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문 정부 집값통계 94번 조작 의혹…수사요청”

입력 2023.09.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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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지난 정부의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집값 통계 작성 과정에 상습 개입한 정황을 잡고, 관련된 전·현직 공무원 12명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직권 남용과 통계법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입니다.

감사원이 오늘(15일) 이런 내용의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모두 94차례에 걸쳐 매주 발표되는 주택가격 동향 지수와 매매 변동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부동산원에 압력을 가했습니다.




■주 3회 통계 보고 지시..."수치 높으면 직·간접적 압박"

집값 통계에 대한 이른바 '윗선'의 개입은 '주중치(주간 예측치)'가 만들어지면서부터 시작됐다고 감사원은 설명합니다.

한국부동산원은 원래 매주 목요일, 주 1회 주간주택가격 동향을 발표해 왔습니다. 조사 기간은 발표 전주 화요일부터 발표하는 주의 월요일까지입니다.

그런데 지난 2017년 6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 발표(2017.6.19)를 앞두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통계 보고를 주 3회로 늘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원은 '주중치'란 이름의 통계를 청와대에 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발표일을 기준으로 전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사흘 동안만 집값을 조사한 뒤 예정치를 보고한 겁니다.

감사원은 이런 보고 행위가, 공표 전에 통계를 제공하거나 누설하면 안 되는 통계법 위반 소지가 있고, 단 사흘간의 조사에 임의로 가중치를 곱한 것에 불과해 정확성과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청와대 측은 주중치보다 확정치가 높게 나오면, 사유를 규명하도록 부동산원에 요구하는 등 집값 상승률을 낮추도록 압박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부동산원은 이런 보고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12차례에 걸쳐 '보고 중단'을 요청했지만, 청와대가 거절했다는 게 감사원 발표 내용입니다.

감사원은 이런 압박 때문에 부동산원이 발표했던 주중치(예정치)와 속보치(확정치)가 점점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주중치와 속보치가 일치하는 비율이 2017년엔 31.6%였는데, 2021년 80.6%까지 상승했다는 겁니다.



■감사원 "청와대·국토부 노골적 지시도 확인"

감사원은 청와대와 국토부의 직간접적인 압력뿐 아니라 노골적인 통계 조작 지시도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8년 8월 24일 공개된 '여의도ㆍ용산 통합개발 계획'의 영향으로 8월 4주차 '주택가격 동향'에서 서울의 매매지수 변동률의 주중치는 0.67%로 예상보다 높게 보고됐습니다.

이에 청와대 측은 부동산원에 주중치보다 속보치와 확정치를 낮추라고 지시했고, 부동산원은 8월 4주차 확정치를 0.67%에서 0.22%p 내린 0.45%로 바꿔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집값이 재반등 기미를 보이던 2019년 6월, 국토부 주택정책 담당 관계자가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부동산원에 통계 수정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요구에 따라 부동산원은 6월 3주차 서울지역 매매 확정치를 -0.01%로 내렸습니다. 또 "서울 지역이 보합세로 전환, 강남 4구의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는 보도자료 내용을 "서울은 32주 연속 하락세 지속, 강남 4구는 대체로 보합세" 라는 내용으로 사실과 다르게 수정 배포했습니다.

감사원은 이 무렵 국토부가 "부동산원이 국토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며 본업(주택통계 등)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부동산원 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20년 6·17 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이 상승하자, 청와대가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고 국토부를 압박했고, 같은해 7월에는 "주택정책과장은 지금 뭐 하는 거냐?"며 국토부를 질책했다고 밝혔습니다.


■ 문재인 정부 출신 관료 모임 "조작된 감사" 반발

문재인 정부 출신 관료 등으로 이뤄진 정책포럼 '사의재'는 "통계조작이 아니라 감사원의 감사조작"이라며 즉각 반박했습니다.

'사의재'는 입장문에서 "부동산 주간 동향 통계를 추가로 더 받아본 것, 급격한 통계수치 변동에 대해 관계기관에 설명을 요청한 것 등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통계는 '정답'이 없어서 '정답'에서 벗어나면 '조작'이라는 감사원의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반박도 내놨습니다.

