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에 7%↑ 바닷물에 출렁이는 밥상물가 [밥상 기후위기보고서]②

입력 2023.09.25 (08:00) 수정 2023.09.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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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기후위기시대, 추석을 앞두고 KBS 기후위기대응팀은 '밥상으로 보는 기후위기보고서'라는 제목의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밥상 위 추석 과일 가격에서 시작해 기후 위기가 촉발한 국제적인 식량 안보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과학적인 분석자료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보겠습니다.

사진: 연합뉴스사진: 연합뉴스

기후변화, 사실 대단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장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오늘 차리는 나의 맛있는 밥상을 위해, 또는 내 가족이 먹고 싶다던 반찬 한 입을 위해 이 하루를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사실 이 하루하루의 밥상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좀 더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지난한 역사를 거쳐 문명을 일구어왔습니다.

기후변화에도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처럼 잘 먹고 잘살 수 있을까요. 우리가 기후변화를 위기로 인식해야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밥상 기후위기보고서]① ‘추석 과일에 무슨 일이?’

■ '적도 바닷물 온도'가 '밥상 물가'를 올린다고?

"엘니뇨 기간 이후 국제 식량 가격 상승기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해수면 온도가 예년 대비 1℃ 상승할 때 평균적으로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제 식량 가격이 5~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

최근 한국은행은 분기별로 발표하는 최신(8월) '경제전망보고서'에 이런 우려를 담았습니다.

'경제'와 '물가'를 말하는데 뜬금없이 적도 동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라니… 선뜻 이해가 되질 않지요. 중간중간 숨은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아래 그림은 NOAA(미 해양대기청)에서 엘니뇨 현상이 나타났을 때 전 지구적 영향을 분석한 자료인데요, 위쪽이 겨울, 아래쪽이 여름입니다.

자료: NOAA(미 해양대기청)자료: NOAA(미 해양대기청)

엘니뇨시기 동태평양 부근 미국 남부와 중남미지역으론 평소보다 비가 많아지고, 동남아에서 중국 남부, 인도에 이르기까지 서태평양 부근에선 고온건조해지는 경향이 눈에 띕니다. 특히나 엘니뇨 영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겨울철엔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그나마 영향이 덜한 여름철에도 중남미와 인도, 동남아 지역으론 가뭄과 고온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는 거로 분석됐습니다.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 광범위하죠, 전 세계 곳곳에서 평소와 다른 '가뭄'이나 '홍수', '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단 얘깁니다.

그런데 엘니뇨의 직접 영향을 받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와 미국 남부 지역 등은 세계 4대 곡창지대이기도 합니다.

지난 기사에서 올해 추석 사과 가격으로 분석해봤듯 '하늘이 짓는다'는 농사의 특성상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주요 산지에서 흉작으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결국 수확기엔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실제로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변화'와 '국제 식량 가격'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뚜렷한 상관관계가 드러납니다.

자료: 한국은행 (엘니뇨와 국제식량가격 상승 경향 분석)자료: 한국은행 (엘니뇨와 국제식량가격 상승 경향 분석)

붉은색으로 표시된 구간이 국제 식량 가격이 오른 시기인데요, 상승 폭이 높고 낮음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 23년간 모두 6차례였습니다. 이 시기마다 식량 가격이 급등하기 전 먼저 노란 선으로 나타낸 해수면 온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모습이 확인됩니다.

물론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이 단지 엘니뇨나 해수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각국의 기상여건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식량 수출 제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습니다. 다만 엘니뇨 역시 주요한 위험요소인 것은 확실하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영향은 엘니뇨 기간 1년 이후 가장 크게 나타나기 시작해, 2년까지도 상승효과가 이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 CPC(미 기후예측센터), "엘니뇨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

게다가 올해 적도 동태평양 바닷물온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래 붉게 표시된 곳이 엘니뇨 감시구역인데요, 최근 수온이 평년보다 1.3도나 높아졌습니다.

 자료: 기상청 (해수면온도 해수면온도 편차) 자료: 기상청 (해수면온도 해수면온도 편차)

이 구역의 수온을 3개월씩 평균했을 때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할 때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미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달 평균치에서부터 0.5도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최근 3달 평균치는 무려 1.1도를 넘어섰습니다.

