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노키즈존 금지 조례안’ 추진…무엇을 남겼나?

입력 2023.09.22 (17:38) 수정 2023.09.22 (19:2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게티이미지

제주에서도 제법 공기가 선선해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장맛비 같은 가을비가 전국적으로 내린 뒤, 부쩍 가을이 코앞에 왔음이 피부로 와닿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 여행길이 자유로워지면서 최근 제주를 찾는 국내 여행객의 발걸음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어린 자녀와 노년의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이에서 여행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제주만 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여담으로, 기자는 부산 출신으로 제주 생활 4년 차입니다.)

짐가방에 유모차까지 수하물로 싣고,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동안 비좁은 좌석에서 기압 차와 지루함에 칭얼거리는 어린 자녀를 다독이며 모처럼 제주까지 떠나온 가족 여행. 그런데 이게 웬 걸! 맛집으로 미리 마음 속에 '찜' 해둔 가게 앞에 내걸린 냉랭한 '노 키즈 존(No Kids Zone)' 문구에,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만 서성이다 발길을 돌린 적이 있는 가족 단위 관광객분들도 제법 계실 겁니다.


이른바 ‘키즈존(어린이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던 제주의 한 유명 대형 카페가 키즈존 운영 중단·폐쇄를 선언하며 올린 공지. 인터넷 갈무리이른바 ‘키즈존(어린이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던 제주의 한 유명 대형 카페가 키즈존 운영 중단·폐쇄를 선언하며 올린 공지. 인터넷 갈무리


최근 제주의 한 유명 카페가 아동 동반 손님들을 위한 '어린이 공간(키즈존)'을 만들어 문을 활짝 열었다가, 얼마 되지 않아 결국 '키즈존 운영을 그만두겠다'는 공지를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면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적도 있죠.

당시 카페 측은 "일부 고객의 지나친 클레임(요구)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심해, 잠정 중단 또는 폐쇄한다"며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 글에는 '좋아요' 수만 개와 댓글 수천 개가 달리며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근래 '노키즈존 논란'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 제주 '노키즈존' 영업장 80여 곳…전국 두 번째로 많아

전례 없는 초저출생 시대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귀하디귀하다 하지만 어린 자녀들이 실내를 뛰어다니다가 기물을 파손하기도 하고, 이를 제지하지 않는 부모들을 향해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기도 하는 등, 점주와 손님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 같은 '노키즈존'을 선언하는 업소는 제주에서도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제주연구원 사회복지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제주 노키즈존은 78곳으로 전국 노키즈존의 14.4%를 차지했습니다. 9월 현재는 85곳으로 늘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 업소가 많아 다른 지역에 비해 노키즈존 업소 비율이 높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부 몰염치한 '아이 동반' 손님들의 이야기는 온라인 공간에서 확대 재생산되어, 노키즈존 확대·지지 여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올해 초 제주 사회에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사건이 하나 벌어졌습니다. 제주도의회에서 일명 '노키즈존 금지 조례'가 처음으로 발의된 것입니다.

게티이미지게티이미지


■ 제주도의회가 쏘아 올린 '노키즈존 금지 조례'…어떻게 시작됐나?

'제주특별자치도 아동출입제한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은 이름 그대로, 제주에서 영유아나 어린이를 동반한 손님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노키즈존'을 두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노키즈존' 운영을 인권 차별로 보고,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의 출입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조례를 대표 발의한 송창권 제주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아동출입제한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에 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인권 차별행위를 근절하고 상호 존중받는 사회를 구현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제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조례가 발의되자, 찬반 의견도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올해 2월 송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이 조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습니다.

신경근 제주종합사회복지관장은 "아이들에 대한 필요 이상의 제재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노키즈존이 제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주만이라도 노키즈존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노키즈존 대부분이 장사가 잘 되는 곳이고, 어린이 관련 사고로 업주가 배상한 사례도 있다", "노키즈존 지정을 (조례로) 막을 수는 없다"는 반대 의견과 신중론도 제기됐습니다.


