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피해자로 인정 받았지만…“여전히 막막해요”

입력 2023.09.08 (21:29) 수정 2023.09.0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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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내일이면 꼭 100일이 됩니다.

정부는 위원회를 구성해 대출이나 임시 거처 등을 지원해 줄 피해자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로 추산되는 2만 6천여 명의 20% 정도인 5,300여 명만 피해자 인정을 신청했고, 이 가운데 10%가 넘는 690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피해자들은 특별법에서 정한 요구 조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신청을 꺼리고 있고, 어렵게 인정받더라도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김보담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신청 두 달 만에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송 모씨, 정부가 지원하는 1%대 전세 자금 대출로 갈아타려 했지만, 은행 창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송OO/전세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이자가 거의 한 110만 원이 넘어요. (피해자) 결정문을 받고 나서 은행에 가서 대환대출하려고 하다 보니 보증금 3억 원이라는 기준에 막혀서…."]

송 씨의 전세 보증금은 3억 100만 원.

지원 기준인 3억 원을 넘어섰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지원위원회는 보증금 한도를 5억 원까지 확대해 피해자로 인정해 주지만, 금융 기관의 대출 기준은 계속 3억 원에 묶여 있는 겁니다.

대전의 다가구 주택.

이모 씨를 비롯해 24가구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 씨는 피해자인정 신청을 포기했습니다.

[이OO/전세 사기 피해자 : "저희 건물 같이 다가구 건물 같은 경우에는 따로 뭐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게 없어요."]

특별법에 따라 경매과정에서 우선 낙찰을 받을 수 있지만, 10억 원이 넘는 건물을 세입자 한 명이 대표로 나서서 매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모든 세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해 관계가 달라 쉽지 않습니다.

[이OO/전세 사기 피해자 : "이렇게 많은 사람이 피해를 겪었는데 모두가 입장이 똑같다는 거는 솔직히 말이 안 되고요."]

특별법 시행 100일을 하루 앞두고 모인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여전히 높은 문턱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철빈/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 : "다수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 임대인의 기망 의도를 입증하는 것은 피해자 개인이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특히 중단됐던 경매가 다시 개시되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특별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KBS 뉴스 김보담입니다.

영상편집:서정혁/촬영기자:이상구 문아미 김상민/그래픽:김지훈

[앵커]

피해자들은 어떤 요구를 하고 있고, 보완 입법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이 내용 취재한 김보담 기자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피해자로 인정되도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는 거죠?

[기자]

피해자로 인정 받으면, 크게 4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매나 공매에서 전세로 살던 집을 매수하고 싶으면, 우선 낙찰받을 권리를 줍니다.

저금리 대출도 받을 수 있고, 긴급 생계비도 지원됩니다.

이 중에서 피해자들이 가장 바라는 지원은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는 저리 대출인데, 6월, 7월 두 달 동안 실제로 대출을 받은 피해 인정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지원을 받으려면 부부합산 연간 소득 7,000만 원 이하이면서 3억 원 이하의 전세보증금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원회 재량으로 보증금 한도를 높여줄 순 있지만, 금융 지원에는 아직 적용이 안 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피해자들은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겁니까?

[기자]

지원 대상을 확대해 달라는 게 핵심입니다.

특별법에선 전세보증금 3억 원까지 피해 주택으로 인정하는데, 이걸 위원회에서는 재량으로 5억 원까지 높이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가 금액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 않는 만큼 인정 범위를 5억 원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야 논쟁 끝에 특별법에는 담기지 않았던 '선 구제, 후 회수' 안이 있었죠,

정부가 채권을 매입해 우선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앵커]

국회도 특별법을 처리하면서 필요하다면 법을 보완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이런 문제점들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 인정 문턱을 낮추고, 사각지대도 줄이려는 개정안을 준비 중입니다.

여기서 또 문제가 된 게 앞서 말씀드린 선 구제, 후 회수안입니다.

야권이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정부와 여당은 사적 계약인 전세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는 데 세금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논의가 겉돌 수 있다는 뜻이죠,

국회는 법 시행 뒤 6개월마다 필요한 점을 담아 개정한다고 합의했는데,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이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영상편집:박철식/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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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달 만에 피해자로 인정 받았지만…“여전히 막막해요”
    • 입력 2023-09-08 21:29:27
    • 수정2023-09-09 08:17:56
    뉴스 9
[앵커]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내일이면 꼭 100일이 됩니다.

