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프로 불참러’가 있다?…미리 보는 G20 정상회의 [세계엔]
입력 2023.09.09 (09:00)
수정 2023.09.0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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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정상회의 오늘 개막…"선언문 하나 추가요"?
오늘과 내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중국 등 19개 주요국과 유럽연합 정상이 세계 경제의 화두를 나누고 정책을 조정하기 위해 매년 모이는 자리입니다. 길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깊어지는 기후 위기, 저소득 국가들의 부채 위기 등이 올해의 화두입니다. 회의 결과는 공동 선언문으로 채택돼 더 나은 미래로 가는 청사진이 됩니다.
올해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바라트 만다팜’.
문제는 어렵게 선언문을 내놔도 말 뿐인 '선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일례로 기후 위기는 G20 회의의 단골 주제입니다. 2021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정상들은 "의미 있고 효과적인 행동으로 지구온난화를 제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2년 전 세계 석탄 화력 발전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국제에너지기구).
물론 성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을 헤쳐나가는 데 G20은 글로벌 리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당시 4조 달러 규모의 재정 지출에 합의하고 금융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죠(뉴욕타임스). 하지만 많은 G20 선언들의 뒷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듭니다.
■ 중·러 빠진 G20 회의…선언문 채택도 불발?
심지어 올해는 공동 선언문 채택 여부도 불투명합니다. G20의 주축 가운데 한 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의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대신 리창 총리가 참석하는데, 시 주석이 G20 회의에 불참하는 건 2012년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사실 시 주석은 최근 주요 국제 행사에 잇따라 빠지고 있습니다. 지난 5일~7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도 리창 총리가 대신 참석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의 잇따른 불참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는 각종 분석을 낳고 있습니다.
5일~7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제43차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중국 리창 총리.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에 대한 비판, 영유권을 두고 G20 개최국 인도와 중국의 마찰이 커지는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여러모로 수세에 몰리는 상황인 만큼, 굳이 회의에 참석해 정면충돌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시 주석의 든든한 우군,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이번 회의에 불참합니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3월에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상태입니다.
한편에선 시 주석이 '외무'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란 관측도 나옵니다. 최근 중국은 성장 동력이던 부동산 경기가 크게 흔들리고, 생산·소비·고용 등 경기 전반에 먹구름이 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외교보다는 국내 위기 관리에 집중하려 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대리 참석하는 리 총리에게 어디까지 권한이 주어졌을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블룸버그는 "올해 G20 정상회담에서 공동선언이 나올 수 있을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지난해 회의에서도 오랜 시간 회의 끝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는 공동 선언을 채택할 수 있었는데, 이는 당시 시 주석이 부분적으로 타협한 덕분"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만난 모습.
■ 굳어지는 '신냉전' 구도…마주 앉기도 어렵다
시 주석의 G20 불참 소식이 전해졌을 때 모두 미국을 쳐다봤습니다. 심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 이후 한 번도 마주 앉지 못했습니다. 그런 만큼 올해 회의에서 미·중 정상 간 회담이 열릴 거란 기대감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이 됐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쉽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과 만나게 될 거"라는 희망을 덧붙였는데, 분위기로 봐선 이것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두 정상이 만날 다음 기회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입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이 회의도 건너뛸 거란 관측이 슬슬 나옵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최근 SNS에서 "시 주석의 참석을 원한다면 미국은 충분한 성의를 보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올해 아세안 정상회의에 시 주석 대신 참석했던 리 총리는 "국제적 분쟁이 '신냉전'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확장하는' 중국과 '지키려는' 미국 사이 신냉전 구도가 갈수록 굳어지고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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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9-09 09: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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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정상회의 오늘 개막…"선언문 하나 추가요"?
오늘과 내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중국 등 19개 주요국과 유럽연합 정상이 세계 경제의 화두를 나누고 정책을 조정하기 위해 매년 모이는 자리입니다. 길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깊어지는 기후 위기, 저소득 국가들의 부채 위기 등이 올해의 화두입니다. 회의 결과는 공동 선언문으로 채택돼 더 나은 미래로 가는 청사진이 됩니다.
문제는 어렵게 선언문을 내놔도 말 뿐인 '선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일례로 기후 위기는 G20 회의의 단골 주제입니다. 2021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정상들은 "의미 있고 효과적인 행동으로 지구온난화를 제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2년 전 세계 석탄 화력 발전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국제에너지기구).
물론 성과가 없는 건 아닙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을 헤쳐나가는 데 G20은 글로벌 리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당시 4조 달러 규모의 재정 지출에 합의하고 금융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죠(뉴욕타임스). 하지만 많은 G20 선언들의 뒷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듭니다.
■ 중·러 빠진 G20 회의…선언문 채택도 불발?
심지어 올해는 공동 선언문 채택 여부도 불투명합니다. G20의 주축 가운데 한 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의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대신 리창 총리가 참석하는데, 시 주석이 G20 회의에 불참하는 건 2012년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사실 시 주석은 최근 주요 국제 행사에 잇따라 빠지고 있습니다. 지난 5일~7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도 리창 총리가 대신 참석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의 잇따른 불참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는 각종 분석을 낳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에 대한 비판, 영유권을 두고 G20 개최국 인도와 중국의 마찰이 커지는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여러모로 수세에 몰리는 상황인 만큼, 굳이 회의에 참석해 정면충돌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시 주석의 든든한 우군,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이번 회의에 불참합니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3월에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상태입니다.
한편에선 시 주석이 '외무'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란 관측도 나옵니다. 최근 중국은 성장 동력이던 부동산 경기가 크게 흔들리고, 생산·소비·고용 등 경기 전반에 먹구름이 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외교보다는 국내 위기 관리에 집중하려 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대리 참석하는 리 총리에게 어디까지 권한이 주어졌을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블룸버그는 "올해 G20 정상회담에서 공동선언이 나올 수 있을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지난해 회의에서도 오랜 시간 회의 끝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는 공동 선언을 채택할 수 있었는데, 이는 당시 시 주석이 부분적으로 타협한 덕분"이라고 전했습니다.
■ 굳어지는 '신냉전' 구도…마주 앉기도 어렵다
시 주석의 G20 불참 소식이 전해졌을 때 모두 미국을 쳐다봤습니다. 심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 이후 한 번도 마주 앉지 못했습니다. 그런 만큼 올해 회의에서 미·중 정상 간 회담이 열릴 거란 기대감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이 됐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쉽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과 만나게 될 거"라는 희망을 덧붙였는데, 분위기로 봐선 이것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두 정상이 만날 다음 기회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입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이 회의도 건너뛸 거란 관측이 슬슬 나옵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최근 SNS에서 "시 주석의 참석을 원한다면 미국은 충분한 성의를 보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올해 아세안 정상회의에 시 주석 대신 참석했던 리 총리는 "국제적 분쟁이 '신냉전'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확장하는' 중국과 '지키려는' 미국 사이 신냉전 구도가 갈수록 굳어지고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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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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