2023년 2월 16일 KBS제주 뉴스광장2023년 2월 16일 KBS제주 뉴스광장

■ "상호 존중하는 사회를"…"영업 자유 침해·부모에게 일차적 책임"

'노키즈존 금지 조례'는 올해 5월, 제주도의회에 상정됐습니다. 그러나 상임위 문턱에서부터 제동이 걸립니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이 조례안에 대해 "상호 존중하는 사회를 구현하려는 목적과 영업의 자유 등이 충돌하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심사를 보류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보건복지위에서도 찬성과 반대, 신중론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경심 의원은 "아동의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노키즈존 지정을 금지하도록 하는 선언적 권고 의미에서 조례에 찬성하는 의견과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로만 가능하다는) '법률유보 원칙'의 위배 여부, 영업의 자유와 계약의 자유 침해 여부 등 반대 의견이 상충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현지홍 의원도 "조례든 법이든 갈등을 조장하기보다, 조정해야 한다"며 "조례안이 통과됐을 때 소송이나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스스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밝힌 국민의힘 강하영 의원은 "기본적으로 노키즈존의 출발점은 아이한테 있지 않다"며 "아이의 버릇없는, 위험한 행동을 방임하는 부모한테 일차적 책임이 있고, 이에 따라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피해를 업주가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등으로 인해 업주들이 노키즈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기도 했습니다.

2023년 9월 21일 KBS 뉴스 7 제주2023년 9월 21일 KBS 뉴스 7 제주

■ 한 차례 심사 보류 끝에…'금지' 대신 '확산방지'로 이름 바꿔

이렇게 한 차례 상정이 보류됐던 '노키즈존 금지 조례'는 이달 열린 제주도의회 420회 임시회 기간, 다시 한 번 논의의 대상에 올랐습니다. 다만 지난 5월 처음 제출됐던 '금지' 라는 용어 대신, '노키즈존의 확산 방지', '인식 개선 활동' 등의 다소 순화된 표현으로 바꾼 수정안을 냈습니다.

어제(21일) 열린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1차 회의에서도 이 '수정안'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오갔습니다.

국민의힘 강하영 의원은 "제주도 내 식당과 카페 1만 4천여 업소 중 70~80개 업소가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1%도 되지 않는 0.57%의 업소로 인해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아이들로 인한 영업장 피해 보상 등 제도적 지원책은 조례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의원은 이어 "노키즈존 확산으로 아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 개선의 문제'를 조례로 규정할 수 있겠느냐. 캠페인 활동 등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경미 의원은 바뀐 수정안에 힘을 실으며 "아이들이 출입할 수 있는 일명 '예스키즈존(Yes Kids Zone)'에 대한 인센티브(유인책)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갈 필요가 있다"면서 "애견카페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도리어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현실이 서글프다. '아동친화도시'를 추구하는 제주다. 우리가 반성하는 의미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게티이미지게티이미지

이런 진통 끝에 '노키즈존 금지 조례'는 상임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금지'라는 용어 대신, '노키즈존 확산 방지와 인식 개선 조례안'으로 명칭과 내용을 수정해 오늘(22일) 오후 열린 제주도의회 제420회 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조례안에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업소를 처벌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내용 등은 빠져,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유명무실 조례로 남게 될 가능성도 큽니다.

■ "영업의 자유 제한하고자 함 아냐…아동 기본권이 상위 가치"

대표 발의자 송창권 의원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처음 발의한 조례안에서 명칭과 내용이 일부 수정되긴 했지만, 조례의 취지만큼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인정해주신 덕에 오늘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송 의원은 11대 제주도의원으로 당선된 지난 2018년부터 '노키즈존 금지 조례안'을 검토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제주에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가 많다. 생각해야 할 점은 이들 가게가 이제 마을 안까지 들어와 있다는 것"이라면서 "영업의 자유도 있지만, 이는(노키즈존 확산은) 지역 공동체를 깨뜨리는 행위이자 또 다른 인권 침해를 가져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그는 앞서 열린 상임위의 두 차례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찬반 의견들에 대해선 "'가치 충돌'의 문제였다"고 말했습니다. 송 의원은 "저는 그 가운데 '아동의 기본권'이 더 위에 있다는 입장으로, 영업의 자유는 상대적 자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다만 영업의 자유나 권리 등을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선 법령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물론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상위법과 조례 사이 충돌) 소지가 없도록 조례를 다듬고, 또 다듬었다"고 조례안 발의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송 의원은 "('노키즈존 조례안'은)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노키즈존으로 영업하지 말라'는 제한을 가한 게 아니다. 오히려 제주도지사에게 책무를 부여한 것"이라면서 "도지사에게 '실제 이렇게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업장 실태를 조사하고, 이런 것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강구해달라, 오히려 '예스키즈존'처럼 어린이 친화적인 업장에 지원책을 좀 만들어 달라'는 취지"라고 강조했습니다.