정부는 위원회를 구성해 대출이나 임시 거처 등을 지원해 줄 피해자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로 추산되는 2만 6천여 명의 20% 정도인 5,300여 명만 피해자 인정을 신청했고, 이 가운데 10%가 넘는 690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피해자들은 특별법에서 정한 요구 조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신청을 꺼리고 있고, 어렵게 인정받더라도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김보담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신청 두 달 만에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송 모씨, 정부가 지원하는 1%대 전세 자금 대출로 갈아타려 했지만, 은행 창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송OO/전세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이자가 거의 한 110만 원이 넘어요. (피해자) 결정문을 받고 나서 은행에 가서 대환대출하려고 하다 보니 보증금 3억 원이라는 기준에 막혀서…."]

송 씨의 전세 보증금은 3억 100만 원.

지원 기준인 3억 원을 넘어섰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지원위원회는 보증금 한도를 5억 원까지 확대해 피해자로 인정해 주지만, 금융 기관의 대출 기준은 계속 3억 원에 묶여 있는 겁니다.

대전의 다가구 주택.

이모 씨를 비롯해 24가구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 씨는 피해자인정 신청을 포기했습니다.

[이OO/전세 사기 피해자 : "저희 건물 같이 다가구 건물 같은 경우에는 따로 뭐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게 없어요."]

특별법에 따라 경매과정에서 우선 낙찰을 받을 수 있지만, 10억 원이 넘는 건물을 세입자 한 명이 대표로 나서서 매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모든 세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해 관계가 달라 쉽지 않습니다.

[이OO/전세 사기 피해자 : "이렇게 많은 사람이 피해를 겪었는데 모두가 입장이 똑같다는 거는 솔직히 말이 안 되고요."]

특별법 시행 100일을 하루 앞두고 모인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여전히 높은 문턱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철빈/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 : "다수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 임대인의 기망 의도를 입증하는 것은 피해자 개인이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특히 중단됐던 경매가 다시 개시되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특별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KBS 뉴스 김보담입니다.

영상편집:서정혁/촬영기자:이상구 문아미 김상민/그래픽:김지훈

[앵커]

피해자들은 어떤 요구를 하고 있고, 보완 입법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이 내용 취재한 김보담 기자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피해자로 인정되도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는 거죠?

[기자]

피해자로 인정 받으면, 크게 4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매나 공매에서 전세로 살던 집을 매수하고 싶으면, 우선 낙찰받을 권리를 줍니다.

저금리 대출도 받을 수 있고, 긴급 생계비도 지원됩니다.

이 중에서 피해자들이 가장 바라는 지원은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는 저리 대출인데, 6월, 7월 두 달 동안 실제로 대출을 받은 피해 인정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지원을 받으려면 부부합산 연간 소득 7,000만 원 이하이면서 3억 원 이하의 전세보증금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원회 재량으로 보증금 한도를 높여줄 순 있지만, 금융 지원에는 아직 적용이 안 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피해자들은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겁니까?

[기자]

지원 대상을 확대해 달라는 게 핵심입니다.

특별법에선 전세보증금 3억 원까지 피해 주택으로 인정하는데, 이걸 위원회에서는 재량으로 5억 원까지 높이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가 금액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 않는 만큼 인정 범위를 5억 원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야 논쟁 끝에 특별법에는 담기지 않았던 '선 구제, 후 회수' 안이 있었죠,

정부가 채권을 매입해 우선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앵커]

국회도 특별법을 처리하면서 필요하다면 법을 보완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이런 문제점들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 인정 문턱을 낮추고, 사각지대도 줄이려는 개정안을 준비 중입니다.

여기서 또 문제가 된 게 앞서 말씀드린 선 구제, 후 회수안입니다.

야권이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정부와 여당은 사적 계약인 전세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는 데 세금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논의가 겉돌 수 있다는 뜻이죠,

국회는 법 시행 뒤 6개월마다 필요한 점을 담아 개정한다고 합의했는데,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이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영상편집:박철식/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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