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망 ‘최다’ 제주항공…‘산재 요청’ 유족에 회유·압박

입력 2023.09.23 (06:35) 수정 2023.09.2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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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외에서 일하던 제주항공 지점장이 지난해 갑자기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오랜 시간 과로에 시달렸다며, 산업 재해 신청을 준비했지만, 제주항공 측은 회사 부담을 덜어달라며 회유를 시도했고, 가족들이 힘들어질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제주항공 중국 옌타이 지점장이 퇴근길에 심장 마비로 숨졌습니다.

실적 압박을 많이 받았다고 유족들은 말합니다.

[사망 지점장 아내/음성변조 : "내가 여기서 성과를 못 내면 또 승진을 못 하지. 이 시기에 어디 나가면 취직할 데도 없고."]

당시 아내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했지만, 업무를 감당할 수 없어 휴일에도 출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사망 지점장 아내/음성변조 : "회사에서는 전혀 지원을 안 해주니 대외적으로 영업도 하고 월말 정산이라든지 직원 관리도 해야 되고 그러니까 모든 걸 다 했다고 보시면 돼요."]

유족들은 1년 넘게 이어진 과로가 사망 원인이라며 산업 재해 신청을 준비했습니다.

필요한 서류를 회사에 요구했지만, 제공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습니다.

[제주항공 관계자/음성변조 : "요청하시는 자료나 이런 것들이 있다 하더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거고 아마 그런 자료들은 있지도 않을 거예요."]

[제주항공 관계자/음성변조 : "산재로 인정되면 회사는 근로조건이 안 좋은 회사가 돼요. 그런 게 회사한테 좋은 건 아니거든요."]

산업 재해를 신청하더라도 회사는 막을 수 있다는 압박도 이어졌습니다.

[제주항공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가 (산재) 아니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진행 과정에서 속상한 일들도 생겨요."]

최근 5년 동안 사망한 국내 항공 종사자 10명 가운데 6명이 제주항공에서 나왔습니다.

2명은 돌연사 했지만, 산업 재해로 인정된 사례는 없습니다.

[박상혁/국회 국토교통위원/민주당 : "유독 한 항공사에서 이렇게 절반 이상의 사고가 발생한다라는 데 대해서는 굉장히 우려스럽고요. 노동부에서 특별근로감독을 한다든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주항공 측은 당시 해당 지점장의 업무량이 많지 않았다면서도 유족과 산재 절차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유민철 고영민 최진영/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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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 사망 ‘최다’ 제주항공…‘산재 요청’ 유족에 회유·압박
    • 입력 2023-09-23 06:35:23
    • 수정2023-09-23 08: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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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외에서 일하던 제주항공 지점장이 지난해 갑자기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오랜 시간 과로에 시달렸다며, 산업 재해 신청을 준비했지만, 제주항공 측은 회사 부담을 덜어달라며 회유를 시도했고, 가족들이 힘들어질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제주항공 중국 옌타이 지점장이 퇴근길에 심장 마비로 숨졌습니다.

실적 압박을 많이 받았다고 유족들은 말합니다.

[사망 지점장 아내/음성변조 : "내가 여기서 성과를 못 내면 또 승진을 못 하지. 이 시기에 어디 나가면 취직할 데도 없고."]

당시 아내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하루 12시간 가까이 일했지만, 업무를 감당할 수 없어 휴일에도 출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사망 지점장 아내/음성변조 : "회사에서는 전혀 지원을 안 해주니 대외적으로 영업도 하고 월말 정산이라든지 직원 관리도 해야 되고 그러니까 모든 걸 다 했다고 보시면 돼요."]

유족들은 1년 넘게 이어진 과로가 사망 원인이라며 산업 재해 신청을 준비했습니다.

필요한 서류를 회사에 요구했지만, 제공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습니다.

[제주항공 관계자/음성변조 : "요청하시는 자료나 이런 것들이 있다 하더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거고 아마 그런 자료들은 있지도 않을 거예요."]

[제주항공 관계자/음성변조 : "산재로 인정되면 회사는 근로조건이 안 좋은 회사가 돼요. 그런 게 회사한테 좋은 건 아니거든요."]

산업 재해를 신청하더라도 회사는 막을 수 있다는 압박도 이어졌습니다.

[제주항공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가 (산재) 아니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진행 과정에서 속상한 일들도 생겨요."]

최근 5년 동안 사망한 국내 항공 종사자 10명 가운데 6명이 제주항공에서 나왔습니다.

2명은 돌연사 했지만, 산업 재해로 인정된 사례는 없습니다.

[박상혁/국회 국토교통위원/민주당 : "유독 한 항공사에서 이렇게 절반 이상의 사고가 발생한다라는 데 대해서는 굉장히 우려스럽고요. 노동부에서 특별근로감독을 한다든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주항공 측은 당시 해당 지점장의 업무량이 많지 않았다면서도 유족과 산재 절차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유민철 고영민 최진영/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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