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예정지, 우려가 현실로…“물폭탄, 농경지·어장까지 싹쓸이”

입력 2023.09.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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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제2공항 예정지 인근 밭 침수 속출…한 해 농사 다 망쳤수다(망했어요.)"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의 한 무밭입니다.

파종한지 얼마 되지 않은 무밭이 지난 17일 밤과 18일 새벽 사이 시간당 70mm 이상 쏟아진 폭우에 잠겼습니다.

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의 한 무밭이 폭우에 침수된 모습.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의 한 무밭이 폭우에 침수된 모습.

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인근 폭우에 밭의 흙이 도로까지 쓸려 나온 모습.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인근 폭우에 밭의 흙이 도로까지 쓸려 나온 모습.

이후엔 밭에 고였던 물이 조금씩 빠졌지만, 새벽시간에는 파종한 농작물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잠길 정도였습니다. 인근에 또 다른 무밭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도로는 밭에서 쓸려 나온 흙으로 뒤범벅돼 밤사이 내린 빗살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와 난산리·신산리 일대 모두 "이미 상습침수 지역"이라며 제2공항이 건설될 경우, 더 큰 피해를 우려합니다.

성산읍 난산리의 한 주민은 "성산읍은 제주도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고, 이상 기후로 기습 폭우도 잦아 비만 오면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제2공항 부지를 매립하다 보면 빗물이 흡수되지 않아 제2공항 양쪽 마을은 침수 피해가 더 심화될 걸로 본다"며 "저류지 확충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걱정했습니다.

■"이미 비만 오면 흙탕물…제2공항 생기면 연안 어장엔 생물체가 없을 거예요."
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신산포구 항 내가 폭우에 흙탕물로 변한 모습.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신산포구 항 내가 폭우에 흙탕물로 변한 모습.


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신산포구 항 내가 폭우에 흙탕물로 변한 모습.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신산포구 항 내가 폭우에 흙탕물로 변한 모습.

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신산포구 어선에서 활어를 보관하는 어창 모습.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신산포구 어선에서 활어를 보관하는 어창 모습.

폭우가 쏟아진 다음날 아침, 제2공항 활주로 끝부분 인근에 있는 성산읍 신산 포구는 바닷물인지 흙탕물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입니다. 어선에서 갓 잡은 활어를 바닷물을 이용해 보관하는 어창을 확인해 봤습니다.

어창 바닥은 8개의 구멍이 뚫려 바닷물이 들어오게 돼 있는데, 폭우에 떠밀려온 흙이 가득 차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날 새벽 한치잡이에 나섰던 어선들은 잡아온 한치를 어창에 담았다가 활어차에 옮겨 담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흙탕물 영향 탓에 포구에서 100m 떨어진 외항에서 활어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어민들은 침수 예방을 위해 정비한 신난천의 물길이 모두 신산포구로 쏠리고 있고, 도로 개발 등으로 4년 전부터 폭우 때마다 포구가 흙탕물로 변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한철남 성산읍 신산리 어촌계장은 "제2공항 공사가 시작되면 피해는 지금 상황의 배 이상은 될 것"이라며 "홍수든, 활주로의 빗물이든 모두 물길이 낮은 지대인 신산리로 향하게 됐다"며 "철저한 대비를 안 해주면 신산리 포구에는 생물체가 사라질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전문가 자문 적중…"철저한 방재대책 절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전문가 자문 의견을 확인해 봤습니다.

이 일대는 상습침수 지역인 만큼 제2공항이 개발되면 빗물 흡수 면적이 사라져 태풍이나 집중호우 땐 물의 양이 크게 증가하고, 저류지 등을 통한 토사가 연안 해양에도 영향을 줄 거라며 철저한 풍수해 저감 대책을 강조합니다.

이 같은 우려가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나온 겁니다. 하지만, 제2공항 사업 예정지에 대한 피해 현황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와 기본계획안엔 담기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담긴 피해 설명은 단 두 줄이며, 2007년 서귀포에서 발생한 침수는 9건뿐이고 사업구간과는 상관없다고만 기록됐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담긴 성산읍 자연재해 피해 내용.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담긴 성산읍 자연재해 피해 내용.

KBS가 정보공개 청구한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지역 자연재해 피해 내역.KBS가 정보공개 청구한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지역 자연재해 피해 내역.

KBS는 실제 성산읍 지역의 자연재해 피해 규모를 확인해봤습니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태풍과 호우·강풍 피해를 제주도에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시간당 50mm의 폭우가 내린 2017년에만 농작물과 주택 침수 등 피해 접수가 1,700여 건에 달했습니다.

'다나스'와 '링링' 등 4개의 태풍이 지나간 2019년엔 피해신고가 8,000건에 육박합니다. 제주도가 집계한 5년간 피해액만 10억 원을 넘습니다.

제2공항 기본계획 과업지시서에는 최근 10년 이상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피해현황을 분석해 정리하도록 했지만 빠져있는 겁니다.

국토교통부는 침수피해와 연안해양 오염방지 대책을 환경영향평가 때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르면 이달 내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제2공항 총 사업비에 대해 협의를 시작하면 기본계획이 고시됩니다.

