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계 신종수법?…‘공공근로담당자, 3억원 꿀꺽’ 이렇게 쉬웠어

입력 2023.09.19 (10:10) 수정 2023.09.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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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치단체의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들이 쓰레기를 줍는 모습입니다. 공공근로사업은 저소득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공공분야 일자리를 4~5개월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건데요. 사업 참여자들은 쓰레기 줍기와 풀 베기·화단 조성 등의 일을 합니다. 자치단체들은 상·하반기로 나눠 사업 참여자를 신청받는데, 요즘 자치단체별로 하반기 공공근로사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저소득계층의 소득 보전을 위한 이 공공근로사업 예산이 일부 자치단체에서 줄줄 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은 올해 전남 고흥군을 대상으로 공공근로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여 공공근로 담당인 공무직 직원 A씨가 3년에 걸쳐 3억여 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고흥군 공공근로 담당 A씨의 수법은 그동안 적발된 적이 없는, 공무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종 수법'이었습니다. A씨는 공공근로사업 참여자 가운데 중도에 그만둔 중도 포기자들이 마치 일을 계속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급여가 계속 지급되도록 만들었습니다. 급여가 이체된 계좌는 실제 일을 한 공공근로 참여자가 아닌 A씨 가족의 계좌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들은 근로를 제공한 대가로 한 달에 한 번 급여를 받습니다. 그런데 공공근로사업 참여자 가운데는 신용불량자도 일부 포함돼 있는데요. 이들은 대개 압류 등 개인적인 사유를 들어 자신의 계좌가 아닌 가족이나 친척 계좌로 급여를 받기 원합니다.

고흥군 공무직 직원 A씨는 이 틈을 노렸습니다. 일하지도 않은 중도 포기자들이 계속 일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급여를 지급하는 계좌를 자신의 가족 계좌로 바꿔놓은 겁니다. 2020년 처음 시작된 A씨의 예산 횡령은 올해 봄까지 계속됐습니다.

A씨의 예산 횡령이 장기간 이어진 데는 구조적 허점이 있었습니다. 자치단체들은 지방재정관리시스템, 이른바 'e 호조'를 통해 예산을 집행하는데, 'e 호조'에서는 공공근로 참여자와 급여 입금 계좌의 명의가 달라도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고흥군은 이번 사건이 터진 뒤에야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공공근로사업 참여자에 대한 근로 감독도 허술했습니다. 한 고흥군 공무원은 "하루 이틀 일시적으로 투입되는 작업자의 경우, 근무상황부를 작성했지만 서너 달 고정적으로 투입되는 공공근로사업 참여자에 대해선 근무상황부를 쓰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계속 일하니까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왔다는 겁니다.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된 뒤 A씨는 횡령액을 모두 변제했습니다. 고흥군은 A씨를 직위 해제하고, 행정과로 대기 발령했습니다. 경찰도 A씨의 횡령 사건을 인지한 상황에서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고흥군 외에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한 정황을 포착하고, 감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흥군청 (사진 출처: 고흥군)고흥군청 (사진 출처: 고흥군)

고흥군에서 공무직 직원의 예산 횡령 사건이 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3월에는 PC 납품 업체와 짜고 영수증과 공문서 등을 허위로 작성해 예산 100만 원을 착복한 고흥군 직원 B 씨가 전라남도 감사에서 적발됐습니다.

전라남도가 고흥군을 상대로 정기감사를 벌인 결과, B씨는 2021년 일상경비로 386만 원짜리 공무용 PC를 구매한 것처럼 지출결의서를 작성하고 업체로부터 관련 영수증을 발급받았는데, 실제로는 248만 원짜리 PC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B씨는 이 과정에서 납품 업체로부터 현금 100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B 씨는 경찰에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고흥군 청렴도 향상 전략회의 (사진 출처: 고흥군)고흥군 청렴도 향상 전략회의 (사진 출처: 고흥군)

