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하나의 붓 하나의 획…일필회화 최행숙

입력 2023.09.19 (19:39) 수정 2023.09.19 (19: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마음과 몸의 에너지를 끌어 모아 한 쾌의 붓질이 이어집니다.

["아주 깊은 몰입을 해야 돼요. 그게 힘들죠. 순간 몰입이니까 숨을 쉬지 않고 정말 강렬한 그 독특한 터치가 제 그림의 본질입니다."]

붓 하나로 얻은 간결한 선, 최행숙 작가는 일필일획으로 강인하면서 유연한 생명력을 전합니다.

경남 고성의 작은 마을.

100년 세월을 견딘 옛 학교 건물로 작업실을 옮긴 최행숙 작가는 스물다섯차례의 개인전을 이어온 40년 관록의 전업 작가입니다.

긴 시간이 밴 천장 아래, 순간의 선 하나로 완성한 작품들이 눈길을 끄는데요.

그만의 독창성을 인정받은 일필회화입니다.

[최행숙/서양화가 : "추상예술, 행위성, 한국 전통수묵 서예의 기운생동. 서양 물성에 동양 정신이 인식된. 여기서 시작해서 올라왔는데 끊어진 부분이 아니고 힘에 대한 부분, 중력에 의해 이렇게 되는 부분이에요."]

이 작품처럼 붓에 물감을 올려 작업하기도 하고 캔버스에 물감을 올린 뒤 붓질을 가하기도 하는데요.

물감이 흘러내리기 전에 일시에 에너지를 모아 긋는 한 획에는 변수가 많습니다.

["저울 달듯이 물감의 어떤 질감이 제가 붓질하기 딱 좋은 그런 정도의 농축이 되어 있어야 돼요. 돌발성도 있고 하니까."]

작업실에 흩어진 물감을 정리하던 중 물감을 모으고 붓을 엮어 던지듯 그린 그림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거대한 획과 우연성이 빚어낸 생동감은 곧바로 붓 선을 살리는 조형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붓을 한 10개 사서 이었죠 처음에는. 이어서 들어보니까 탁 나왔을 때 굉장히 가슴이 요동쳤어요. 심장이 막 뛰는 거야 진짜 그걸 할 때."]

여느 작업실에선 보기 힘든 긴 붓도 직접 연결한 건데요.

뭉툭하게 닳은 붓이 그간의 작업을 말해줍니다.

붓을 씻고 물감을 배합하는 과정은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

["색감은 정말 요리 조미료와 같아서 엄청 예민해요. 그리고 칼라 그림은 밀도 있게 이 재료를 믹스해서 색깔을 잘 내야 돼요."]

선 하나에 모든 걸 담아야 하는 만큼 최적의 색과 농도를 찾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쏟습니다.

드디어 숨을 집중하고 캔버스에 몸을 던지는 순간!

단 1, 2초의 찰나에 몰입하다 보면 넘어지거나 다치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에너지로부터 튕겨져 나오는 돌발 상황이고 이 작품이 그 에너지를 통해서 나오는 거니까 에너지와 맞붙으면서 나오는 상충되면서 나오는 그런 작용들..."]

블랙에 기반 한 단색의 모노크롬 작업에 칼라를 더하는가 하면 ‘바이탈리티 온 아리랑’ 시리즈에선 오방색으로 희망의 리듬을 불어넣습니다.

["아리랑 민요가 한이고 암울하잖아요. 과거나 이런 역사들이. 제 큰 붓으로 이렇게 리듬을 타면 아주 희열적으로 만들 수 있겠다. 이 작품도 오방색의 아리랑 시리즈입니다. 150호 정도."]

강한 붓 터치가 살아있는 소품과 팝아트 작품 속 선은 강렬한 일필회화의 선과 맥이 닿아 있는데요.

계산되지 않은 돌발성, 의외성이 담긴 작품에서 작가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만납니다.

[최행숙/서양화가 : "선을 하다 보니까 불필요한 걸 제외하게 되죠. 배제하고. 그러다 보니 일필만 남고 지우다 보니까. 저의 선은 생명력이에요. 강렬한 생명력."]

전업작가로 붓을 지킨 지 42년.

작가는 1년 같은 1초에 몰입합니다.

["딱 숨을 몰아쉬고 물론 이것도 한 1, 2초. 그렇게 스피드가 나가야 되니까 제가 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고 여기에만 초 몰입을 하는 거죠."]

하나의 붓 하나의 선, 작가의 선에는 또 어떤 생명이 담길지 다음 작업이 궁금해집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경남人] 하나의 붓 하나의 획…일필회화 최행숙
    • 입력 2023-09-19 19:39:02
    • 수정2023-09-19 19:57:45
    뉴스7(창원)
마음과 몸의 에너지를 끌어 모아 한 쾌의 붓질이 이어집니다.