사업비 6조 6,700억 원 규모의 제주 제2공항, 기후 변화 속 자연재해에 대비한 철저한 현장 조사와 대책이 절실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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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우려가 현실로…“물폭탄, 농경지·어장까지 싹쓸이”
    • 입력 2023-09-20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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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제2공항 예정지 인근 밭 침수 속출…한 해 농사 다 망쳤수다(망했어요.)"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의 한 무밭입니다.

파종한지 얼마 되지 않은 무밭이 지난 17일 밤과 18일 새벽 사이 시간당 70mm 이상 쏟아진 폭우에 잠겼습니다.

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의 한 무밭이 폭우에 침수된 모습.
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인근 폭우에 밭의 흙이 도로까지 쓸려 나온 모습.
이후엔 밭에 고였던 물이 조금씩 빠졌지만, 새벽시간에는 파종한 농작물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잠길 정도였습니다. 인근에 또 다른 무밭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도로는 밭에서 쓸려 나온 흙으로 뒤범벅돼 밤사이 내린 빗살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제2공항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와 난산리·신산리 일대 모두 "이미 상습침수 지역"이라며 제2공항이 건설될 경우, 더 큰 피해를 우려합니다.

성산읍 난산리의 한 주민은 "성산읍은 제주도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고, 이상 기후로 기습 폭우도 잦아 비만 오면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제2공항 부지를 매립하다 보면 빗물이 흡수되지 않아 제2공항 양쪽 마을은 침수 피해가 더 심화될 걸로 본다"며 "저류지 확충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걱정했습니다.

■"이미 비만 오면 흙탕물…제2공항 생기면 연안 어장엔 생물체가 없을 거예요."
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신산포구 항 내가 폭우에 흙탕물로 변한 모습.

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신산포구 항 내가 폭우에 흙탕물로 변한 모습.
지난 18일,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신산포구 어선에서 활어를 보관하는 어창 모습.
폭우가 쏟아진 다음날 아침, 제2공항 활주로 끝부분 인근에 있는 성산읍 신산 포구는 바닷물인지 흙탕물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입니다. 어선에서 갓 잡은 활어를 바닷물을 이용해 보관하는 어창을 확인해 봤습니다.

어창 바닥은 8개의 구멍이 뚫려 바닷물이 들어오게 돼 있는데, 폭우에 떠밀려온 흙이 가득 차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날 새벽 한치잡이에 나섰던 어선들은 잡아온 한치를 어창에 담았다가 활어차에 옮겨 담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흙탕물 영향 탓에 포구에서 100m 떨어진 외항에서 활어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어민들은 침수 예방을 위해 정비한 신난천의 물길이 모두 신산포구로 쏠리고 있고, 도로 개발 등으로 4년 전부터 폭우 때마다 포구가 흙탕물로 변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한철남 성산읍 신산리 어촌계장은 "제2공항 공사가 시작되면 피해는 지금 상황의 배 이상은 될 것"이라며 "홍수든, 활주로의 빗물이든 모두 물길이 낮은 지대인 신산리로 향하게 됐다"며 "철저한 대비를 안 해주면 신산리 포구에는 생물체가 사라질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전문가 자문 적중…"철저한 방재대책 절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전문가 자문 의견을 확인해 봤습니다.

이 일대는 상습침수 지역인 만큼 제2공항이 개발되면 빗물 흡수 면적이 사라져 태풍이나 집중호우 땐 물의 양이 크게 증가하고, 저류지 등을 통한 토사가 연안 해양에도 영향을 줄 거라며 철저한 풍수해 저감 대책을 강조합니다.

이 같은 우려가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나온 겁니다. 하지만, 제2공항 사업 예정지에 대한 피해 현황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와 기본계획안엔 담기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담긴 피해 설명은 단 두 줄이며, 2007년 서귀포에서 발생한 침수는 9건뿐이고 사업구간과는 상관없다고만 기록됐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담긴 성산읍 자연재해 피해 내용.
KBS가 정보공개 청구한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지역 자연재해 피해 내역.
KBS는 실제 성산읍 지역의 자연재해 피해 규모를 확인해봤습니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태풍과 호우·강풍 피해를 제주도에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시간당 50mm의 폭우가 내린 2017년에만 농작물과 주택 침수 등 피해 접수가 1,700여 건에 달했습니다.

'다나스'와 '링링' 등 4개의 태풍이 지나간 2019년엔 피해신고가 8,000건에 육박합니다. 제주도가 집계한 5년간 피해액만 10억 원을 넘습니다.

제2공항 기본계획 과업지시서에는 최근 10년 이상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피해현황을 분석해 정리하도록 했지만 빠져있는 겁니다.

국토교통부는 침수피해와 연안해양 오염방지 대책을 환경영향평가 때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르면 이달 내 국토부와 기획재정부가 제2공항 총 사업비에 대해 협의를 시작하면 기본계획이 고시됩니다.

사업비 6조 6,700억 원 규모의 제주 제2공항, 기후 변화 속 자연재해에 대비한 철저한 현장 조사와 대책이 절실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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