사의재는 "주간 동향뿐 아니라 실거래가, 민간기관의 통계 등 다양한 통계들이 발표된다"며 "특정한 통계 수치를 높이거나 낮춘다고 해서, 시장 상황이 한 방향으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또 수사요청이 '청와대 소속 공무원'에 집중되고, 보도자료에서 BH를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 조작이라는 부정적 딱지를 붙이는 목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감사원 보도자료를 보면 통계에 대한 청와대 측의 발언은 다소 모호한 반면, 국토부는 훨씬 직접적으로 부동산원을 압박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감사원은 청와대 소속 6명을 수사 요청하면서, 국토부 소속은 3명만 수사 요청했습니다. 수사요청 대상이 된 청와대 소속 6명 가운데 2명은 국토부 소속으로 청와대에 파견됐던 공무원입니다.

당시 국토부에서 근무했던 전직 고위공무원은 "청와대(BH)의 지시라고 감사원이 설명하는 부분도 결국은 청와대로 파견된 국토부 공무원의 지시로 보인다"며 "국토부 일부 공무원과 감정원 사이의 부적절한 대화 내용이 청와대가 통계 조작을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세 차례 연장, 1년 이어진 감사...감사위 의결 없이 먼저 수사요청

감사원의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는 지난해 9월 시작돼 세 차례 연장됐지만, 아직 감사가 모두 끝난 건 아닙니다.

최종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감사결과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감사원이 '수사요청'을 먼저 하며 오늘(15일) 보도자료를 냈기 때문입니다.

이번 '수사요청'은 감사원의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이뤄졌습니다.

김숙동 감사원 특별조사국장은 "관련자들이 많다 보니 증거 인멸의 소지가 생기는 등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수사요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감사에선 피감 공무원의 개인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강도 높은 대면조사가 이어져 '강압 감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감사원 내부에선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분위기입니다.

감사원 핵심관계자는 "국가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수준의 통계조작을 밝혀내 수사 의뢰하게 됐다"면서 "이번 감사를 계기로 공직사회와 사회공동체에 만연한 조작, 거짓과 위선의 시대가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감사원이 발표한 '통계 개입과 조작'에 대한 진실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최종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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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15 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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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지난 정부의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집값 통계 작성 과정에 상습 개입한 정황을 잡고, 관련된 전·현직 공무원 12명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직권 남용과 통계법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입니다.

감사원이 오늘(15일) 이런 내용의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모두 94차례에 걸쳐 매주 발표되는 주택가격 동향 지수와 매매 변동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도록 부동산원에 압력을 가했습니다.




■주 3회 통계 보고 지시..."수치 높으면 직·간접적 압박"

집값 통계에 대한 이른바 '윗선'의 개입은 '주중치(주간 예측치)'가 만들어지면서부터 시작됐다고 감사원은 설명합니다.

한국부동산원은 원래 매주 목요일, 주 1회 주간주택가격 동향을 발표해 왔습니다. 조사 기간은 발표 전주 화요일부터 발표하는 주의 월요일까지입니다.

그런데 지난 2017년 6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 발표(2017.6.19)를 앞두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통계 보고를 주 3회로 늘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원은 '주중치'란 이름의 통계를 청와대에 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발표일을 기준으로 전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사흘 동안만 집값을 조사한 뒤 예정치를 보고한 겁니다.

감사원은 이런 보고 행위가, 공표 전에 통계를 제공하거나 누설하면 안 되는 통계법 위반 소지가 있고, 단 사흘간의 조사에 임의로 가중치를 곱한 것에 불과해 정확성과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청와대 측은 주중치보다 확정치가 높게 나오면, 사유를 규명하도록 부동산원에 요구하는 등 집값 상승률을 낮추도록 압박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부동산원은 이런 보고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12차례에 걸쳐 '보고 중단'을 요청했지만, 청와대가 거절했다는 게 감사원 발표 내용입니다.

감사원은 이런 압박 때문에 부동산원이 발표했던 주중치(예정치)와 속보치(확정치)가 점점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주중치와 속보치가 일치하는 비율이 2017년엔 31.6%였는데, 2021년 80.6%까지 상승했다는 겁니다.



