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스크걸’도 뚫은 불법 OTT…10대 ‘도박 중독’ 노렸다

입력 2023.09.19 (21:23) 수정 2023.09.1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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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넷플릭스 같은 유료 채널의 콘텐츠를 공짜로 볼 수 있게 불법 유통한 '누누티비'란 사이트가 폐쇄됐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인터넷 방송 서비스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습니다.

이런 사이트에서 접속자들을 불법 도박으로 유인해 돈을 번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유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마스크걸.

["제 얼굴이 궁금해요?"]

클릭 한 번에 바로 재생되지만 이 사이트는 넷플릭스가 아닙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입니다.

OTT 유료 가입자만 볼 수 있는 최신 드라마와 영화를 공짜로 보여주는 곳입니다.

이런 사이트는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콘텐츠 불법 유통으로 올해 초 폐쇄된 '누누티비'의 후속 사이트라며 '정통성'을 홍보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접속 주소가 차단되자 텔레그램으로 바뀐 주소나 우회망 사용법을 공지하며 신속하게 대응하는 곳도 있습니다.

모두 불법이지만, 대부분 서버를 외국에 두고 있어 추적이 쉽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의 서버는 아프가니스탄에 있습니다.

[불법 OTT 업체 : "전원이 꺼져 있어 다음에 다시 걸어주시길 바랍니다."]

불법을 무릅쓰고 콘텐츠를 '무료' 제공하는 건데, 수입원은 뭘까.

화면에 있는 광고 배너를 눌렀더니, 온라인 도박 사이트로 바로 연결 됩니다.

서로 다른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인데도, 화면 위 배너가 엇비슷합니다.

이 도박 사이트들을 취재진이 일일이 확인해보니, 대부분 같은 업체였습니다.

취재진은 도박 사이트 운영진을 접촉해 스트리밍 사이트와 연관이 있냐, 물어봤습니다.

그렇다고 답해놓고선 자세히 질문하자, 차단합니다.

불법 무료 콘텐츠로 이용자를 모은 뒤, 불법 도박 사이트로 유인해 돈을 버는 '이중 불법' 구조로 보입니다.

[최경진/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 "디지털이 융합될수록, 불법적인 요소들이 융·복합되어서 범죄가 좀 더 수월해지거나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게 만들 수 있는…."]

경찰도 스트리밍 사이트와 도박 사이트가 연계해 불법 수익을 챙긴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지금까지 도박 사이트 6곳의 계좌 5개를 동결 조치했고, 스트리밍 사이트 한 곳과 도박 사이트 1곳은 임시 폐쇄했습니다.

경찰은 계좌 입출금 내역을 추적하면서 불법 사이트의 실제 운영진을 쫓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황종원 최석규/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고석훈

[앵커]

취재 과정에서 이런 불법 OTT와 연결된 도박 사이트에 10대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공짜 영화 보려고 들어갔다가 온라인 도박에 중독돼 사채까지 손 댄 경우도 있습니다.

이어서 김화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온라인 도박에 중독돼 상담 진료 중인 10대 고등학생들.

시작은 공짜 영화를 보려고 접속한 불법 OTT 사이트였습니다.

[A 군/도박 중독 경험 고등학생/음성변조 : "무료로 보려고 하다가 밑에 창이랑 위에 창 같은게 많이 뜨는데, 이벤트, 포인트 같은 거 보고..."]

무심결에 포인트 지급 광고를 클릭했다가 들어간 도박 사이트.

미성년자인데도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입력하니 바로 가입됐고 그렇게 '도박'을 시작했습니다.

[B 군/도박 중독 경험 고등학생/음성변조 : "반에 한 30명씩 있다고 그러면 그중에 10명은 경험은 있는 거 같아요. 남자얘들은 웬만하면 한 번 해보지는 않았나..."]

처음엔 호기심에 용돈 정도를 입금했는데, 들어가는 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C 군/도박 중독 경험 고등학생/음성변조 : "이번 연도만 천만 원 정도 잃었거든요. 원래 아르바이트 비슷하게 해서 돈 모아둔 건데..."]

급기야는 '사채'까지 손을 댔다고 했습니다.

[C 군/도박 중독 경험 고등학생/음성변조 : "'엄마, 부모님 명품이나 금이라도 갖고 와라', 담보를 다 받아요. 거의 한 3일에 (이자율) 100%, 2배씩 뛰어요."]

경찰이 문제의 도박 사이트 계좌를 들여다보니, 하루 만에 입금된 돈이 1억 원.

절반 이상은 5만 원 이하 소액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만 원, 3만 원, 2만 원 이런 것들은 청소년들일 가능성이 많죠, 아무래도."]

인터넷과 SNS 사용이 많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도박 중독으로 진료받는 청소년은 매년 늘고 있습니다.

[C 군/도박 중독 경험 고등학생/음성변조 : "완전히 끊지는 못할 것 같아요. 솔직히 누누티비 같은게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걸 보다 보면 끊지는 못할 것 같아요."]

이런 도박 사이트 서버는 대부분 해외에 있는데다 이른바 '대포 계좌'를 쓰는 경우가 많아, 수사나 피해 구제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방심위가 해마다 4만 개 넘는 도박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는 있지만, 차단까지 두 달가량이 걸려 우후죽순 생겨나는 도박 사이트를 제때 막기에도 역부족입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황종원 최석규 최하운 정준희/영상편집:김선영 이재연/그래픽:고석훈 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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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마스크걸’도 뚫은 불법 OTT…10대 ‘도박 중독’ 노렸다
    • 입력 2023-09-19 21:23:35
    • 수정2023-09-19 22: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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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넷플릭스 같은 유료 채널의 콘텐츠를 공짜로 볼 수 있게 불법 유통한 '누누티비'란 사이트가 폐쇄됐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인터넷 방송 서비스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습니다.