고흥군은 올해 청렴도 향상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종합 청렴도 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는데, 올해는 획기적으로 등급을 올리겠다면서 매달 '대책회의'와 '전략회의' 등을 잇따라 열며 청렴한 공직문화 조성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연거푸 직원들의 예산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올해 하반기 있을 권익위 청렴도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고흥군 안팎에서 나옵니다. 고흥군이 청렴도 향상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군청 내부 직원조차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면서 대책이 말 그대로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지 고흥군 관계자들은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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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9-19 10: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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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치단체의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들이 쓰레기를 줍는 모습입니다. 공공근로사업은 저소득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공공분야 일자리를 4~5개월 한시적으로 제공하는 건데요. 사업 참여자들은 쓰레기 줍기와 풀 베기·화단 조성 등의 일을 합니다. 자치단체들은 상·하반기로 나눠 사업 참여자를 신청받는데, 요즘 자치단체별로 하반기 공공근로사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저소득계층의 소득 보전을 위한 이 공공근로사업 예산이 일부 자치단체에서 줄줄 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은 올해 전남 고흥군을 대상으로 공공근로사업에 대한 감사를 벌여 공공근로 담당인 공무직 직원 A씨가 3년에 걸쳐 3억여 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고흥군 공공근로 담당 A씨의 수법은 그동안 적발된 적이 없는, 공무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종 수법'이었습니다. A씨는 공공근로사업 참여자 가운데 중도에 그만둔 중도 포기자들이 마치 일을 계속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급여가 계속 지급되도록 만들었습니다. 급여가 이체된 계좌는 실제 일을 한 공공근로 참여자가 아닌 A씨 가족의 계좌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들은 근로를 제공한 대가로 한 달에 한 번 급여를 받습니다. 그런데 공공근로사업 참여자 가운데는 신용불량자도 일부 포함돼 있는데요. 이들은 대개 압류 등 개인적인 사유를 들어 자신의 계좌가 아닌 가족이나 친척 계좌로 급여를 받기 원합니다.

고흥군 공무직 직원 A씨는 이 틈을 노렸습니다. 일하지도 않은 중도 포기자들이 계속 일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급여를 지급하는 계좌를 자신의 가족 계좌로 바꿔놓은 겁니다. 2020년 처음 시작된 A씨의 예산 횡령은 올해 봄까지 계속됐습니다.

A씨의 예산 횡령이 장기간 이어진 데는 구조적 허점이 있었습니다. 자치단체들은 지방재정관리시스템, 이른바 'e 호조'를 통해 예산을 집행하는데, 'e 호조'에서는 공공근로 참여자와 급여 입금 계좌의 명의가 달라도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고흥군은 이번 사건이 터진 뒤에야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공공근로사업 참여자에 대한 근로 감독도 허술했습니다. 한 고흥군 공무원은 "하루 이틀 일시적으로 투입되는 작업자의 경우, 근무상황부를 작성했지만 서너 달 고정적으로 투입되는 공공근로사업 참여자에 대해선 근무상황부를 쓰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계속 일하니까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왔다는 겁니다.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된 뒤 A씨는 횡령액을 모두 변제했습니다. 고흥군은 A씨를 직위 해제하고, 행정과로 대기 발령했습니다. 경찰도 A씨의 횡령 사건을 인지한 상황에서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고흥군 외에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한 정황을 포착하고, 감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흥군청 (사진 출처: 고흥군)
고흥군에서 공무직 직원의 예산 횡령 사건이 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3월에는 PC 납품 업체와 짜고 영수증과 공문서 등을 허위로 작성해 예산 100만 원을 착복한 고흥군 직원 B 씨가 전라남도 감사에서 적발됐습니다.

전라남도가 고흥군을 상대로 정기감사를 벌인 결과, B씨는 2021년 일상경비로 386만 원짜리 공무용 PC를 구매한 것처럼 지출결의서를 작성하고 업체로부터 관련 영수증을 발급받았는데, 실제로는 248만 원짜리 PC를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B씨는 이 과정에서 납품 업체로부터 현금 100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B 씨는 경찰에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고흥군 청렴도 향상 전략회의 (사진 출처: 고흥군)
고흥군은 올해 청렴도 향상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종합 청렴도 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는데, 올해는 획기적으로 등급을 올리겠다면서 매달 '대책회의'와 '전략회의' 등을 잇따라 열며 청렴한 공직문화 조성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연거푸 직원들의 예산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올해 하반기 있을 권익위 청렴도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고흥군 안팎에서 나옵니다. 고흥군이 청렴도 향상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군청 내부 직원조차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면서 대책이 말 그대로 '공염불'에 그치지 않을지 고흥군 관계자들은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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