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행, 성평등 교육하며 “남성지배 사회, 남성 피해가 더 커”
입력 2023.09.22 (14:43)
수정 2023.09.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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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글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김 후보자는 2012년 자신이 설립한 온라인 매체 '위키트리' 방송에서 "원치 않은 임신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관용)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즉각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비슷한 시기, 김 후보자는 위키트리에 자신의 이름을 달고 '여성은 무조건 예뻐야', '여자는 돈과 시간을 잡아먹는 문제거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시대착오적 인식이라는 비판과 함께, 차기 여성가족부 수장으로서 적절한 자질을 지녔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KBS 취재진은 김 후보자가 2014년 학술대회에 게재한 교육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확인 결과, 이 자료는 후보자가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역임했던 시기 직접 작성한 자료입니다.
■ 김행 "남성 지배 사회, 남성 피해가 더 커"
후보자가 작성한 '양성 평등, 왜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자료는 모두 20쪽 분량으로, 후보자가 진단한 불평등 사회의 문제점과 현실 인식, 대안 등이 담겨있습니다.
자료 도입부에는 '함께 생각해보기'라는 제목 아래 10개의 항목이 제시돼 있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남성의 주도권이 강하며, 여성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불평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여성이 아닌 남성의 사망률이다. - 남성들 간의 사회적 관계가 여성들의 사회적 관계보다 불평등으로 인해 더 많이 상처를 받는다. -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
후보자는 또 다른 페이지에서도, "남성 중심의 불평등한 사회에서, 불평등의 영향은 남성이 더 많이 받는다"며 비슷한 내용을 재차 강조합니다. 불평등의 근거로는 "'남성다움'에 대한 사회적 압력, 스트레스"를 기재했습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성평등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는 종류의 교육을 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남성지배 사회를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여성보다 남성의 피해가 더 크다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여성학자도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두려움이나 피해 등을 배제하고, 남성의 피해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라며 "전직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으로서도, 차기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도 부적절한 인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14년 작성한 교육 자료 ‘양성평등, 왜 필요한가’ 중 일부 발췌
■ "남성은 임신·출산 겪지 않아 당뇨병 늦게 발견"
김 후보자는 같은 자료에서 성별 불평등의 문제점을 '당뇨병'과 연관 지어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후보자는 캐나다 보건국의 발표 자료라며 남성과 여성의 당뇨병 최초 발견 시점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구체적으론 "여성은 임신 출산 과정을 거치며 당뇨를 조기에 발견, 남성은 중년 이후, 증세가 심각해진 상태에서 발견"이라고 적었습니다.
성평등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앞뒤 맥락을 볼 때, 임신과 출산을 겪을 수 없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당뇨병을 제때 발견하지 못해 피해를 본다'는 내용으로 읽힙니다.
이성숙 여성역사학 박사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여성이 겪게되는 고통과 불안 등 다양한 문제점을 감추고, 남성의 피해만을 부각한 황당한 논리"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여성학계에서 이와 같은 논거는 쓰이지 않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2012년 5월, 후보자가 위키트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튀기'라는 표현을 쓰는 모습 (출처 : 위키트리)
■ 차별 용어 '튀기' 사용도…김행 "인생 부정당하는 기분"
김 후보자는 2012년 위키트리 유튜브 방송에서, 한국의 입양 현실을 주제로 대화하던 중 다문화 가정 아동을 '튀기'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튀기란 혼혈아를 낮잡아 이르는 표현으로, 차별적 용어입니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성평등 정책과 다문화 정책 방향을 정하는 주무 부처 수장입니다. 여성과 다문화 가정 아동은 여가부의 주요 정책대상자이기도 합니다.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현 시점에서 문제가 되는 건, 후보자의 사회 문제 인식과 전문성이 향후 정책 방향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겁니다.