■감사원 "청와대·국토부 노골적 지시도 확인"

감사원은 청와대와 국토부의 직간접적인 압력뿐 아니라 노골적인 통계 조작 지시도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8년 8월 24일 공개된 '여의도ㆍ용산 통합개발 계획'의 영향으로 8월 4주차 '주택가격 동향'에서 서울의 매매지수 변동률의 주중치는 0.67%로 예상보다 높게 보고됐습니다.

이에 청와대 측은 부동산원에 주중치보다 속보치와 확정치를 낮추라고 지시했고, 부동산원은 8월 4주차 확정치를 0.67%에서 0.22%p 내린 0.45%로 바꿔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집값이 재반등 기미를 보이던 2019년 6월, 국토부 주택정책 담당 관계자가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부동산원에 통계 수정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요구에 따라 부동산원은 6월 3주차 서울지역 매매 확정치를 -0.01%로 내렸습니다. 또 "서울 지역이 보합세로 전환, 강남 4구의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는 보도자료 내용을 "서울은 32주 연속 하락세 지속, 강남 4구는 대체로 보합세" 라는 내용으로 사실과 다르게 수정 배포했습니다.

감사원은 이 무렵 국토부가 "부동산원이 국토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며 본업(주택통계 등)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부동산원 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20년 6·17 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이 상승하자, 청와대가 "서울 (변동률)을 지난주보다 아래로만 하라"고 국토부를 압박했고, 같은해 7월에는 "주택정책과장은 지금 뭐 하는 거냐?"며 국토부를 질책했다고 밝혔습니다.


■ 문재인 정부 출신 관료 모임 "조작된 감사" 반발

문재인 정부 출신 관료 등으로 이뤄진 정책포럼 '사의재'는 "통계조작이 아니라 감사원의 감사조작"이라며 즉각 반박했습니다.

'사의재'는 입장문에서 "부동산 주간 동향 통계를 추가로 더 받아본 것, 급격한 통계수치 변동에 대해 관계기관에 설명을 요청한 것 등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통계는 '정답'이 없어서 '정답'에서 벗어나면 '조작'이라는 감사원의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반박도 내놨습니다.

사의재는 "주간 동향뿐 아니라 실거래가, 민간기관의 통계 등 다양한 통계들이 발표된다"며 "특정한 통계 수치를 높이거나 낮춘다고 해서, 시장 상황이 한 방향으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또 수사요청이 '청와대 소속 공무원'에 집중되고, 보도자료에서 BH를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 조작이라는 부정적 딱지를 붙이는 목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감사원 보도자료를 보면 통계에 대한 청와대 측의 발언은 다소 모호한 반면, 국토부는 훨씬 직접적으로 부동산원을 압박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감사원은 청와대 소속 6명을 수사 요청하면서, 국토부 소속은 3명만 수사 요청했습니다. 수사요청 대상이 된 청와대 소속 6명 가운데 2명은 국토부 소속으로 청와대에 파견됐던 공무원입니다.

당시 국토부에서 근무했던 전직 고위공무원은 "청와대(BH)의 지시라고 감사원이 설명하는 부분도 결국은 청와대로 파견된 국토부 공무원의 지시로 보인다"며 "국토부 일부 공무원과 감정원 사이의 부적절한 대화 내용이 청와대가 통계 조작을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세 차례 연장, 1년 이어진 감사...감사위 의결 없이 먼저 수사요청

감사원의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는 지난해 9월 시작돼 세 차례 연장됐지만, 아직 감사가 모두 끝난 건 아닙니다.

최종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감사결과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감사원이 '수사요청'을 먼저 하며 오늘(15일) 보도자료를 냈기 때문입니다.

이번 '수사요청'은 감사원의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이뤄졌습니다.

김숙동 감사원 특별조사국장은 "관련자들이 많다 보니 증거 인멸의 소지가 생기는 등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수사요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감사에선 피감 공무원의 개인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강도 높은 대면조사가 이어져 '강압 감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감사원 내부에선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는 분위기입니다.

감사원 핵심관계자는 "국가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수준의 통계조작을 밝혀내 수사 의뢰하게 됐다"면서 "이번 감사를 계기로 공직사회와 사회공동체에 만연한 조작, 거짓과 위선의 시대가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감사원이 발표한 '통계 개입과 조작'에 대한 진실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최종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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