이런 사이트에서 접속자들을 불법 도박으로 유인해 돈을 번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유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마스크걸.

["제 얼굴이 궁금해요?"]

클릭 한 번에 바로 재생되지만 이 사이트는 넷플릭스가 아닙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입니다.

OTT 유료 가입자만 볼 수 있는 최신 드라마와 영화를 공짜로 보여주는 곳입니다.

이런 사이트는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콘텐츠 불법 유통으로 올해 초 폐쇄된 '누누티비'의 후속 사이트라며 '정통성'을 홍보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접속 주소가 차단되자 텔레그램으로 바뀐 주소나 우회망 사용법을 공지하며 신속하게 대응하는 곳도 있습니다.

모두 불법이지만, 대부분 서버를 외국에 두고 있어 추적이 쉽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의 서버는 아프가니스탄에 있습니다.

[불법 OTT 업체 : "전원이 꺼져 있어 다음에 다시 걸어주시길 바랍니다."]

불법을 무릅쓰고 콘텐츠를 '무료' 제공하는 건데, 수입원은 뭘까.

화면에 있는 광고 배너를 눌렀더니, 온라인 도박 사이트로 바로 연결 됩니다.

서로 다른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인데도, 화면 위 배너가 엇비슷합니다.

이 도박 사이트들을 취재진이 일일이 확인해보니, 대부분 같은 업체였습니다.

취재진은 도박 사이트 운영진을 접촉해 스트리밍 사이트와 연관이 있냐, 물어봤습니다.

그렇다고 답해놓고선 자세히 질문하자, 차단합니다.

불법 무료 콘텐츠로 이용자를 모은 뒤, 불법 도박 사이트로 유인해 돈을 버는 '이중 불법' 구조로 보입니다.

[최경진/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 "디지털이 융합될수록, 불법적인 요소들이 융·복합되어서 범죄가 좀 더 수월해지거나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게 만들 수 있는…."]

경찰도 스트리밍 사이트와 도박 사이트가 연계해 불법 수익을 챙긴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지금까지 도박 사이트 6곳의 계좌 5개를 동결 조치했고, 스트리밍 사이트 한 곳과 도박 사이트 1곳은 임시 폐쇄했습니다.

경찰은 계좌 입출금 내역을 추적하면서 불법 사이트의 실제 운영진을 쫓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황종원 최석규/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고석훈

[앵커]

취재 과정에서 이런 불법 OTT와 연결된 도박 사이트에 10대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공짜 영화 보려고 들어갔다가 온라인 도박에 중독돼 사채까지 손 댄 경우도 있습니다.

이어서 김화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온라인 도박에 중독돼 상담 진료 중인 10대 고등학생들.

시작은 공짜 영화를 보려고 접속한 불법 OTT 사이트였습니다.

[A 군/도박 중독 경험 고등학생/음성변조 : "무료로 보려고 하다가 밑에 창이랑 위에 창 같은게 많이 뜨는데, 이벤트, 포인트 같은 거 보고..."]

무심결에 포인트 지급 광고를 클릭했다가 들어간 도박 사이트.

미성년자인데도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입력하니 바로 가입됐고 그렇게 '도박'을 시작했습니다.

[B 군/도박 중독 경험 고등학생/음성변조 : "반에 한 30명씩 있다고 그러면 그중에 10명은 경험은 있는 거 같아요. 남자얘들은 웬만하면 한 번 해보지는 않았나..."]

처음엔 호기심에 용돈 정도를 입금했는데, 들어가는 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C 군/도박 중독 경험 고등학생/음성변조 : "이번 연도만 천만 원 정도 잃었거든요. 원래 아르바이트 비슷하게 해서 돈 모아둔 건데..."]

급기야는 '사채'까지 손을 댔다고 했습니다.

[C 군/도박 중독 경험 고등학생/음성변조 : "'엄마, 부모님 명품이나 금이라도 갖고 와라', 담보를 다 받아요. 거의 한 3일에 (이자율) 100%, 2배씩 뛰어요."]

경찰이 문제의 도박 사이트 계좌를 들여다보니, 하루 만에 입금된 돈이 1억 원.

절반 이상은 5만 원 이하 소액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만 원, 3만 원, 2만 원 이런 것들은 청소년들일 가능성이 많죠, 아무래도."]

인터넷과 SNS 사용이 많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도박 중독으로 진료받는 청소년은 매년 늘고 있습니다.

[C 군/도박 중독 경험 고등학생/음성변조 : "완전히 끊지는 못할 것 같아요. 솔직히 누누티비 같은게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걸 보다 보면 끊지는 못할 것 같아요."]

이런 도박 사이트 서버는 대부분 해외에 있는데다 이른바 '대포 계좌'를 쓰는 경우가 많아, 수사나 피해 구제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방심위가 해마다 4만 개 넘는 도박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는 있지만, 차단까지 두 달가량이 걸려 우후죽순 생겨나는 도박 사이트를 제때 막기에도 역부족입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황종원 최석규 최하운 정준희/영상편집:김선영 이재연/그래픽:고석훈 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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