["아주 깊은 몰입을 해야 돼요. 그게 힘들죠. 순간 몰입이니까 숨을 쉬지 않고 정말 강렬한 그 독특한 터치가 제 그림의 본질입니다."]

붓 하나로 얻은 간결한 선, 최행숙 작가는 일필일획으로 강인하면서 유연한 생명력을 전합니다.

경남 고성의 작은 마을.

100년 세월을 견딘 옛 학교 건물로 작업실을 옮긴 최행숙 작가는 스물다섯차례의 개인전을 이어온 40년 관록의 전업 작가입니다.

긴 시간이 밴 천장 아래, 순간의 선 하나로 완성한 작품들이 눈길을 끄는데요.

그만의 독창성을 인정받은 일필회화입니다.

[최행숙/서양화가 : "추상예술, 행위성, 한국 전통수묵 서예의 기운생동. 서양 물성에 동양 정신이 인식된. 여기서 시작해서 올라왔는데 끊어진 부분이 아니고 힘에 대한 부분, 중력에 의해 이렇게 되는 부분이에요."]

이 작품처럼 붓에 물감을 올려 작업하기도 하고 캔버스에 물감을 올린 뒤 붓질을 가하기도 하는데요.

물감이 흘러내리기 전에 일시에 에너지를 모아 긋는 한 획에는 변수가 많습니다.

["저울 달듯이 물감의 어떤 질감이 제가 붓질하기 딱 좋은 그런 정도의 농축이 되어 있어야 돼요. 돌발성도 있고 하니까."]

작업실에 흩어진 물감을 정리하던 중 물감을 모으고 붓을 엮어 던지듯 그린 그림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거대한 획과 우연성이 빚어낸 생동감은 곧바로 붓 선을 살리는 조형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붓을 한 10개 사서 이었죠 처음에는. 이어서 들어보니까 탁 나왔을 때 굉장히 가슴이 요동쳤어요. 심장이 막 뛰는 거야 진짜 그걸 할 때."]

여느 작업실에선 보기 힘든 긴 붓도 직접 연결한 건데요.

뭉툭하게 닳은 붓이 그간의 작업을 말해줍니다.

붓을 씻고 물감을 배합하는 과정은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

["색감은 정말 요리 조미료와 같아서 엄청 예민해요. 그리고 칼라 그림은 밀도 있게 이 재료를 믹스해서 색깔을 잘 내야 돼요."]

선 하나에 모든 걸 담아야 하는 만큼 최적의 색과 농도를 찾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쏟습니다.

드디어 숨을 집중하고 캔버스에 몸을 던지는 순간!

단 1, 2초의 찰나에 몰입하다 보면 넘어지거나 다치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에너지로부터 튕겨져 나오는 돌발 상황이고 이 작품이 그 에너지를 통해서 나오는 거니까 에너지와 맞붙으면서 나오는 상충되면서 나오는 그런 작용들..."]

블랙에 기반 한 단색의 모노크롬 작업에 칼라를 더하는가 하면 ‘바이탈리티 온 아리랑’ 시리즈에선 오방색으로 희망의 리듬을 불어넣습니다.

["아리랑 민요가 한이고 암울하잖아요. 과거나 이런 역사들이. 제 큰 붓으로 이렇게 리듬을 타면 아주 희열적으로 만들 수 있겠다. 이 작품도 오방색의 아리랑 시리즈입니다. 150호 정도."]

강한 붓 터치가 살아있는 소품과 팝아트 작품 속 선은 강렬한 일필회화의 선과 맥이 닿아 있는데요.

계산되지 않은 돌발성, 의외성이 담긴 작품에서 작가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만납니다.

[최행숙/서양화가 : "선을 하다 보니까 불필요한 걸 제외하게 되죠. 배제하고. 그러다 보니 일필만 남고 지우다 보니까. 저의 선은 생명력이에요. 강렬한 생명력."]

전업작가로 붓을 지킨 지 42년.

작가는 1년 같은 1초에 몰입합니다.

["딱 숨을 몰아쉬고 물론 이것도 한 1, 2초. 그렇게 스피드가 나가야 되니까 제가 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고 여기에만 초 몰입을 하는 거죠."]

하나의 붓 하나의 선, 작가의 선에는 또 어떤 생명이 담길지 다음 작업이 궁금해집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창원-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

  • 각 플랫폼에서 최근 1시간 동안 많이 본 KBS 기사를 제공합니다.

  • 각 플랫폼에서 최근 1시간 동안 많이 본 KBS 기사를 제공합니다.

  • 각 플랫폼에서 최근 1시간 동안 많이 본 KBS 기사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