■ "어린이·보호자 대상 공중도덕 교육도 반드시 필요"

이어 "또 하나는,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어린이와 보호자에게) 공중도덕을 지키게 하는 이런 교육들도 할 필요가 있다"며 "부모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의 지원 내용도 조례에 함께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전국 처음으로 제주에서 발의된 '노키즈존 금지 조례안'. 이 조례안이 뜨거운 찬반 논쟁에 수정 과정을 거쳐 가결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이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게티이미지게티이미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전국 첫 ‘노키즈존 금지 조례안’ 추진…무엇을 남겼나?
    • 입력 2023-09-22 17:38:38
    • 수정2023-09-22 19:25:07
    심층K
게티이미지
제주에서도 제법 공기가 선선해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장맛비 같은 가을비가 전국적으로 내린 뒤, 부쩍 가을이 코앞에 왔음이 피부로 와닿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 여행길이 자유로워지면서 최근 제주를 찾는 국내 여행객의 발걸음이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어린 자녀와 노년의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이에서 여행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제주만 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여담으로, 기자는 부산 출신으로 제주 생활 4년 차입니다.)

짐가방에 유모차까지 수하물로 싣고,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동안 비좁은 좌석에서 기압 차와 지루함에 칭얼거리는 어린 자녀를 다독이며 모처럼 제주까지 떠나온 가족 여행. 그런데 이게 웬 걸! 맛집으로 미리 마음 속에 '찜' 해둔 가게 앞에 내걸린 냉랭한 '노 키즈 존(No Kids Zone)' 문구에,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만 서성이다 발길을 돌린 적이 있는 가족 단위 관광객분들도 제법 계실 겁니다.


이른바 ‘키즈존(어린이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던 제주의 한 유명 대형 카페가 키즈존 운영 중단·폐쇄를 선언하며 올린 공지. 인터넷 갈무리

최근 제주의 한 유명 카페가 아동 동반 손님들을 위한 '어린이 공간(키즈존)'을 만들어 문을 활짝 열었다가, 얼마 되지 않아 결국 '키즈존 운영을 그만두겠다'는 공지를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면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적도 있죠.

당시 카페 측은 "일부 고객의 지나친 클레임(요구)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심해, 잠정 중단 또는 폐쇄한다"며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 글에는 '좋아요' 수만 개와 댓글 수천 개가 달리며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근래 '노키즈존 논란'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 제주 '노키즈존' 영업장 80여 곳…전국 두 번째로 많아

전례 없는 초저출생 시대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귀하디귀하다 하지만 어린 자녀들이 실내를 뛰어다니다가 기물을 파손하기도 하고, 이를 제지하지 않는 부모들을 향해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기도 하는 등, 점주와 손님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 같은 '노키즈존'을 선언하는 업소는 제주에서도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제주연구원 사회복지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제주 노키즈존은 78곳으로 전국 노키즈존의 14.4%를 차지했습니다. 9월 현재는 85곳으로 늘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한 업소가 많아 다른 지역에 비해 노키즈존 업소 비율이 높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부 몰염치한 '아이 동반' 손님들의 이야기는 온라인 공간에서 확대 재생산되어, 노키즈존 확대·지지 여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올해 초 제주 사회에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사건이 하나 벌어졌습니다. 제주도의회에서 일명 '노키즈존 금지 조례'가 처음으로 발의된 것입니다.

게티이미지

■ 제주도의회가 쏘아 올린 '노키즈존 금지 조례'…어떻게 시작됐나?

'제주특별자치도 아동출입제한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은 이름 그대로, 제주에서 영유아나 어린이를 동반한 손님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노키즈존'을 두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노키즈존' 운영을 인권 차별로 보고,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의 출입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조례를 대표 발의한 송창권 제주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아동출입제한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에 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인권 차별행위를 근절하고 상호 존중받는 사회를 구현하는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제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조례가 발의되자, 찬반 의견도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올해 2월 송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이 조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습니다.

신경근 제주종합사회복지관장은 "아이들에 대한 필요 이상의 제재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노키즈존이 제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주만이라도 노키즈존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노키즈존 대부분이 장사가 잘 되는 곳이고, 어린이 관련 사고로 업주가 배상한 사례도 있다", "노키즈존 지정을 (조례로) 막을 수는 없다"는 반대 의견과 신중론도 제기됐습니다.


