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SKB-넷플릭스 ‘망사용료’ 분쟁 끝

입력 2023.09.18 (18:41) 수정 2023.09.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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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의 해묵은 '망 사용료' 갈등이 합의점을 찾았습니다.SKB와 넷플릭스는 "앞서 있던 모든 분쟁을 종결하고 미래 지향적 파트너로서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오늘(18일) 밝혔습니다.

"망 이용 대가를 내라"(SKB),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지급 의무 없다"(넷플릭스)라며 부당이득 반환과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각각 제기했던 양측이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한 겁니다.

단순한 소송 취하에 그치지 않고, SKB와 SK텔레콤은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출시하기로 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체결했습니다.

법적 분쟁을 이어오며 치열하게 대립했던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변모한 모습입니다.

■"망 사용료 못 줘"…쟁점은 '망 중립성'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된 건 2019년 무렵입니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점차 이용자 수를 늘려가던 시점입니다.

SKB는 망 사용료를 두고 넷플릭스와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자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습니다.

SKB는 당시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고 비용 부담이 한계에 이르고 있는데도 넷플릭스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넷플릭스 측은 "SKB 같은 통신사업자(ISP)가 이용자에게 요금을 받으면서 콘텐츠 사업자(CP)에게도 망 이용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SKB를 상대로 2020년 4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우선 꺼내 든 논리는 '망중립성'입니다.

넷플릭스 측(1심 변론)
"ISP에 접속료는 지급하되 전송료는 지급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전송료 지급을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 가입자가 요청한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은 ISP의 업무이다. 자신이 필요한 업무를 넷플릭스에 전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B 측은 "망 사용료에는 접속료와 전송료가 모두 포함된다"고 맞섰습니다.

SK브로드밴드 측(1심 변론)
"ISP가 이용자에게 이용료를 받고,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망 중립성은 콘텐츠를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으로 망 이용 대가와는 무관하다. 전송료는 무료라는 주장은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하는 현 상황과 맞지 않다."

■1심 재판부 "넷플릭스, SKB 통해 인터넷 접 속하거나 연결 유지"

법정 공방이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이용 대가를 지급할 채무가 있다"면서 SKB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는 SKB를 통해 인터넷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SKB로부터 인터넷망 연결이나 연결 상태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로 인한 트래픽 증가로 SKB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상 SKB의 완승으로 끝난 1심 판결에 대해 넷플릭스 측이 즉각 항소하고, SKB가 반소를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은 2심으로 넘어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넷플릭스는 항소심에서 자체 구축한 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OCA) 트래픽을 전달하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통신사업자와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통신사업자끼리 트래픽을 교환할 때 적용되는 '상호 무정산 원칙'이 기본 적용돼야 한다는 겁니다.

■합의 조건 비공개…막 내린 소송전

이처럼 양보 없는 공방을 이어가던 양측이 타협점을 찾게 된 건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SKB와 모기업인 SK텔레콤 입장에선 1심에서 승소하기는 했지만, KT와 LGU+ 등 경쟁사들이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내놓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넷플릭스 역시 '망 무임승차 논란'이 유럽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한국에서의 1심 패소가 부담인 상황이었습니다.

양측은 구체적인 합의 조건은 함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측이 망 이용 대가에 상응하는 비용을 SKB에 지불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넷플릭스는 우선 트래픽 부담을 덜 수 있는 OCA를 무상 제공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망 사용료' 논란은 진행형

망 사용료를 놓고 갈등하던 SKB와 넷플릭스 측이 합의점을 찾긴 했지만, 논란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여야 대치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국회에는 이른바 '망 무임승차방지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역시 빅테크 기업들이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등 통신 사업자들 역시 빅테크 기업들을 압박하며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어 망 사용료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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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SKB-넷플릭스 ‘망사용료’ 분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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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9-18 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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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의 해묵은 '망 사용료' 갈등이 합의점을 찾았습니다.SKB와 넷플릭스는 "앞서 있던 모든 분쟁을 종결하고 미래 지향적 파트너로서 함께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오늘(18일) 밝혔습니다.

"망 이용 대가를 내라"(SKB),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지급 의무 없다"(넷플릭스)라며 부당이득 반환과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각각 제기했던 양측이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한 겁니다.

단순한 소송 취하에 그치지 않고, SKB와 SK텔레콤은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출시하기로 하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체결했습니다.

법적 분쟁을 이어오며 치열하게 대립했던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변모한 모습입니다.

■"망 사용료 못 줘"…쟁점은 '망 중립성'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된 건 2019년 무렵입니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점차 이용자 수를 늘려가던 시점입니다.

SKB는 망 사용료를 두고 넷플릭스와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자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습니다.

SKB는 당시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고 비용 부담이 한계에 이르고 있는데도 넷플릭스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넷플릭스 측은 "SKB 같은 통신사업자(ISP)가 이용자에게 요금을 받으면서 콘텐츠 사업자(CP)에게도 망 이용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SKB를 상대로 2020년 4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우선 꺼내 든 논리는 '망중립성'입니다.

넷플릭스 측(1심 변론)
"ISP에 접속료는 지급하되 전송료는 지급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전송료 지급을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 가입자가 요청한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은 ISP의 업무이다. 자신이 필요한 업무를 넷플릭스에 전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B 측은 "망 사용료에는 접속료와 전송료가 모두 포함된다"고 맞섰습니다.

SK브로드밴드 측(1심 변론)
"ISP가 이용자에게 이용료를 받고, 콘텐츠 사업자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망 중립성은 콘텐츠를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으로 망 이용 대가와는 무관하다. 전송료는 무료라는 주장은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하는 현 상황과 맞지 않다."

■1심 재판부 "넷플릭스, SKB 통해 인터넷 접 속하거나 연결 유지"

법정 공방이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이용 대가를 지급할 채무가 있다"면서 SKB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는 SKB를 통해 인터넷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SKB로부터 인터넷망 연결이나 연결 상태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로 인한 트래픽 증가로 SKB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상 SKB의 완승으로 끝난 1심 판결에 대해 넷플릭스 측이 즉각 항소하고, SKB가 반소를 제기하면서 법정 공방은 2심으로 넘어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넷플릭스는 항소심에서 자체 구축한 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OCA) 트래픽을 전달하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통신사업자와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통신사업자끼리 트래픽을 교환할 때 적용되는 '상호 무정산 원칙'이 기본 적용돼야 한다는 겁니다.

■합의 조건 비공개…막 내린 소송전

이처럼 양보 없는 공방을 이어가던 양측이 타협점을 찾게 된 건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SKB와 모기업인 SK텔레콤 입장에선 1심에서 승소하기는 했지만, KT와 LGU+ 등 경쟁사들이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내놓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넷플릭스 역시 '망 무임승차 논란'이 유럽 등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한국에서의 1심 패소가 부담인 상황이었습니다.

양측은 구체적인 합의 조건은 함구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측이 망 이용 대가에 상응하는 비용을 SKB에 지불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넷플릭스는 우선 트래픽 부담을 덜 수 있는 OCA를 무상 제공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망 사용료' 논란은 진행형

망 사용료를 놓고 갈등하던 SKB와 넷플릭스 측이 합의점을 찾긴 했지만, 논란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여야 대치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국회에는 이른바 '망 무임승차방지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역시 빅테크 기업들이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등 통신 사업자들 역시 빅테크 기업들을 압박하며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어 망 사용료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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