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관타나모서 재판 전 심리 재개…그들이 밝힌 고문 실상

입력 2023.09.19 (23:23) 수정 2023.09.1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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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로 약 3천 명이 숨졌습니다.

미국은 충격에 빠졌고 전 세계를 뒤져 테러 용의자들을 잡아들였습니다.

특히 테러를 설계하고 주도했던 용의자 5명은 쿠바의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수감돼 있는데, 20년 넘도록 법적 판단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문 과정에서의 고문, 인권 침해 등이 폭로되면서 재판이 지연됐기 때문인데요.

이번엔 재판을 시작할 수 있을지, 관타나모 기지의 9.11 재판 상황을 한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KBS가 취재하고 있습니다.

김양순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로 향하는 배편.

검찰과 변호인들, 9.11 희생자 유족들로 북적입니다.

코로나로 중단됐다 3년 만에 재개되는 재판 전 심리에 참여하기 위해섭니다.

철조망 너머엔 9.11 테러 설계자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등 5명이 수감돼 있습니다.

20년 넘게 독방에 갇혀있는데, 재판은 시작도 못 했습니다.

테러를 자백했지만 고문으로 나온 증거인 만큼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코넬/수석 변호인 : "고문으로 인해 받은 자백의 효력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증인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난 5월 기밀해제 된 CIA 문건입니다.

9.11 테러에 자금을 댔던 용의자는 자필로 고문 실태를 기록했습니다.

옷을 벗기고 천장에 매달았습니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주지 않았습니다.

때리고 물고문을 하면서 고막을 찢을 듯한 음악을 틀었습니다.

[알카 프리드한/9.11 테러 용의자 아마르 알 발루치 변호인 : "CIA가 한 말입니다. 심문관들은 발루치의 머리를 벽에 찧는 데 지쳤습니다. 그래서 번갈아 가면서 하기로 했죠. 몇 시간씩 돌아가면서 벽에 머리를 찧었습니다."]

[음성 대역 : "천장에 얼마나 매달려 있었는 지 다리가 퉁퉁 부어 감각이 없었습니다. 의사가 심문관에서 말하더군요. '충분히 붓지 않았군. 더 부어도 돼'."]

제대로 된 치료는 받지 못했습니다.

[알카 프리드한/변호인 : "의료지원을 둘러싼 거대한 관료주의가 존재합니다. 군 고위층조차도 제대로 치료받기 어려워요. 그러니 수용자들에게 주어지는 치료는 어떨까요? 대단하겠죠."]

지금도 미군은 관타나모 기지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코넬/변호인 : "관타나모에서는 본질적으로 투명성이란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 위에서는 일부러 혼돈을 만들어 통제를 하고 있죠."]

이곳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의 이름은 캠프 저스티스, 정의롭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정의구현과는 거리가 먼 비밀, 고문, 통제로 얼룩져있다고 변호인과 시민단체는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용의자 5명이 출석하는 심리는 현지 시각 19일부터 열립니다.

정식 재판이 시작될지는 군 재판부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관타나모에서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이웅/그래픽:채상훈/자료조사:이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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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11테러 관타나모서 재판 전 심리 재개…그들이 밝힌 고문 실상
    • 입력 2023-09-19 23:23:55
    • 수정2023-09-19 23: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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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01년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로 약 3천 명이 숨졌습니다.

미국은 충격에 빠졌고 전 세계를 뒤져 테러 용의자들을 잡아들였습니다.

특히 테러를 설계하고 주도했던 용의자 5명은 쿠바의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수감돼 있는데, 20년 넘도록 법적 판단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문 과정에서의 고문, 인권 침해 등이 폭로되면서 재판이 지연됐기 때문인데요.

이번엔 재판을 시작할 수 있을지, 관타나모 기지의 9.11 재판 상황을 한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KBS가 취재하고 있습니다.

김양순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로 향하는 배편.

검찰과 변호인들, 9.11 희생자 유족들로 북적입니다.

코로나로 중단됐다 3년 만에 재개되는 재판 전 심리에 참여하기 위해섭니다.

철조망 너머엔 9.11 테러 설계자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등 5명이 수감돼 있습니다.

20년 넘게 독방에 갇혀있는데, 재판은 시작도 못 했습니다.

테러를 자백했지만 고문으로 나온 증거인 만큼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코넬/수석 변호인 : "고문으로 인해 받은 자백의 효력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증인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난 5월 기밀해제 된 CIA 문건입니다.

9.11 테러에 자금을 댔던 용의자는 자필로 고문 실태를 기록했습니다.

옷을 벗기고 천장에 매달았습니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주지 않았습니다.

때리고 물고문을 하면서 고막을 찢을 듯한 음악을 틀었습니다.

[알카 프리드한/9.11 테러 용의자 아마르 알 발루치 변호인 : "CIA가 한 말입니다. 심문관들은 발루치의 머리를 벽에 찧는 데 지쳤습니다. 그래서 번갈아 가면서 하기로 했죠. 몇 시간씩 돌아가면서 벽에 머리를 찧었습니다."]

[음성 대역 : "천장에 얼마나 매달려 있었는 지 다리가 퉁퉁 부어 감각이 없었습니다. 의사가 심문관에서 말하더군요. '충분히 붓지 않았군. 더 부어도 돼'."]

제대로 된 치료는 받지 못했습니다.

[알카 프리드한/변호인 : "의료지원을 둘러싼 거대한 관료주의가 존재합니다. 군 고위층조차도 제대로 치료받기 어려워요. 그러니 수용자들에게 주어지는 치료는 어떨까요? 대단하겠죠."]

지금도 미군은 관타나모 기지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제임스 코넬/변호인 : "관타나모에서는 본질적으로 투명성이란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 위에서는 일부러 혼돈을 만들어 통제를 하고 있죠."]

이곳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의 이름은 캠프 저스티스, 정의롭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정의구현과는 거리가 먼 비밀, 고문, 통제로 얼룩져있다고 변호인과 시민단체는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용의자 5명이 출석하는 심리는 현지 시각 19일부터 열립니다.

정식 재판이 시작될지는 군 재판부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관타나모에서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이웅/그래픽:채상훈/자료조사:이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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