벌써 3개월째 이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셈인데, 이제 다음 달(10월)까지면 5개월째가 됩니다. 다음 달까지 수온 분석이 끝난 이후 11월쯤엔 WMO(세계기상기구)에서 엘니뇨가 발생했음을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지난 14일 NOAA(미 해양대기청) 산하 CPC(미 기후예측센터)에선 "올해 엘니뇨는 내년(24년) 1월에서 3월까지 지속 될 가능성 이 95% 이상"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수온이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은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 도 71% 로 높게 점쳤습니다.

■ 돌고 돌아 다시 우리 밥상으로…

이렇듯 실제로 엘니뇨가 또다시 찾아오고 있습니다. 우리 밥상엔 무슨 일이 생길까요?

"일단 현재 상황에서 예측해본다면 수온이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은 상태로 지속될 경우, 이번 엘니뇨가 국제 식량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내년(24년) 이맘때부터 내후년(25년) 초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때가 가장 영향이 큰 시기일 거로 분석됩니다.

-이동재 과장/ 한국은행 물가동향팀

지난해(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갑자기 치솟았던 라면값 기억하시나요.

밀값에다 팜유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국제 식량 가격이 폭등한 이후, 농심을 비롯한 주요 라면 업체는 9월부터 라면값을 10% 남짓 올렸습니다. 이후 가격을 다시 내리긴 했지만, 라면 애호가들 가슴이 덜컥했던 시기였죠.


국제식량 가격과 국내 가격간 상관관계를 따져보자면 일반적으로 외식물가는 8개월쯤 뒤부터, 라면 같은 가공식품은 11달쯤 뒤부터 최대로 나타납니다.

자료: 한국은행(국제 식량 가격과 국내 식료품 가격관계)자료: 한국은행(국제 식량 가격과 국내 식료품 가격관계)

위 그림에서도 국제 식량 가격이 상승한 이후 파란색의 국내 식량 가격이 뒤따라 상승하는 경향이 확인됩니다.

과거 사례 분석에 따르면 올해의 엘니뇨가 국제 식량 가격을 거쳐 국내 밥상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내후년 여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열대 태평양 바닷물 온도에서 시작된 전 세계 이상기상 현상이 세계 농산물 가격을 올렸다가 다시 우리네 밥상의 비싼 반찬으로 돌아오기까지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기상전문기자로서 엘니뇨를 걱정할 것이 아닌 '돌아올 밥상 물가'를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 '엘니뇨'보다 심각한 기후위기 이야기… "관측 이후 가장 더웠던 올 여름"

문제는 이 같은 과정은 엘니뇨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아래는 지난 15일 NASA(미 항공우주국)가 공개한 전 지구 여름(6월-8월) 기온 분석자료입니다. 예년 이맘때와의 차이를 비교한 건데요, 가장 오른쪽에 있는 23년 올 여름 기온이 보이시나요.

자료: NASA(미 항공우주국) 전지구 여름철(6~8월) 기온 편차자료: NASA(미 항공우주국) 전지구 여름철(6~8월) 기온 편차

전 지구 평년기온을 무려 1.17도나 웃돌아, 관측 이후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습니다. 전 지구 바닷물 온도 역시 관측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기온이 오른다는 건 단순히 '폭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고기압이나 저기압 같은 기압계 배치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기 중 공기 흐름이 달라집니다. 고기압이 정체되는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면 '가뭄'으로 나타날 수 있겠죠.

게다가 일반적으로 평균기온이 1도 오를 때 대기 중 수증기는 7% 증가합니다. 이렇게 늘어난 수증기 탓에 비의 양도 함께 늘어나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이례적인 날씨"로 일컫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밥상물가에 그치지 않는 위협마저 경고하고 있습니다.

"2023년 여름에 나타난 기록적인 기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실제 세계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애리조나를 포함한 미 전역의 폭염부터 캐나다 산불, 유럽과 아시아의 극심한 홍수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날씨는 이제 전 세계인의 생명과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Bill Nelson/ NASA(미 항공우주국) 국장

■ 우리의 밥상은 안전할까?

'애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데요, 그만큼 최근 농산물 가격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겠죠.

문제는 우리는 밥상에 올라갈 식재료 하나하나 지나칠만큼 다른 나라에 기대고 있는 '세계 5대 식량 수입국'중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기후변화가 불러오는 국제 식량 가격 고비 고비마다 국내시장이 덩달아 출렁이고, 국제적인 식량 위기가 찾아왔을 때 언제든 파동을 겪을 수 있는 나라로 꼽히기도 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다 문득 지갑을 열어 확인하게 되는 요즘, 지금은 그나마 허리띠를 졸라매면 살수나 있지만 앞으로는 괜찮을지 걱정스럽습니다.