2023년 2월 16일 KBS제주 뉴스광장
■ "상호 존중하는 사회를"…"영업 자유 침해·부모에게 일차적 책임"

'노키즈존 금지 조례'는 올해 5월, 제주도의회에 상정됐습니다. 그러나 상임위 문턱에서부터 제동이 걸립니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이 조례안에 대해 "상호 존중하는 사회를 구현하려는 목적과 영업의 자유 등이 충돌하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심사를 보류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보건복지위에서도 찬성과 반대, 신중론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경심 의원은 "아동의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노키즈존 지정을 금지하도록 하는 선언적 권고 의미에서 조례에 찬성하는 의견과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로만 가능하다는) '법률유보 원칙'의 위배 여부, 영업의 자유와 계약의 자유 침해 여부 등 반대 의견이 상충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현지홍 의원도 "조례든 법이든 갈등을 조장하기보다, 조정해야 한다"며 "조례안이 통과됐을 때 소송이나 또 다른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스스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밝힌 국민의힘 강하영 의원은 "기본적으로 노키즈존의 출발점은 아이한테 있지 않다"며 "아이의 버릇없는, 위험한 행동을 방임하는 부모한테 일차적 책임이 있고, 이에 따라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피해를 업주가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등으로 인해 업주들이 노키즈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기도 했습니다.

2023년 9월 21일 KBS 뉴스 7 제주
■ 한 차례 심사 보류 끝에…'금지' 대신 '확산방지'로 이름 바꿔

이렇게 한 차례 상정이 보류됐던 '노키즈존 금지 조례'는 이달 열린 제주도의회 420회 임시회 기간, 다시 한 번 논의의 대상에 올랐습니다. 다만 지난 5월 처음 제출됐던 '금지' 라는 용어 대신, '노키즈존의 확산 방지', '인식 개선 활동' 등의 다소 순화된 표현으로 바꾼 수정안을 냈습니다.

어제(21일) 열린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1차 회의에서도 이 '수정안'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오갔습니다.

국민의힘 강하영 의원은 "제주도 내 식당과 카페 1만 4천여 업소 중 70~80개 업소가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1%도 되지 않는 0.57%의 업소로 인해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아이들로 인한 영업장 피해 보상 등 제도적 지원책은 조례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의원은 이어 "노키즈존 확산으로 아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 개선의 문제'를 조례로 규정할 수 있겠느냐. 캠페인 활동 등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경미 의원은 바뀐 수정안에 힘을 실으며 "아이들이 출입할 수 있는 일명 '예스키즈존(Yes Kids Zone)'에 대한 인센티브(유인책)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갈 필요가 있다"면서 "애견카페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도리어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현실이 서글프다. '아동친화도시'를 추구하는 제주다. 우리가 반성하는 의미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게티이미지
이런 진통 끝에 '노키즈존 금지 조례'는 상임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금지'라는 용어 대신, '노키즈존 확산 방지와 인식 개선 조례안'으로 명칭과 내용을 수정해 오늘(22일) 오후 열린 제주도의회 제420회 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조례안에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업소를 처벌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내용 등은 빠져,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유명무실 조례로 남게 될 가능성도 큽니다.

■ "영업의 자유 제한하고자 함 아냐…아동 기본권이 상위 가치"

대표 발의자 송창권 의원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처음 발의한 조례안에서 명칭과 내용이 일부 수정되긴 했지만, 조례의 취지만큼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인정해주신 덕에 오늘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송 의원은 11대 제주도의원으로 당선된 지난 2018년부터 '노키즈존 금지 조례안'을 검토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제주에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핫 플레이스'가 많다. 생각해야 할 점은 이들 가게가 이제 마을 안까지 들어와 있다는 것"이라면서 "영업의 자유도 있지만, 이는(노키즈존 확산은) 지역 공동체를 깨뜨리는 행위이자 또 다른 인권 침해를 가져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그는 앞서 열린 상임위의 두 차례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찬반 의견들에 대해선 "'가치 충돌'의 문제였다"고 말했습니다. 송 의원은 "저는 그 가운데 '아동의 기본권'이 더 위에 있다는 입장으로, 영업의 자유는 상대적 자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다만 영업의 자유나 권리 등을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선 법령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물론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상위법과 조례 사이 충돌) 소지가 없도록 조례를 다듬고, 또 다듬었다"고 조례안 발의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송 의원은 "('노키즈존 조례안'은)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노키즈존으로 영업하지 말라'는 제한을 가한 게 아니다. 오히려 제주도지사에게 책무를 부여한 것"이라면서 "도지사에게 '실제 이렇게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업장 실태를 조사하고, 이런 것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강구해달라, 오히려 '예스키즈존'처럼 어린이 친화적인 업장에 지원책을 좀 만들어 달라'는 취지"라고 강조했습니다.

■ "어린이·보호자 대상 공중도덕 교육도 반드시 필요"

이어 "또 하나는,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어린이와 보호자에게) 공중도덕을 지키게 하는 이런 교육들도 할 필요가 있다"며 "부모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의 지원 내용도 조례에 함께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전국 처음으로 제주에서 발의된 '노키즈존 금지 조례안'. 이 조례안이 뜨거운 찬반 논쟁에 수정 과정을 거쳐 가결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이 조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게티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