부는 지역은 무능하고 부패하다며 대통령 발언과 정반대로 지역의 권한과 자율성을 축소시키고 지방자치를 퇴행시키려 합니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조세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2.4퍼센트.

캐나다와 독일은 50퍼센트가 넘어 우리나라보다 두 배 넘게 큽니다.

KBS 뉴스 김종환입니다.

촬영기자: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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