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분류에도 못 막은 비극…아이 출산 ‘미궁’

입력 2023.09.11 (21:27) 수정 2023.09.1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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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4년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떠난 송파 세 모녀를 기억하실 겁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사회가 놓친 사람들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빚 독촉을 피하려고 주소지를 등록하지 못했던 수원 세 모녀의 비극이 지난해 다시 되풀이됐습니다.

이럴 때마다 이웃이 보내는 위기 신호를 찾아내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다짐은 이어졌지만, 이번엔 전주에서 또 한 명의 40대 여성이 소리 없이 생을 마감했습니다.

숨진 뒤, 한참이 지나 발견된 이 여성의 곁에는 굶주린 두 살배기 아들이 쓰러져 있었고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두 살 아이를 곁에 두고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

집안은 쓰레기로 가득했고, 외부 교류 없이 사실상 고립된 채 살아왔습니다.

[집주인/음성 변조 : "작년 11월부턴가 살았어요. 저희와는 왕래가 전혀 없었고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밝힌 사인은 동맥경화.

담석 등을 앓아 온 여성은 생활고로 제때 치료받지 못한 거로 추정됩니다.

관리비와 전기요금, 가스비 등은 여러 달 밀렸고, 건강보험료는 5년 가까이 내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7월 중순 복지 사각지대 위기 가구로 지정해 지자체에 통보했습니다.

전주시는 안내문을 보내도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찾아갔지만 정확한 집주소를 몰라 만나진 못했습니다.

[전주시 관계자/음성변조 : "대상자는 많지, 그래도 일일이 집에 가서 찾는데요. 다 다르기 때문에 상담이 이뤄져야만 서비스가 연계되거든요."]

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지원받지 못했던 '수원 세 모녀' 사건 뒤, 빈틈을 줄이려 수집 정보를 늘리고, 고독사와 취업 청년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합니다.

[이상록/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맞춤형 복지 수요는 높아지는데 실제 (복지 담당 공무원) 인력은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보조할 수 있는 인력들이라도 늘려야 되는데, 그것조차도 가로막혀 있다 보니까..."]

엄마 시신 옆에서 구조된 아이는 출생 신고는커녕 출산 기록마저 없는 상태였고, 이 때문에 정부의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에서도 빠져 있었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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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분류에도 못 막은 비극…아이 출산 ‘미궁’
    • 입력 2023-09-11 21:27:59
    • 수정2023-09-11 21:37:01
    뉴스 9
[앵커]

2014년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떠난 송파 세 모녀를 기억하실 겁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사회가 놓친 사람들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빚 독촉을 피하려고 주소지를 등록하지 못했던 수원 세 모녀의 비극이 지난해 다시 되풀이됐습니다.

이럴 때마다 이웃이 보내는 위기 신호를 찾아내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다짐은 이어졌지만, 이번엔 전주에서 또 한 명의 40대 여성이 소리 없이 생을 마감했습니다.

숨진 뒤, 한참이 지나 발견된 이 여성의 곁에는 굶주린 두 살배기 아들이 쓰러져 있었고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두 살 아이를 곁에 두고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

집안은 쓰레기로 가득했고, 외부 교류 없이 사실상 고립된 채 살아왔습니다.

[집주인/음성 변조 : "작년 11월부턴가 살았어요. 저희와는 왕래가 전혀 없었고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밝힌 사인은 동맥경화.

담석 등을 앓아 온 여성은 생활고로 제때 치료받지 못한 거로 추정됩니다.

관리비와 전기요금, 가스비 등은 여러 달 밀렸고, 건강보험료는 5년 가까이 내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7월 중순 복지 사각지대 위기 가구로 지정해 지자체에 통보했습니다.

전주시는 안내문을 보내도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찾아갔지만 정확한 집주소를 몰라 만나진 못했습니다.

[전주시 관계자/음성변조 : "대상자는 많지, 그래도 일일이 집에 가서 찾는데요. 다 다르기 때문에 상담이 이뤄져야만 서비스가 연계되거든요."]

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지원받지 못했던 '수원 세 모녀' 사건 뒤, 빈틈을 줄이려 수집 정보를 늘리고, 고독사와 취업 청년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합니다.

[이상록/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맞춤형 복지 수요는 높아지는데 실제 (복지 담당 공무원) 인력은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보조할 수 있는 인력들이라도 늘려야 되는데, 그것조차도 가로막혀 있다 보니까..."]

엄마 시신 옆에서 구조된 아이는 출생 신고는커녕 출산 기록마저 없는 상태였고, 이 때문에 정부의 미등록 아동 전수조사에서도 빠져 있었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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