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7년 구형 ‘사법농단’ 1심 마무리…관련 재판은 대부분 ‘무죄’

입력 2023.09.15 (21:04) 수정 2023.09.1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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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헌정사상 처음 전직 대법원장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법원행정처가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든 게 알려지면서 '사법 농단 의혹' 수사로 이어졌죠.

당시 수사를 이끈 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그리고 한동훈 차장검사였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법관이 14명인데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걸 비롯해 47개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은 290차례 열렸습니다.

그리고 오늘(15일)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습니다.

먼저 진선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모두 47개.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판 등에 개입하고, 성향 등으로 물의야기 법관을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혐의 등입니다.

검찰은 장장 2시간에 걸쳐 범죄 사실을 설명하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박병대 전 대법관은 징역 5년, 고영한 전 대법관에겐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최고 사법행정권자들이 상고법원 도입 등 정책적 목표를 위해 재판에 개입했다며, 법관의 재판이 사법부의 조직 이기주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법부 스스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과정을 통해 사법부의 실추된 신뢰를 정상화할 기회를 마련할 거라며 엄벌을 요청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 내내 눈을 감고 있다가 최후진술 기회를 얻자 작심한 듯 전·현직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선 사법부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렸다고 한 법원의 날 축사를 언급하면서, 조지오웰의 '1984'를 인용해 사법부의 미래를 장악하기 위해 사법부의 과거를 지배하려 나섰다고 직격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지휘한 검찰 수사를 두고는, 검찰이 첨병으로 나서 프레임 속에 모든 사실 관계를 견강부회해 끼워넣었다며 검찰 공소장은 수사권 남용의 열매라고 비판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냐는 시 구절을 인용하며 북받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두달여 뒤인 오는 12월 22일 사법농단 의혹 사건 1심 선고를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진선민입니다.

[앵커]

사건의 핵심은 양 전 대법원장이 불거진 의혹들을 실제 지시하거나, 승인했냐는 겁니다.

하지만 1심 재판이 4년 넘게 늘어지는 동안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현직 판사 상당수는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어서 이호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명의로 작성된 대외비 문건.

"상고법원 도입에는 청와대 협조가 절대적"이라며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구체적 협력 사례'를 청와대 설득 방안으로 내세웁니다.

긴급조치 피해자에게 국가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과 내란선동죄로 중형이 선고된 이석기 전 의원 사건 등이었습니다.

이 문건 공개로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밖에도 이른바 '물의 야기 법관'을 분류해 관리하고, 특정 법관 모임의 와해를 시도했다는 의혹.

헌법재판소 견제를 위해 내부 정보를 빼냈다는 의혹까지...

'사법 농단'이라고 이름 붙여진 각종 의혹들의 정점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있습니다.

[한동훈/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2019년 2월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판 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법관 비위 은폐 사건과 관련하여…"]

양 전 대법원장이 이 모든 의혹을 어디까지 보고받고 지시하고, 관여했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입니다.

[양승태/전 대법원장/2019년 1월 : "절대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14명 가운데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두 명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각각 벌금 1,500만 원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반면, 법관 수사를 막으려 한 혐의를 받았던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전 부장판사는 무죄가 확정됐고, 임성근 전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등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 조창훈/영상편집:차정남 신남규/그래픽:김석훈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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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 7년 구형 ‘사법농단’ 1심 마무리…관련 재판은 대부분 ‘무죄’
    • 입력 2023-09-15 21:04:22
    • 수정2023-09-16 07:56:41
    뉴스 9
[앵커]

안녕하십니까.

헌정사상 처음 전직 대법원장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법원행정처가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든 게 알려지면서 '사법 농단 의혹' 수사로 이어졌죠.

당시 수사를 이끈 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그리고 한동훈 차장검사였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법관이 14명인데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걸 비롯해 47개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은 290차례 열렸습니다.

그리고 오늘(15일)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습니다.

먼저 진선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모두 47개.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판 등에 개입하고, 성향 등으로 물의야기 법관을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혐의 등입니다.

검찰은 장장 2시간에 걸쳐 범죄 사실을 설명하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박병대 전 대법관은 징역 5년, 고영한 전 대법관에겐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최고 사법행정권자들이 상고법원 도입 등 정책적 목표를 위해 재판에 개입했다며, 법관의 재판이 사법부의 조직 이기주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법부 스스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과정을 통해 사법부의 실추된 신뢰를 정상화할 기회를 마련할 거라며 엄벌을 요청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 내내 눈을 감고 있다가 최후진술 기회를 얻자 작심한 듯 전·현직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선 사법부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렸다고 한 법원의 날 축사를 언급하면서, 조지오웰의 '1984'를 인용해 사법부의 미래를 장악하기 위해 사법부의 과거를 지배하려 나섰다고 직격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지휘한 검찰 수사를 두고는, 검찰이 첨병으로 나서 프레임 속에 모든 사실 관계를 견강부회해 끼워넣었다며 검찰 공소장은 수사권 남용의 열매라고 비판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냐는 시 구절을 인용하며 북받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두달여 뒤인 오는 12월 22일 사법농단 의혹 사건 1심 선고를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진선민입니다.

[앵커]

사건의 핵심은 양 전 대법원장이 불거진 의혹들을 실제 지시하거나, 승인했냐는 겁니다.

하지만 1심 재판이 4년 넘게 늘어지는 동안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현직 판사 상당수는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어서 이호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명의로 작성된 대외비 문건.

"상고법원 도입에는 청와대 협조가 절대적"이라며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구체적 협력 사례'를 청와대 설득 방안으로 내세웁니다.

긴급조치 피해자에게 국가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과 내란선동죄로 중형이 선고된 이석기 전 의원 사건 등이었습니다.

이 문건 공개로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밖에도 이른바 '물의 야기 법관'을 분류해 관리하고, 특정 법관 모임의 와해를 시도했다는 의혹.

헌법재판소 견제를 위해 내부 정보를 빼냈다는 의혹까지...

'사법 농단'이라고 이름 붙여진 각종 의혹들의 정점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있습니다.

[한동훈/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2019년 2월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판 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법관 비위 은폐 사건과 관련하여…"]

양 전 대법원장이 이 모든 의혹을 어디까지 보고받고 지시하고, 관여했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입니다.

[양승태/전 대법원장/2019년 1월 : "절대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 14명 가운데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두 명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각각 벌금 1,500만 원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반면, 법관 수사를 막으려 한 혐의를 받았던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전 부장판사는 무죄가 확정됐고, 임성근 전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 등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 조창훈/영상편집:차정남 신남규/그래픽:김석훈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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