가속화되는 기후변화 속에서 전 세계가 벌이고 있는 식량 전쟁, 그 속에서 우리의 밥상은 안전할까요?

다음 기사에서는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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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5 08:00:08
    • 수정2023-09-27 11: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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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추석을 앞두고 KBS 기후위기대응팀은 '밥상으로 보는 기후위기보고서'라는 제목의 연속 보도를 이어갑니다. 밥상 위 추석 과일 가격에서 시작해 기후 위기가 촉발한 국제적인 식량 안보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과학적인 분석자료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보겠습니다.<br />
사진: 연합뉴스
기후변화, 사실 대단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장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오늘 차리는 나의 맛있는 밥상을 위해, 또는 내 가족이 먹고 싶다던 반찬 한 입을 위해 이 하루를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사실 이 하루하루의 밥상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좀 더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지난한 역사를 거쳐 문명을 일구어왔습니다.

기후변화에도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처럼 잘 먹고 잘살 수 있을까요. 우리가 기후변화를 위기로 인식해야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밥상 기후위기보고서]① ‘추석 과일에 무슨 일이?’

■ '적도 바닷물 온도'가 '밥상 물가'를 올린다고?

"엘니뇨 기간 이후 국제 식량 가격 상승기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해수면 온도가 예년 대비 1℃ 상승할 때 평균적으로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제 식량 가격이 5~7%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전망보고서>

최근 한국은행은 분기별로 발표하는 최신(8월) '경제전망보고서'에 이런 우려를 담았습니다.

'경제'와 '물가'를 말하는데 뜬금없이 적도 동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라니… 선뜻 이해가 되질 않지요. 중간중간 숨은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아래 그림은 NOAA(미 해양대기청)에서 엘니뇨 현상이 나타났을 때 전 지구적 영향을 분석한 자료인데요, 위쪽이 겨울, 아래쪽이 여름입니다.

자료: NOAA(미 해양대기청)
엘니뇨시기 동태평양 부근 미국 남부와 중남미지역으론 평소보다 비가 많아지고, 동남아에서 중국 남부, 인도에 이르기까지 서태평양 부근에선 고온건조해지는 경향이 눈에 띕니다. 특히나 엘니뇨 영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겨울철엔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그나마 영향이 덜한 여름철에도 중남미와 인도, 동남아 지역으론 가뭄과 고온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는 거로 분석됐습니다.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 광범위하죠, 전 세계 곳곳에서 평소와 다른 '가뭄'이나 '홍수', '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단 얘깁니다.

그런데 엘니뇨의 직접 영향을 받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와 미국 남부 지역 등은 세계 4대 곡창지대이기도 합니다.

지난 기사에서 올해 추석 사과 가격으로 분석해봤듯 '하늘이 짓는다'는 농사의 특성상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주요 산지에서 흉작으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결국 수확기엔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실제로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변화'와 '국제 식량 가격'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뚜렷한 상관관계가 드러납니다.

자료: 한국은행 (엘니뇨와 국제식량가격 상승 경향 분석)
붉은색으로 표시된 구간이 국제 식량 가격이 오른 시기인데요, 상승 폭이 높고 낮음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 23년간 모두 6차례였습니다. 이 시기마다 식량 가격이 급등하기 전 먼저 노란 선으로 나타낸 해수면 온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모습이 확인됩니다.

물론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이 단지 엘니뇨나 해수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각국의 기상여건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식량 수출 제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습니다. 다만 엘니뇨 역시 주요한 위험요소인 것은 확실하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영향은 엘니뇨 기간 1년 이후 가장 크게 나타나기 시작해, 2년까지도 상승효과가 이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 CPC(미 기후예측센터), "엘니뇨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

게다가 올해 적도 동태평양 바닷물온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래 붉게 표시된 곳이 엘니뇨 감시구역인데요, 최근 수온이 평년보다 1.3도나 높아졌습니다.

 자료: 기상청 (해수면온도 해수면온도 편차)
이 구역의 수온을 3개월씩 평균했을 때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할 때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미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달 평균치에서부터 0.5도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최근 3달 평균치는 무려 1.1도를 넘어섰습니다.

벌써 3개월째 이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셈인데, 이제 다음 달(10월)까지면 5개월째가 됩니다. 다음 달까지 수온 분석이 끝난 이후 11월쯤엔 WMO(세계기상기구)에서 엘니뇨가 발생했음을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지난 14일 NOAA(미 해양대기청) 산하 CPC(미 기후예측센터)에선 "올해 엘니뇨는 내년(24년) 1월에서 3월까지 지속 될 가능성 이 95% 이상"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수온이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은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 도 71% 로 높게 점쳤습니다.

