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어요”…20대 청년들 위로에 마음 돌렸다

입력 2023.09.18 (18:19) 수정 2023.09.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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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누군가는 아름다워서, 하지만 누군가는 삶의 벼랑 끝에서 찾아온다는 한강 다리입니다.

마포대교에 설치된 이 동상의 이름은 '한 번만 더'입니다.

한 번만 더 힘을 내보자.

말없이 어깨에 얹은 이 손 처럼 따뜻한 위로가 절실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위로가 부족했을까요.

올 상반기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7천 명에 육박합니다.

지난해보다 8.8퍼센트나 늘었습니다.

경제적 고통, 대인 관계, 이유도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아직은 따뜻합니다.

두 20대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낯선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비극을 막았습니다.

그 사연, 이도윤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거리를 서성이던 40대 남성이 뭔가 결심한 듯 매장에 들어섭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

매장에서 일하던 28살 이윤채 씨는 순간, 긴장했다고 했습니다.

[이윤채/가게 직원 :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좀 뉴스도 많이 나오고 좀 흉흉한 느낌..."]

하지만 남성이 꺼낸 말은 뜻밖이었습니다.

[이윤채/가게 직원 : "자기가 너무 죽고 싶은데 좀 어떻게 해줄 수 없겠냐고..."]

이내 서럽게 울기 시작한 남성.

이 씨는 함께 계단에 걸터앉아 남성의 말에 차분하게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면서 구조를 요청했고, 경찰이 올 때까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경찰이 도착하자, 남성은 이 씨를 꼭 껴안았습니다.

[이윤채/가게 직원 : "그동안 위로 받을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닌가, 정말로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구나."]

지구대에 도착한 남성은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습니다.

오래 굶었단 얘기에 29살 김수진 순경은 컵라면부터 사왔고, 남성은 입을 열었습니다.

[김수진/월드컵지구대 순경 : "3일 동안 밥을 한 끼도 안 드셨다고 하셔서... 울고 계신 모습이 그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군대에서 다쳐 장애를 얻은 사연, 힘들었던 결혼 생활, 넉넉지 않은 형편...

목숨을 끊으려 했다던 남성은 두 시간 남짓 대화 끝에 입원 치료에 동의했습니다.

[김수진/월드컵지구대 순경 : "(낯선 이에게) 다가가기 힘든 것도 알지만 그렇게 울고 울고 있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조그마하게라도 도움을 주셨으면..."]

삶을 포기해야 할까, 고민하던 남성에게 필요했던 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였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김경민/영상편집:김종선/화면제공:서울 마포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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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고 싶어요”…20대 청년들 위로에 마음 돌렸다
    • 입력 2023-09-18 18:19:17
    • 수정2023-09-18 18:24:03
    뉴스 6
[앵커]

누군가는 아름다워서, 하지만 누군가는 삶의 벼랑 끝에서 찾아온다는 한강 다리입니다.

마포대교에 설치된 이 동상의 이름은 '한 번만 더'입니다.

한 번만 더 힘을 내보자.

말없이 어깨에 얹은 이 손 처럼 따뜻한 위로가 절실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위로가 부족했을까요.

올 상반기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7천 명에 육박합니다.

지난해보다 8.8퍼센트나 늘었습니다.

경제적 고통, 대인 관계, 이유도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아직은 따뜻합니다.

두 20대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낯선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비극을 막았습니다.

그 사연, 이도윤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거리를 서성이던 40대 남성이 뭔가 결심한 듯 매장에 들어섭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

매장에서 일하던 28살 이윤채 씨는 순간, 긴장했다고 했습니다.

[이윤채/가게 직원 :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좀 뉴스도 많이 나오고 좀 흉흉한 느낌..."]

하지만 남성이 꺼낸 말은 뜻밖이었습니다.

[이윤채/가게 직원 : "자기가 너무 죽고 싶은데 좀 어떻게 해줄 수 없겠냐고..."]

이내 서럽게 울기 시작한 남성.

이 씨는 함께 계단에 걸터앉아 남성의 말에 차분하게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면서 구조를 요청했고, 경찰이 올 때까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경찰이 도착하자, 남성은 이 씨를 꼭 껴안았습니다.

[이윤채/가게 직원 : "그동안 위로 받을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닌가, 정말로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구나."]

지구대에 도착한 남성은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렸습니다.

오래 굶었단 얘기에 29살 김수진 순경은 컵라면부터 사왔고, 남성은 입을 열었습니다.

[김수진/월드컵지구대 순경 : "3일 동안 밥을 한 끼도 안 드셨다고 하셔서... 울고 계신 모습이 그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군대에서 다쳐 장애를 얻은 사연, 힘들었던 결혼 생활, 넉넉지 않은 형편...

목숨을 끊으려 했다던 남성은 두 시간 남짓 대화 끝에 입원 치료에 동의했습니다.

[김수진/월드컵지구대 순경 : "(낯선 이에게) 다가가기 힘든 것도 알지만 그렇게 울고 울고 있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조그마하게라도 도움을 주셨으면..."]

삶을 포기해야 할까, 고민하던 남성에게 필요했던 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였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김경민/영상편집:김종선/화면제공:서울 마포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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