김 후보자 측은 KBS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와 관련해 긴 해명을 보내왔습니다. '남성 지배 사회에서 남성의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문화는 남성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라며 " 남성들에게 양성평등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설명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함께 생각해보기'에 기재한 10가지 항목에 대해선, 말 그대로 함께 생각해보자는 화두를 던진 일종의 O,X 퀴즈였다고 해명했고, 당뇨병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선 " 남녀의 특성을 고려한 건강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그 예시로 캐나다 보건국의 연구결과를 소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잇따른 '자질 논란'에 김 후보자는 오늘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60년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한 느낌"이라며 특정 단어를 꼬집기보단 글의 맥락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작성한 글을 비롯한 여러 논란을 청문회에서 더 자세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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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김행, 성평등 교육하며 “남성지배 사회, 남성 피해가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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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9-22 14:43:46
- 수정2023-09-22 14:54:49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글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김 후보자는 2012년 자신이 설립한 온라인 매체 '위키트리' 방송에서 "원치 않은 임신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관용)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즉각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비슷한 시기, 김 후보자는 위키트리에 자신의 이름을 달고 '여성은 무조건 예뻐야', '여자는 돈과 시간을 잡아먹는 문제거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시대착오적 인식이라는 비판과 함께, 차기 여성가족부 수장으로서 적절한 자질을 지녔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KBS 취재진은 김 후보자가 2014년 학술대회에 게재한 교육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확인 결과, 이 자료는 후보자가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역임했던 시기 직접 작성한 자료입니다.
■ 김행 "남성 지배 사회, 남성 피해가 더 커"
후보자가 작성한 '양성 평등, 왜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자료는 모두 20쪽 분량으로, 후보자가 진단한 불평등 사회의 문제점과 현실 인식, 대안 등이 담겨있습니다.
자료 도입부에는 '함께 생각해보기'라는 제목 아래 10개의 항목이 제시돼 있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남성의 주도권이 강하며, 여성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불평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여성이 아닌 남성의 사망률이다. - 남성들 간의 사회적 관계가 여성들의 사회적 관계보다 불평등으로 인해 더 많이 상처를 받는다. -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
후보자는 또 다른 페이지에서도, "남성 중심의 불평등한 사회에서, 불평등의 영향은 남성이 더 많이 받는다"며 비슷한 내용을 재차 강조합니다. 불평등의 근거로는 "'남성다움'에 대한 사회적 압력, 스트레스"를 기재했습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성평등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는 종류의 교육을 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남성지배 사회를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여성보다 남성의 피해가 더 크다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여성학자도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두려움이나 피해 등을 배제하고, 남성의 피해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라며 "전직 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으로서도, 차기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도 부적절한 인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남성은 임신·출산 겪지 않아 당뇨병 늦게 발견"
김 후보자는 같은 자료에서 성별 불평등의 문제점을 '당뇨병'과 연관 지어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후보자는 캐나다 보건국의 발표 자료라며 남성과 여성의 당뇨병 최초 발견 시점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구체적으론 "여성은 임신 출산 과정을 거치며 당뇨를 조기에 발견, 남성은 중년 이후, 증세가 심각해진 상태에서 발견"이라고 적었습니다.
성평등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앞뒤 맥락을 볼 때, 임신과 출산을 겪을 수 없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당뇨병을 제때 발견하지 못해 피해를 본다'는 내용으로 읽힙니다.
이성숙 여성역사학 박사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여성이 겪게되는 고통과 불안 등 다양한 문제점을 감추고, 남성의 피해만을 부각한 황당한 논리"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여성학계에서 이와 같은 논거는 쓰이지 않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 차별 용어 '튀기' 사용도…김행 "인생 부정당하는 기분"
김 후보자는 2012년 위키트리 유튜브 방송에서, 한국의 입양 현실을 주제로 대화하던 중 다문화 가정 아동을 '튀기'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튀기란 혼혈아를 낮잡아 이르는 표현으로, 차별적 용어입니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성평등 정책과 다문화 정책 방향을 정하는 주무 부처 수장입니다. 여성과 다문화 가정 아동은 여가부의 주요 정책대상자이기도 합니다.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현 시점에서 문제가 되는 건, 후보자의 사회 문제 인식과 전문성이 향후 정책 방향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겁니다.
김 후보자 측은 KBS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와 관련해 긴 해명을 보내왔습니다. '남성 지배 사회에서 남성의 피해가 더 크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문화는 남성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라며 " 남성들에게 양성평등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설명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함께 생각해보기'에 기재한 10가지 항목에 대해선, 말 그대로 함께 생각해보자는 화두를 던진 일종의 O,X 퀴즈였다고 해명했고, 당뇨병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선 " 남녀의 특성을 고려한 건강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그 예시로 캐나다 보건국의 연구결과를 소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잇따른 '자질 논란'에 김 후보자는 오늘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60년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한 느낌"이라며 특정 단어를 꼬집기보단 글의 맥락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작성한 글을 비롯한 여러 논란을 청문회에서 더 자세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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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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