■ 돌고 돌아 다시 우리 밥상으로…

이렇듯 실제로 엘니뇨가 또다시 찾아오고 있습니다. 우리 밥상엔 무슨 일이 생길까요?

"일단 현재 상황에서 예측해본다면 수온이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은 상태로 지속될 경우, 이번 엘니뇨가 국제 식량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내년(24년) 이맘때부터 내후년(25년) 초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때가 가장 영향이 큰 시기일 거로 분석됩니다.

-이동재 과장/ 한국은행 물가동향팀

지난해(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갑자기 치솟았던 라면값 기억하시나요.

밀값에다 팜유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국제 식량 가격이 폭등한 이후, 농심을 비롯한 주요 라면 업체는 9월부터 라면값을 10% 남짓 올렸습니다. 이후 가격을 다시 내리긴 했지만, 라면 애호가들 가슴이 덜컥했던 시기였죠.


국제식량 가격과 국내 가격간 상관관계를 따져보자면 일반적으로 외식물가는 8개월쯤 뒤부터, 라면 같은 가공식품은 11달쯤 뒤부터 최대로 나타납니다.

자료: 한국은행(국제 식량 가격과 국내 식료품 가격관계)
위 그림에서도 국제 식량 가격이 상승한 이후 파란색의 국내 식량 가격이 뒤따라 상승하는 경향이 확인됩니다.

과거 사례 분석에 따르면 올해의 엘니뇨가 국제 식량 가격을 거쳐 국내 밥상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내후년 여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열대 태평양 바닷물 온도에서 시작된 전 세계 이상기상 현상이 세계 농산물 가격을 올렸다가 다시 우리네 밥상의 비싼 반찬으로 돌아오기까지 과정을 보면, 그야말로 기상전문기자로서 엘니뇨를 걱정할 것이 아닌 '돌아올 밥상 물가'를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 '엘니뇨'보다 심각한 기후위기 이야기… "관측 이후 가장 더웠던 올 여름"

문제는 이 같은 과정은 엘니뇨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아래는 지난 15일 NASA(미 항공우주국)가 공개한 전 지구 여름(6월-8월) 기온 분석자료입니다. 예년 이맘때와의 차이를 비교한 건데요, 가장 오른쪽에 있는 23년 올 여름 기온이 보이시나요.

자료: NASA(미 항공우주국) 전지구 여름철(6~8월) 기온 편차
전 지구 평년기온을 무려 1.17도나 웃돌아, 관측 이후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습니다. 전 지구 바닷물 온도 역시 관측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기온이 오른다는 건 단순히 '폭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고기압이나 저기압 같은 기압계 배치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기 중 공기 흐름이 달라집니다. 고기압이 정체되는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면 '가뭄'으로 나타날 수 있겠죠.

게다가 일반적으로 평균기온이 1도 오를 때 대기 중 수증기는 7% 증가합니다. 이렇게 늘어난 수증기 탓에 비의 양도 함께 늘어나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이례적인 날씨"로 일컫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밥상물가에 그치지 않는 위협마저 경고하고 있습니다.

"2023년 여름에 나타난 기록적인 기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실제 세계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애리조나를 포함한 미 전역의 폭염부터 캐나다 산불, 유럽과 아시아의 극심한 홍수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날씨는 이제 전 세계인의 생명과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Bill Nelson/ NASA(미 항공우주국) 국장

■ 우리의 밥상은 안전할까?

'애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데요, 그만큼 최근 농산물 가격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겠죠.

문제는 우리는 밥상에 올라갈 식재료 하나하나 지나칠만큼 다른 나라에 기대고 있는 '세계 5대 식량 수입국'중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기후변화가 불러오는 국제 식량 가격 고비 고비마다 국내시장이 덩달아 출렁이고, 국제적인 식량 위기가 찾아왔을 때 언제든 파동을 겪을 수 있는 나라로 꼽히기도 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다 문득 지갑을 열어 확인하게 되는 요즘, 지금은 그나마 허리띠를 졸라매면 살수나 있지만 앞으로는 괜찮을지 걱정스럽습니다.

가속화되는 기후변화 속에서 전 세계가 벌이고 있는 식량 전쟁, 그 속에서 우리의 밥상은 안전할까요?

다음 기사에서는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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