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천연염색가 이남주, 최고의 물감은 ‘자연의 색’

자연을 물들인 천이 도화지라면 자연의 색은 최고의 물감.

[이남주/천연염색가 : "붓 맛을 살려서 핸드메이드로 할 수 있는데다 그림 그리듯이 원단에 그림 그리듯이 할 수 있는 거니까 그게 특징이고 매력이죠."]

그의 손끝에서 자연은 더 친숙한 색과 무늬로 다시 피어납니다.

창원 북면의 한 염색 공방.

이남주 씨에게 자연은 마르지 않는 팔레트입니다.

[이남주/천연염색가 : "염색 재료가 그냥 자연에 지천에 깔려 있습니다. 노란색 색소가 아주 예쁘게 나오는 메리골드입니다. 보통 추석 무렵까지는 감물 생산을 많이 합니다."]

타닌 성분이 풍부한 풋감은 이무렵 최고의 염료.

방습, 방충기능이 뛰어난데다 자연스러운 색과 무늬를 낼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이남주/천연염색가 : "이건 감 쭈글이 무늬염을 해놓은 것이고 이런 건 감 호피 염색이라고 그럽니다. 이건 감을 민무늬로, 다 반제품인데 얘를 이렇게 쪽 염색을 하거나 이렇게 붓염을 하거나..."]

쉽고 편리한 염색을 위해 그는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염색에 활용합니다.

홀치기 기법에 단감 포장재를 쓰는가 하면 자연스런 문양을 위해 미세한 주름을 잡아 고정하는 쭈글이 기법엔 양파 망이 동원됩니다.

[이남주/천연염색가 : "양파 주머니에 넣어서 하니까 형태도 예쁘게 잡히고 일하기도 쉽고 빨리 할 수 있고 그다음에 무늬도 아주 예쁘게 나오고..."]

자연염료 가운데서도 색바램이 적고 다양한 색 표현이 가능한 쪽물이 쭈글이 기법을 만나 이렇게 자연스러운 꽃을 피웠습니다.

[이남주/천연염색가 : "색상 농도도 잘 나왔고 흰색하고 푸른색하고 적절하게 배치도 잘 됐고 예쁘게 나온 것 같습니다."]

농산물 부산물인 양파 껍질로도 노란색부터 카키색까지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는데요.

모든 나무와 풀은 염색이 가능하지만 그는 염료 식물로 가치 있는 것들을 찾아 계량화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법을 고민해왔습니다.

[이남주/천연염색가 : "손맛으로 하는 것은 우선은 예쁠지는 몰라도 '똑같은 걸 만들어주세요' 그러면 똑같은 것을 만들기가 힘들죠. 염색은 과학이고 예술이고 또 노동이고 이게 너무 힘들거든요."]

[김명숙/창원시 북면 감계리 : "색의 조화가 화학 염색하고는 다르고 자연스럽고 우리한테 친근하고 건강에도 좋고 그리고 예뻐요. 오랫동안 염색하면서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퍼주시고 그런 부분에서 쉽게 와서 즐겁게 배울 수 있고..."]

자연의 색을 고집하되 구하기 쉽고 편리한 염색으로 천연염색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그의 목표.

어렵게 터득한 염색 기술은 농촌진흥청 농촌교육농장을 통해 10년째 학생과 일반인에게 보급 중입니다.

[이남주/천연염색가 : "바탕색 노란 건 양파를 가지고 그다음에 락, 그다음에 치자블루, 그다음에 꼭두서니 이 세 가지 칼라를 칠하고 그 위에다가 먹으로 어우러지게..."]

붓염을 건조해 2시간 동안 불에 쪄서 완성한 천입니다.

이 상태에서 누비를 접목하기도 하고 에코 염색, 감 염색 무늬염 등 다양한 기법을 시도한 결과 더 다채로운 색과 문양이 나왔습니다.

[이남주/천연염색가 : "한글을 실크스크린으로 밀고 붓으로 칠하고 나서 찌고 세탁을 해버리면 찹쌀 풀 한 부분이 떨어지면서 그림이 나오고 글자가 나오는..."]

천연염색과 실크스크린을 접목해 전시회를 준비 중인 이남주 씨.

[이남주/천연염색가 : "먹을 연한 색, 중간색, 진한 색 세 가지 톤으로 해서 실크스크린 세 개를 만들어서 세 번 밀어서 만들어 놓은 겁니다. 회색하고 블랙을 스크린 2개 만들어서 이렇게 길게 찍어놓은 게 자작나무."]

누구나 쉽게 자연을 물들이고 어디나 활용할 수 있는 염색을 위해 그의 실험은 계속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